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오해하고 있는 기무치 선동.jpg
우선 논쟁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시간순으로 정리해 본다.
1. 한국에 김치가 있었다.
2. 일본에 김치가 퍼졌다.
3. 일본은 김치를 기무치라 불렀다.
3.1 일본에는 ㅁ받침이 없어서 김치라고 발음하고 싶어도 못 한다.
3.2 그럼에도 여전히 기무치는 한국말이지 일본말이 아니다. 피자를 한글로 썼다고 한국말 되는 게 아니듯이. (외래어 개념은 일단 논외로 하자)
4. 일본에 아사즈케라는 절임류가 있었다.
4.1 맵지 않게 아사즈케식으로 담근 김치가 일본 김치 시장에서 주류가 되었다.
4.2 일본식으로 변형한 김치를 일본식 발음인 kimuchi라는 이름으로 외국에 팔기 시작했고 시장 점유율이 엄청나게 커졌다.
5. 한국에서는 일본이 김치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걸 경계함과 동시에 김치의 영문 명칭을 기무치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6. 때마침 일본이 자기들식 김치를 국제표준화하려는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국에서 보도되기 시작한다. 1994년 5월 31일, 제9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아시아지역 조정위원회 회의 직후 보도.
6.1 보도에 따르면 CODEX를 상대로 한 일본의 로비는 1986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얼마나 극비리였는지 무려 8년 동안이나 이 사실을 몰랐던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6.2 보도의 진원지는 9차 위원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김일환 박사의 발언. '본인이 86년 당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게 보도 근거였다.그럼 그때는 왜 가만있었을까?
6.3 이 보도는 초기엔 대부분 '횡설수설(동아)', '마이동풍(경향)' 등 가십 코너에서 다루었으며, 당시 조선일보에서도 사설에서 '사실의 진위도 궁금하지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였다.
7. 지난 8년간 준비했다는 일본에 앞서 한국 정부는 갑자기 1995년 안에 CODEX 제출을 목표로 김치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할 것을 공식 선언한다. (1994년 6월 1일 보도. 직전 보도와 하루 간격)
7.1 이제 한국 언론의 보도는 '물밑 작업이 86년부터 있었다' 수준이 아니라 '86년부터 일본측이 위원회에 김치 표준화를 제안했다'로 노골화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이 역시 86년 일이라면서 94년에서야 최초 보도된 건 말할 것도 없다.
7.2 일본이 '김치'를 등재하려 했다, '기무치'를 등재하려 했다, '조선쓰케'를 등재하려 했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당분간 계속 이어진다.
8. 한국 정부는 공언한 대로 1995년 12월 18일 CODEX에 김치 표준안을 세계 최초로 제출한다.
8.1 요 1년 반 동안 일본측 최신 동향은 보도된 바 없다. 물론 한국에 앞서 표준안을 제출한 사실도 없다.보도에 따르면 벌써 9년짼데.
9. 1996년 1월 26일, 한국측 김치 표준안이 후에 있을 제10차 CODEX 회의에서의 정식 의제로 채택된다.
10. 1996년 3월, 제10차 CODEX 아시아 회의 개시. 처음으로 김치 규격의 국제적 논의가 시작된다.
10.1 농림수산부가 일본측에 김치 규격안 협상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김치 최대 수입국인 일본에 대한 김치 수출 증대를 노린 배경이 있었다.
10.2 일본은 일본대로 자국내 김치 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김치 규격 초안 작성에 한국과 공동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11. 1996년 6월 4일, 제43차 CODEX 집행이사회 개시.
11.1 같은달 12일, CODEX 집행이사회에서 김치의 규격화 추진을 승인했다고 농림수산부에서 발표. (CODEX 규격화 8단계 중 제1단계 통과)
12. 1997년 3월부터 9월까지 한일간에 4차례 초안 협상이 열림. 한국안을 기초로 일본측과 산도, 염도, 자연발효 여부 등을 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후에도 일본이 별도로 '기무치'라는 이름의 식품명을 등재 신청한 바는 없다.
13. 1997년 12월 16일, 제11차 회의 개시. 한국측이 일본과의 공동 작성 초안을 제출.
13.1 이 초안에 반영된 일본측 주장에는 자연 발효가 아닌 구연산 첨가 김치(즉 아사즈케 김치)도 규격에 포함시킨다, 붉은색 파프리카 색소 첨가를 허용한다 등이 있다.
