[원피스] 애니미즘으로 본 원피스세계

※ 사이트 폭파 전에 올린 글들을 모은 종합편입니다.

앞으로의 글들이 이 글을 기반으로 하리라 예측되기에 올려봅니다.

애니미즘(animism) =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세계관







'떨어져 내리는 돌에선 생물 같은...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이 아냐... 더 선명한... 마치... '호흡' 같은...'

원피스라는 허구의 세계를 이해하려다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작가는 혹시 애니미즘적 세계관을 가진 것이 아닌가?

<목차>
1. 영혼의 존재
2. 악마의 열매
3. 악마에게 영혼을 팔다
4. 영혼과 패기
5. 비브르 카드의 원리
6. 애니미즘으로 본 각종 사례
7. 맺음말

1. 영혼의 존재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는 걸 다루기에 앞서, 생물계엔 영혼이 있는지

나아가 영혼이라는 개념이 원피스세계에 있기는 한지 확인하는 게 선행되어야겠죠.



사진 한 장으로 확인이 끝났습니다.

적어도 생물계에는 영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렇다고 해도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조로의 육감 하나만으로 그걸 애니미즘으로 보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 아닌가?

2. 악마의 열매

악마의 열매는 만화 원피스의 상징이면서, 미스터리한 물건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어떻게 물건이 악마의 열매를 먹는가' 하는 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물이 열매를 먹는다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무생물이 열매를 먹는다는 건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개개열매를 먹은 '총' 과 코끼리코끼리열매를 먹은 '칼' 이 있다..!?




'위대한 항로' 의 신기술로 '물건' 이라도 악마의 열매는 먹을 수 있다.

결국,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는 악마의 열매 능력전달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한가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능력자가 죽으면, 악마의 열매 능력은 더 이상 그 시신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죠.

작가는 SBS를 통해 '같은 시기에 같은 능력이 둘 존재하는 경우란 없다' 는 말로

능력자가 죽으면 악마의 열매가 재생된다는 암시를 주었습니다.

종합해보면

생물과 무생물에게는 있으나, 죽은 생물에게는 없는 것..

악마의 열매는 그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과연 그게 무엇일까요?





3. 악마에게 영혼을 팔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는 말을 하곤 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Faust)에서, 파우스트는 영혼을 걸고 악마와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요.

악마의 열매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열매의 본질은 "유혹" 입니다.

동물을 유혹하여 맛있는 과육을 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씨앗을 퍼뜨립니다.

악마 또한 소위 '악마의 유혹' 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유혹과 밀접한데,

일찍이 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선악과' 라는 금단의 열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악마의 열매는 그 자체로 강렬한 유혹입니다.

비슷하게 열매에 입을 댄 자는 자신의 영혼을 걸고 악마와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닐까요?


이쯤에서 브룩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은 망자의 땅으로 향하는 법이다'

원피스세계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은 망자의 땅(원문: 황천)으로 향합니다.

영혼을 계약의 매개물이라고 본다면,

능력자가 죽어 영혼이 망자의 땅으로 갈 때 계약이 종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650화에서 티치는 "능력사냥" 을 하고 있다고 언급됐는데,

능력사냥은 사람을 죽이고 능력을 훔치는 방법입니다.

당시 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까 의문이 있었습니다만,

능력자의 영혼이 황천(망자의 땅)으로 가는 것이 열매의 재생조건이라면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브룩의 영혼은 이 땅에 머물면서 에너지를 계속 뿜어냅니다.

이것은 브룩이 먹은 '부활부활열매' 의 특징으로,

악마와의 계약내용이 '영혼을 현세에 머물도록 하는 것' 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힘... 그건 내장이나, 근육이 아닌... 영혼이다'

악마는 브룩으로 하여금 영혼을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줬고,

여기서 우리는 악마 능력이 내장이나, 근육이 아닌 영혼에 깃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애니미즘적 시각으로 보면 생물과 무생물은 공히 영혼이 있으므로

악마와의 계약에 있어 둘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도 설명됩니다.

