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日月) : 유치환 시
일월(日月) : 유치환 시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쏘냐. //
머언 미개(未開)ㅅ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憎惡)를 예비하였나니. //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이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쏘냐. //
* 감상 : 시적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고 삶에 대한 열정과 열애로 삶을 살겠다는 시적 화자의 의지가 돋보이고 있다. 여기서 ‘일월’은 생명이 계속 불타는 생명의 본원체, 우주, 절대자의 상징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