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農舞) : 신경림(申庚林) 시.
농무(農舞) : 신경림(申庚林) 시.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감상 :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농무]의 표제시인 이 작품은 농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따스한 사랑의 눈길로 농민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