물건이 움직이는 건, 그 물건의 영혼이 가진 자유의사가 표출될 수 있도록

악마의 열매가 도움을 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마의 열매 자체엔 자유의사가 없음)

4. 영혼과 패기

앞서 생물과 무생물에겐 있지만, 죽은 생물에겐 없는 건 영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레일리는 패기란 전세계의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힘이라고 했죠. (覇氣とは全世界の全ての人間に存在する力だ)

그는 또 의심하지 않는 것이 강함이라고 말했습니다. (疑わないことそれが强さだ)

이는 곧 패기의 설명이기도 한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유동하는 자연계 능력자들을 어떻게 때릴 수 있겠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이런 의심들..

그것들을 떨쳐버리고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단단한 동전을 구부린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그건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만,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 '그건 쉽게 구부러지는 물건이야' 라는 암시를 주면



신기하게도 동전을 구부려버립니다.

이는 최면이 그 사람의 "의심" 을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쿵후보이 친미' 라는 만화에선 벼룩의 예가 나옵니다.

벼룩은 높이 뛰는 게 정상이지만, 상자에 갇혀 있다가 나온 벼룩은 상자 높이 밖에 뛰지 못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상자 속에 갇혀서 그만큼 밖에 뛰지 못하도록 적응한 채

상자 이상의 것은 철저히 의심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관련하여 원피스세계의 패기도 사전적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즉,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센 기상이나 정신'

브룩의 경우 그의 신체란 해골 뿐이므로, 그의 정신력은 영혼의 기작일 겁니다.

그런 그에게 패기가 있다면 패기는 영혼의 힘이라 가정할 수 있겠죠.



'인간은 살아 있기만 해도 몸에서 소리를 발한다고 하네'

패기(覇氣)는 이름에서 보 듯 어떠한 기(氣)입니다.

기(氣)란 활동하는 힘이자 숨쉴 때 나오는 기운으로..

'숨쉴 때' 라는 말은, 호흡을 하는.. 즉 '살아 있는 것' 과 관계 있습니다.

코비는 '머릿속에서' 라고 표현했는데요.

(물론 에넬은 전파를 읽어 실제 '대화' 까지 들을 수 있는 모양입니다만...)

앞서 브룩의 경우에서 언급했 듯, 정신이란 영혼과 맥락을 같이 하므로
 

견문색패기는 상대의 기를 감지하는 것이라고 상정합니다.

정신 = 영혼 = 기

그리고 무장색패기는 영혼의 의지를 실체에 구현하는 것으로,

애니미즘의 관점에서 모든 물건에도 영혼이 있으므로 예컨대 '무기에 패기를 둘렀다' 는 것은

자기 영혼의 의지를 무기의 영혼에 전이(轉移)시킨 것이라 상정합니다.

따라서, 화살이나 검과 총에는 패기를 두를 수 있지만 참격이나 레이저에는 불가능하리라 봅니다. (영혼간 의지의 전이)

마지막으로 패왕색패기는 개별 영혼이 가진 선천적 자질.

패왕색패기는 상대방의 영혼을 위압하고, 끌어당기는 것으로 상정합니다.

위압(威壓)은 크게 '기절' 과 '저릿한 느낌' 으로 나뉘는데요.

'기절' 은 "氣絶" 로서, 기(氣)가 끊기는(絶) 현상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넋이 나갔다', '혼이 빠졌다'..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인데,

작가는 SBS에서 상대와 자신 사이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저릿한 느낌' 은 상대와 자신 사이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없을 때 나타날 겁니다.

이렇게 위압은 전투에서 기선제압의 효과를 내리라 해석됩니다.

그리고 오른편 모비딕호의 난간이 부숴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무생물이 가진 기(영혼)가 신체(모비딕호)를 제어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반코프가 루피의 패왕색을 보고 한 말은 "끌어당김"

능력이나 기술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차례차례로 자신의 아군으로 만든다.

 

이 바다에 있어 저 남자는 가장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이른바 '왕의 자질' 로 불리는 패왕색패기의 또다른 힘은..

다른 사람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봅니다.

5. 비브르 카드의 원리

비브르 카드의 비브르 "vivre" 는

프랑스어로 1. 살다,살아있다 2. 생활하다,삶을 영위하다 3. 생계를 꾸리다

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1번의 '살아있다' 의 의미가 비브르 카드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살아있다'...