13.2 kimchi 명칭은 이미 이 한일 공동 초안 단계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13.3 같은달 20일, 초안이 기타 각국 동의를 얻어 그동안 kimchi, kim chee, kimuchi 등으로 제각각이었던 김치 표기를 CODEX 회의에서 kimchi로 통일하기로 했으며 산도도 한국안대로 결정됐다고 외무부에서 발표. (제4단계 통과)
14. 1999년에 와서야 국내에서 구연산 첨가 김치가 문제가 되었고, 김치 표준이 일본식으로 결정될 예정이라 자연 발효식 한국 김치가 끝장나게 생겼다는 보도가 한국에 나간다.
15. 이에 한국 정부는 1999년 10월 18일, 아사즈케는 발효식품이 아니므로 김치로 인정할 수 없다고 2년만에 일본에 통수를 시전.
15.1 이후 규격 조정 단계에서 아사즈케가 제외됨에 따라 아사즈케 김치 좆망. kimchi라는 이름을 달고 팔 수 없게 됨.
16. 2001년 6월, 제24차 CODEX 총회 개최. 한국식 김치가 최종 규격 심의 통과. (전 8단계 완료)
여기까지가 김치 등재 과정의 전말이다.
이제 한국 언론의 기무치 왜곡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면
1. 아사즈케 자체는 일본 전통 겉절이류의 통칭이다.
2. 일본은 아사즈케식으로 담근 김치를 아사즈케의 일종으로 보았다.
2.1 일본 입장에서 보면 결국 아사즈케 김치(혹은 화풍 김치라고도 함)는 퓨전 음식인 셈이지만 한국이 이를 곱게 볼 리 없었다.
2.2 일본이 김치를 일본 전통 음식이라고 우긴다는 얘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3. 김치 표준 대결에서 논쟁이 됐던 건 이 '아사즈케 김치'가 김치냐 아니냐였지 아사즈케 자체를 일본이 어쩌려고 한 게 아니었다.
4. 이런 일본의 아사즈케를 한국에서는 한술 더 떠 단순히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아사즈케를 기무치로 만들어 버린 건 다름아닌 한국이었던 셈.
이렇게 한국에는 한국에서만 통용될 정체불명의 '기무치'가 탄생했다.
일본에서 무슨 김치를 만들던 그건 우리한텐 기무치라는 거다.
또한 한국 언론은 끊임없이 일본산 김치를 굳이 '기무치'라고 부르면서 김치 vs 기무치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고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란 이름으로 바꾸려고 한다' 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뿌리깊게 주입시켰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과정이다.
일본이 아사즈케 김치를 김치 표준에 포함시키려 한다. -(한국 언론 필터링) -> 일본이 기무치를 김치 표준으로 만들려 한다. -> 일본이 기무치를 정식 명칭으로 삼으려 한다.
간단요약
- 일본 아사즈케 김치가 kimuchi란 이름을 달고 세계 시장에 팔림.
- 한국 내에 위기감이 돌 무렵 마침 일본이 야비하게도 기무치 등재를 8년이나 준비하고 있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보도로 나감.
- 이를 계기로 한국이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자 부랴부랴 김치 국제 규격화 작업에 들어가고 일본에 협상을 제안.
- 협상 결과 명칭은 한국어 kimchi 로 통일하고 기준에는 일본안을 수용해 구연산, 파프리카 색소 등을 허용하기로 한 초안이 채택됨.
- 일본 통수맞고 아사즈케 김치 좆망
- 한국 김치가 표준 규격이 됨.
- 한국에선 아직도 일본이 kimuchi 명칭을 등재하려 했다는 소문을 사실로 굳게 믿고 있다.
결론
- 일본은 기무치를 CODEX에 등재 신청한 사실도 없고 김치의 공식 명칭을 kimuchi로 하자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기무치를 한국음식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김치를 파오차이 자국 것이라 주장하는 중국에 욕 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치를 기무치라 발음 한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사람들에게 다꽝을 단무지로 라멘을 라면으로 스시를 초밥으로 해외 수출하면서 K-푸드 이러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발음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다꽝을 단무지
베니쇼가를 초생강
스시를 초밥
라멘을 라면
돈가츠를 돈까스 등등등 뭐 따져 보면 끝이 없죠.
이렇게 조금만 깊게 생각해봐도 의문점이 들 수 있는데 당시에도 지금에도 그러지 못 하고 철썩 같이 믿으며 선동 당하는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말해서 인정하기라도 해주면 다행이지.
어떻게 해서든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일본이 나빠' 사고에 사로 잡혀 비추 폭탄 날리면 자기 합리화 하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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