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관련 논쟁이 많네요...
드래곤볼 팬으로서 개인적으로 확실히 GT는 오리지날이나 Z 혹은 카이에 비해 다시 보게 되거나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잘 안 드는 작품이긴 합니다.
또한 다시 보게 되더라도 긴박감이나 흥미도가 떨어지고 때로는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죠. (이 부분은 아무래도 GT가 애니메이션 원작이다보니 그런 것으로 일부 생각합니다. Z의 경우도 만화책 원작과는 달리 이야기를 질질 끌거나 별로 상관없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지루하거나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그러나 드래곤볼이라는 타이틀의 후광 때문일지는 모르나 GT 나름대로의 재미는 분명 있었다는 생각이며 'GT는 쓰레기, 망작'이라고 얘기하거나 더 나아가서 마치 'GT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작품'인양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견해입니다.
커뮤니티 문화의 특성인지 아니면 요즘 언어 사용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쓰레기', '망작' 등의 용어는 상당히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인데, GT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정말로 그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과 감상평을 갖고 계신 것인지 아니면 그저 GT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적인 용어를 빌려서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계신 것 뿐인지가 참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가상 세계를 놓고 지나친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는데, 특히 '일반적으로' 비현실적 세계관을 다루고, 철학적 혹은 사회적 의미보다는 흥미유발을 목적으로 하여 창작되는 '만화'의 경우 다른 창작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토리 구성 및 작품 설정 등이 완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오류'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여럿 존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때로는 해당 설정을 오류로 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죠.)
이 '오류'라고 하는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다보면 사실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미비한 것들인 경우가 많지만 현실 세계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잣대를 작품 세계에 들이대다 보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입니다.
물론 매니아층으로 불릴 수 있는 팬들의 경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겠고, '츄잉'이라는 커뮤니티도 그런 점에서 소통의 장으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작품에 대한 '팬심' 혹은 '개인관'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기 의견 표출'이라는 명목 하에 작품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견해를 지나치게 타인에게도 주입시켜서 일반화하려는 노력을 한다든지 동시에 자신의 평가와는 다른 타인의 견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때로는 이에 지나치게 반발하여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나름 흔히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 일반적으로 '작품성', '대중성', '상업성'을 이야기하는데 이 세 항목은 서로 중첩되는 특성이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는 각각 다른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술적으로, 문학적으로 의미가 있고 훌륭하여 작품성은 높다고 할지라도 다수의 입맛을 자극하지는 않아 대중성은 떨어질 수도 있고, 다수가 좋아하여 대중성은 높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관련 상품들의 판매로까지 직결되어 반드시 상업성까지 높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 받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때에 따라 3가지 항목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반면 1, 2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좋은 평가를 받고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관련 분야의 (이론적)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작품의 '작품성'을 전문적,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어지간한 매니아들도 힘들다고 봅니다. (때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동일한 작품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도 발생하죠.)
즉 커뮤니티 상에는 작품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만이 존재할 뿐이며 이는 개인의 '주관적 취향'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것이고, 대중의 한 명으로서 '대중성'을 논하는데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본인의 개인적 견해가 이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또한 여러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수의 의견을 관찰하여 '대중성'에 대한 추측을 해 볼 수는 있을지언정 이 역시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며, 특히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해당 작품에 관심이 많은 매니아층 혹은 특정 팬층에 국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일반화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상업성'에 대해서는 관련 상품들의 매출 등을 통해 하나의 수렴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결국 커뮤니티 상에서 작품에 대해 본인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든 대부분의 경우 그저 개인의 취향에 근거한 주관적 평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자신과는 다른 취향과 견해를 가진 타인을 설득하기엔 객관성과 합리성이 부족하여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혹은 이와는 상관없이 출처가 불분명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 몇 가지를 근거로, 또는 확인된 사실 몇 가지를 그저 주관적 판단에 따라 조합하여 도출한 내용을 갖고 맹목적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을 펼치는 행위는 상당히 불쾌하고 오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호 간 의사소통이라는 '커뮤니티'의 존재 목적에 알맞게 공개적 장소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를 드러내는 과정과 표현에 있어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또한 자신과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들에 대해 인정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나와는 다른 의견에 대해 또 다른 의견 표시를 할 수는 있겠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본인의 의견만이 사실이고 진리'인양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설사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스스로 합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과연 그것이 객관적일 수 있는지, 또한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질 만한 여지가 조금이라도 없는 것인지에 대해 곱씹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친 반말 사용'과 '자극적, 극단적 용어 선택'이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커뮤니티 문화의 특성 상 이는 감안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글을 남기는 제가 오히려 더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특히 근래 들어 지나친 논쟁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아서 한 번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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