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췄다-원무현
절간 진입로바닥에 엎드려 수레를 미는 사내 앞에
환경정화 단속원이 떴다
이제 겨우 마수걸인데
해넘이까지는 한참 멀었는데
도망치지 못하고
죽은 듯 꿈쩍도 않고 있다
뒤로는 부처님 품안이요
옆으로는 숨기 좋을 과수원이지만
저 너머 집에선
달빛 아래 삼겹살 파티를 기다리며
어린것들이 목을 뽑지만
진퇴양난
없는 다리 노릇을 하는 뱃가죽 밑에는
지구가 놓여 있는데
한 뼘 한 뼘 굴릴 때마다 달이 가까워오는
(원무현·시인,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