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영상은 김원봉 찬양 왜곡인데 베댓이 핵심
베댓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사 연구자입니다. 여러번 고민을 한 끝에 댓글을 남깁니다. 이전 영상들에서도 오류가 적지 않았으나 일반대중들이 쉽게 보시는 채널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칫 왜곡된 역사상을 전달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바쁜 와중에 신경써서 댓글을 남깁니다.
1. 1분 59초 황: "김원봉은 사회주의자들과 그렇게 많이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 사실이 아닙니다. 김원봉은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일제시기 사회주의 세력과의 연대 여부로 김원봉의 서훈에 대한 당위성을 호소하는 것은 독립운동사 전체의 관점에서 볼때 옳지 않습니다.
김원봉이 지도자로 있었던 항일독립운동단체들: 의열단-민족혁명당-조선의용대 전시기에 걸쳐서 김원봉은 사회주의세력을 포용하고 연대했습니다.
1921년 의열단 단장으로서 김원봉은 상해파 고려공산당과 합작을 결정하였고, 황포군관학교 재학시절에도 의열단원들은 국공합작의 분열과정에서 중국공산당 편에서서 무장봉기에 참가하였으며(1927. 7. 15~ 1927. 12. 12), 이후 국공의 결렬이후에는 조선공산당 출신 안광천과 제휴하여 북경에 '레닌주의 정치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열단은 계급혁명을 목표로하였던 조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민족의 독립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민족혁명의 한 방편으로서 사회주의자들과의 연대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구요. 강만길 선생님도 이 시기의 의열단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단체가 아닌 사회주의'적' 단체로 보고 계십니다.
이후에 김원봉과 안광천은 결별을 하게되고, 의열단은 독자적인 무장투쟁노선을 걷습니다.
조선의용대 시기를 볼까요? 조선의용대는 민족주의계열인 "민족혁명당"과 사회주의계열인 "조선청년전위동맹"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위동맹도 국내 조선공산당 출신의 허정숙, 한빈, 최창익등 세력으로 이루어진 정파였구요. 의용대 내부의 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김원봉의 태도는 1939년 9월 기강에서 열린 임정측과의 통일회의가 결렬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기강통일 회의는 복잡해서 짧게 줄이겠습니다)
김원봉은 관내지역 독립운동 좌파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조공출신, 중공출신의 사회주의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식민지사회에서 민족운동의 근간을 이루는 반제투쟁의 이념은 반자본주의를 경유하여 사회주의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았고, 또한 식민지사회에서 사회주의운동은 계급투쟁이 아닌 '민족투쟁'을 당면과업으로 삼았던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냉전을 거치며 이념대립이 고착화된 '한국의 현대사회'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맥락에 한정한다면 사회주의운동은 민족해방투쟁의 한 전략적 형태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원칙하에 계급혁명과 계급해방에 매몰된 '급진사회주의자'와도 뚜렷이 구분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김원봉의 서훈의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하여 "김원봉은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세력에게 많은 비판의 여지를 줄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독립운동사에서 사회주의를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제하 사회주의 경향의 독립운동(민족운동) 역시 마땅히 전체 독립운동사의 한 부분에 포함되어야 할 뿐 아니라 역사적 기여만큼 온당한 지위와 비중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 김두봉, 최창익, 무정은 김원봉의 밑에 있었고 이들이 조선의용대 화북지대를 결성하였고 이들이 옌안파가 되었다.
--> 설명에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1) 무정은 김원봉 밑에 있지 않았습니다. 무정은 한국인 중국공산당원으로 마오쩌둥과 함께 대장정까지 마친 골수 '중국공산당원' 입니다. 또한 민족성이 강한 최창익, 김두봉으로부터 화북의 조선의용군의 지휘권을 빼앗아오라는 중공 중앙의 명을 받고 1943년부터 1944년까지 정풍운동을 거치며 치열한 주도권다툼 끝에 조선의용군을 중국공산당군의 일부로 만드는데 일조하였던 인물입니다
합니다.
