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 김광림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종삼(宗三)*은 덤을 좀만 누리다 떠나갔지만
피카소가 가로챈 많은 덤 때문에
중섭(仲燮)*은 진작 가버렸다
가래 끓는 소리로
버티던 지훈(芝薰)도
쉰의 고개턱에 걸려 그만 주저앉았다
덤을 역산(逆算)한 천재들의 밥상에는
빵 부스러기 생선 찌꺼기 초친 것 등
지친 것이 많다
그들은 일찌감치 숟갈을 놓았다
소월(素月)의 죽사발이나
이상(李箱)의 심줄구이 앞에는
늘 아류들이 득실거린다
누군가 들이키다 만
하다 못해 맹물이라도 마시며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