썩어서 해골만 남았던 브룩의 몸이 다시 '살아 있는 상태' 가 된 것은 그의 '영혼의 힘' 이었습니다.

따라서 생과 사를 나누는 기준은 영혼의 유무이며, 몸(육체)은 영혼이 관장한다고 볼 수 있죠.

비브르 카드도 그것과 연관지어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로라일당에 따르면 신세계에만 있는 것으로서 자기 손톱 조각을 가게로 가지고 가면,

그걸 섞어 특수한 한 장의 종이로 만들어 주는데 그것이 '비브르 카드' 라고 합니다.

이 설명에서 눈여겨 볼 것은 "손톱 조각" 인데요.

손톱 조각은 몸의 일부입니다.

윗 장면은 트라팔가 로우가 룸에서 해병들의 몸을 분리한 장면입니다.

해병의 몸은 공간상 분리되어 버렸지만, 분리된 몸의 감각을 여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몸이 공간상 분리되어 있어도, 여전히 영혼이 몸을 관장하고 있다는 것.

즉, 영혼이 황천(黃泉の國, 원피스세계의 저승)에 가지 않은 이상

분리된다고 해도 몸은 영혼의 관장 하에 있습니다.

(하반신남이나 머리남도 마찬가지겠죠.)

손톱 조각은 어떨까요?

역시 몸의 일부로서 영혼의 영향을 받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손톱 조각을 섞어 만든 '비브르 카드' 는 자신의 몸(육체)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겠죠.

(상디는 의외로 많은 걸 알고 있는 듯..)

덧붙여..

로라는 자기 엄마의 비브르 카드를 루피에게 줬는데요.

로라(Lola)는 'Charlotte 의 애칭', 빅맘 샬롯 린린과의 관계도 주목됩니다.

6. 애니미즘으로 본 각종 사례

총이나 칼에도 영혼이 있습니다.

하물며 '배' 는 어떨까요.



고잉메리호의 목소리는 단순한 환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로저가 '만물' 의 소리를 듣는다는 이 장면은 처음엔 패기가 아닐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패기란 생물에게만 해당된다고 여겼기 때문인데요.

무생물에게도 영혼이 있고, 머릿속으로 그 영혼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티치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악마의 열매를 두 개나 먹은 인간입니다.

악마는 영혼에 깃들고, 열매 두 개를 먹었을 때 악마끼리 싸워 몸이 폭발한다는 설정으로 볼 때

영혼과 악마는 일대일 관계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티치의 신체구조상의 이형(異形)은 신체적 특징과 함께 영혼이 둘이 있는 형태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루피는 영혼이 1개인 이상 열매 두 개를 먹는 건 불가능하겠죠.

덧붙여...

브룩의 대사 중에 또 하나 눈여겨 볼 만한 것이 있습니다.



'난 환상까지도 보여줄 수 있다'

(원문: 음악을 연주하면 보다 강하게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그 세계로 끌어들여 때론 환상마저 보여준다!!)

영혼을 단련하기 시작한 브룩이 도달한 경지로 보이는 영혼의 흔듬과 "환상".

우리는 이미 환상이란 걸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조로의 요검 '귀철' 을 이용한 공격인데요.

귀철은 칼의 영혼이 단련된 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7. 맺음말

애니미즘적 사고방식은 꿈과 죽음의 경험에서 추리되어 성립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가령 잠자고 있는 동안 몸은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도 멀리 떠나 있는 꿈을 꾼다거나,

또는 죽음 직후에는 외관상 아무 변화는 없으나 살아 있을 때의 상태와는 다른 것을 느낀다.

그래서 육체와 유리되어 활동하는 원리, 즉 영혼을 상정(想定)하게 되었다.

수면과 가사(假死)는 영혼의 일시적 부재(不在)상태이며, 죽음은 그 영원한 부재상태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고 난 뒤에도 영혼은 독립하여 활동하기 때문에 그것을 숭배하는 데서 종교가 비롯되었으며,

동물이나 나아가서는 자연물에까지 영혼을 인정함으로써 신의 관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 네이버 백과사전

원피스에 애니미즘이 반영됐나 안됐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작가들은 애니미즘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영혼이 있다는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만화이기 때문이죠.

<작성자 : T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