2) 조선의용대 화북지대는 김두봉, 최창익, 무정이 결성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최창익은 조선의용대 결성 직후 일주일만에 전위동맹계열을 데리고 의용대를 이탈하여 연안으로 건너가서 항일군정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무정은 중공당원이고 조의대 화북지대랑은 별 관련이 없는 인물이구요. 조선의용대 화북지대의 결성 동기는 중일전쟁기 한국독립운동과제가 주변화되고 중국항전의 과제만을 수행하게된데 회의감을 갖게된 조선의용대 내부의 대원들이 조선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화북으로 이동해서 투쟁하자는 내부 결정에 의해서 결성되었습니다. 중국 각 전구에 분산되어 활동하던 조의대 1지대, 2지대, 3지대 그리고 독립분대들이 몽땅 중경에 모여서 1941년 1월부터 북상을 시작해서 1941년 6월 화북의 태항산 지역으로 진출을 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1년간 활동을 한 끝에 조선의용대 화북지대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의용군'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3) 김원봉은 사회주의자들과 손잡지 않고 김구, 지청천, 조소앙이 있던 한국광복군에 합류하였다.
: 김원봉이 임정에 합류한 가장 중요한 동기는 김구 계열과 사상적으로 동질했기 보다는 앞서 설명드린 '조선의용군'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조선의용대의 '주력' (80%)는 화북의 태항산지구로 진입하였으나 중경에 잔류했던 인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임정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임정에 합류한 뒤에도 김원봉의 민족혁명당과 김구의 한국독립당은 연합국 대사관에 따로 지원 요청을 할 정도로, 극심한 대립과 반목을 지속하였습니다. (이전에 민혁당이 통일대당이던 시기에도 지청천, 조소앙이 민혁당을 탈당한 이유가 김원봉을 위시한 의열단계열의 전횡으로 인해서였죠)
황현필 선생님께서는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영향력이 큰 유튜버이시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중들의 역사상, 역사인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항상 선생님의 역사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깊은 존경과 사의를 표하면서, 앞으로는 영상을 만드실때 전문 연구자의 검수를 받아서 영상의 질을 높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각"의 문제가 아닌 "수준"의 문제를 언급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영상들은 이 시대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연구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 연구자들의 보편적인 인식과 동떨어져있는 내용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김원봉으로 영상을 만드는데 학계의 연구성과가 적절히 반영되어 있지 않는점이 아쉽습니다. 예컨대 강만길, 이정식, 한홍구, 염인호, 김영범 등등... 의열단과 김원봉의 항일투쟁사에 기라성과 같은 연구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책은 한 권도 언급이 없더라구요...(김전관장님의 책은... 완전 대중서입니다)
박태원의 약산과 의열단(의열단간사, 1차사료), 염인호 교수님 "김원봉평전" (1993), 김영범 교수님 "윤세주 : 의열단 민족혁명당 조선의용대의 영혼" , 강만길 교수님,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등을 읽고 영상 만드는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들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대중강의 찍는데 논문까지 찾아가면서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 정도 책은 읽고 김원봉과 의열단에 대한 영상을 만드셔야 합니다. 지금 영상의 내용은 주장만 있고 근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구독자이고 우호적인 입장에서 영상을 보는데도 이토록 많은 오류가 발견되는데 선생님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되었을때 많은 비판에 직면하실 수 있습니다.
현대사 부분에 대한 지적은 지면관계상 하나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김원봉 동향의 서술, 분단정국의 상황인식에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확인하고 정정하셔야 합니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전문연구자집단에서도 선생님의 영상을 본다는 점을 알아주시고, 앞으로 영상을 만드실때 신경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건승하십시오.
-
한국사 전문 공부하시는 분이라서인지 잘못된 것을 그냥 역사적 사실만 갖고서 딱딱 지적하시네요.
시각의 문제가 아닌 수준의 문제. 이것도 핵심이네요.
저 분이 워낙 신사라 나름 좋게 돌려서 말씀하고 계시지만 핵심은 김원봉, 저런 인간을 빠는 사람들은 진짜 자기 수준을 알아야 할 듯.
추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