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3개월해보니 느낀점
1. 의외로 주변에 백수가 많음.
직장 다닐때는 다른 사람도 다 직장인일 줄 알았는데
내가 백수가 되어보니 마치 공기와도 같았던 백수의 존재가 보임.
일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끼리 알아보는 것 같음.
2. 직장 생활이란, 투입하는 노동력과 노고에 비하여 아웃풋이 너무 적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미어터지는 대중교통 타고
회사에서 죽어라 하기 싫은 일하며 진상들과 머리 맞대고
온갖 꼰대질, 갑질 감내하면서 이것만 해도 중노동인데
거기에다가 성과까지 내라고 압박을 함.
이미 죽어라 뛰어가고 있는데 거기에 저승사자 셋넷이 달라붙어
더 안뛰면 죽는다고 추격해오는 것 같음.
이 모든 것을 치러야 하는 이유가 단지 돈을 번다는 이유라면
개인은 희생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음.
3. 사실상 고정급여 없는것만 빼고는 파라다이스임..
아침에 햇살받고 일어나 커피 마시며 창밖에 분주하게
지하철역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보면서 아주 묘한 감정이 듦.
4. 한창 회사 다닐때는 조직사회에서 이름 날리고 성공하고 싶은
욕구로 달렸던 것 같은데 회사를 그만 두니 그런 것이 매우 덧없게 느껴짐..
나는 그때 어떤 주술에 걸려 있었던 것 같음.
국가와 사회가 시키는대로 학교에선 공부 열심히 하고
군대에선 자신을 희생하여 상관과 조직에 충성을 다하고
회사에선 죽어라 일을 하면 이 사회가 그 보상을 해준다고 믿었음.
하지만 그런 믿음 자체가 맹목적의, 알게 모르게 모두가 의문도
가지지 않은채 따라가는 일종의 신기루이자 환상이 아니었나 생각이 듦.
5. 일단 결혼과 주변 시선을 포기하니 모든게 편함.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할 이유도 못 느끼고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하기에는 물론 모자라지만
직장 다닌다고 해서 풍족하지도 않았음.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 사회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들
결국 다 남들 눈 의식해서 했던거임.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던지 말던지.. 내 삶 즐기는게 좋음.
6.하지만 일은 있어야 하겠음.
꼭 직장에서 일하는게 아니더라도
돈 나오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무언가 자신의 정력을 쏟고
활발한 육체/정신적 활동을 하도록 태어난 것 같음.
일이 주는 즐거움은 사람이 안락하게 쉴 때 느끼는 편안함과
그 가치가 비슷한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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