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신석정
하늘가에 붉은 빛 말없이 퍼지고
물결이 자개처럼 반짝이는 날
저녁해 보내는 이도 없이
초라히 바다를 넘어갑니다
어슷어슷 하면서도
그림자조차 뵈이지 않는 어둠이
부르는 이 없이 찾아와선
아득한 섬을 싸고돕니다
주검같이 말없는 바다에는
지금도 물살이 웃음처럼 남실거리는 흔적이 뵈입니다
그 언제 해가 넘어갔는지 그도 모른 체하고―
무심히 살고 또 지내는
해∼ 바다∼ 섬∼ 하고 나는 부르짖으면서
내 몸도 거기에 선물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