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밖에서 초딩들을 보고 혼자 오열했다..
원피스를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접했다. 그 이후 나는 등교할때 빨간색 나시, 챙 달린 모자, 쪼리 슬리퍼만 고집하였다. 각 반 짱들에게 맞짱을 신청하였고 루피처럼 모두 쓰러뜨려 전학생이였던 나는 한 달도 되지 않아 결국 전교 1짱이 되었다. 전학을 오기전에는 소심한 성격 탓에 괴롭힘도 당했지만 새로운 학교에서는 인싸가 되었다. 흑백으로 느껴졌던 내 인생에 밝은 색감의 물감이 채워진 느낌이였다. 그때부터 나에게 원피스는 성경책이였다.
중학생이 되었다. 첫 날에 모두에게 꿈이 뭐냐는 담임 선생님 질문에 아주 큰 소리로 "해적왕"이라고 대답하였다. 친구들은 크게 웃었고 장난을 친거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나를 앞으로 불렀고 빗자루로 엉덩이를 때려 학교 첫 날 부터 내 엉덩이에는 큰 피멍이 들었고 제대로 찍혔다.
싸움좀 했던 친구들은 서로 뭉치기 시작했고 그 일찐무리에는 나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 친구들은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약한 친구들을 괴롭혔다. 나는 그런 꼴을 볼 수 없었다. 루피였다면 이런 광경을 목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반 동급생에게 빵 심부름을 시키는 친구를 목격한 나는 정색하며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고 결국 사이가 틀어졌다. 그렇게 일찐 무리에 내부균열이 생겼고 서열정리는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나는 초등학교때 싸움 좀 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무리에 속하게 되었지만 담배도 술도 욕도 안하고 원피스 같은 만화 얘기만 주구장창하는 나는 이미 친구들에게 이상하고 눈엣가시같은 존재였고 결국 내 뒤에 서준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여기서 돌파구는 내가 학교 짱이 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악의는 없지만 우리 무리에서 암묵적으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친구에게 맞짱을 신청하였다. 그 친구는 뼈대부터 장사체질이였다. 하지만 루피도 알비다를 쓰러뜨렸듯이 나도 기세로 밀어붙이면 될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다.. 턱에 어퍼컷이 들어오기 전에는..
나는 아주 잠깐 기절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애들이 그만하라고 내 앞에 막아서고 있었고 그런 나를 보고 쪼개는 친구들이 보였다. 내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무력하고 한심하게 느껴져서 다시 싸우겠다고 일어났다가 4대를 더 맞았고 고막에 손상이 갔는지 귀에 삐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서 나도 모르게 기권을 선언하였다.
그맘때쯤 내 학교 생활은 지옥이 되었다.
나보다 약한 친구들마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그들 편을 들어주던 내 자신이 멍청하다고 느껴졌다. 일찐무리들은 틈만나면 우르르 몰려와서 나에게 욕을하였고 짖궃은 장난을 쳤고 여자아이들이 그걸 막아서줬다.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던 찐따였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나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 무렵 나는 성경책처럼 여겼던 원피스를 끊었다. 에니에스로비편으로 기억한다..
모두가 날 비웃는 것 같아도 조용히 앞자리에 앉아 공부만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첫사랑인 여자아이가 일진무리의 친구와 사귀는 것을 보았고 집에서 오열하였지만 신경쓰지 않는 척 했다.. 그렇게 내 성격은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했고 공부만 하는 괴짜가 되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두를 거부하였고 한 명의 친구도 두지않았다. 나의 세상은 흑백이였고 나는 숨만 쉬는 시체였으니깐..
고등학생이 되었고 드디어 날 괴롭히던 일진무리와 작별할 수 있었다.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니깐 일진놀이한다고 나대던 친구들 마저 책을 폈다. 내 성격은 다시 밝아졌다. 그 시기에 다시 원피스를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중학교 시절 내 첫사랑이였던 여자아이가 그 일진 남친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충격에 눈 앞이 새하얘졌다..
당시 내가 약해서, 찌질해서 결국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미안함이 생겼다. 그때부터 강해져야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학교가 끝나면 헬스장을 갔고 MMA 체육관을 갔다. 분노를 표출할 방법이 운동밖에 없었다. 결국 고2~고3 시절에 공부를 하지 못했고 대학교를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UFC 세계 챔피언의 꿈을 갖고 성인이 되어서는 횟집 알바를 하며 운동을 하였다. 나도 루피처럼 언젠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계 챔프는 무슨 .. 국내 대회에서도 챔피언은 될 수 없었고 나는 결국 후방십자인대 파열로 격투기를 관두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재수학원에 들어갔고 대학교를 들어갔고 현재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다.
나의 세상은 현재 흑백도 밝은 색감도 아닌 회색 빛이다. 좋지도 싫지도 않는 그저 그런 인생이다... 오늘 나는 그저그런 한 해를 마치고 한 살을 더 먹은 아저씨일 뿐이다....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쯤 보이는 아이 두명이 "나는 루피" "너는 조로" 이러면서 노는 것을 보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너무 치열하고 힘들어서였을까? 과거가 그리워서였을까? 술 김이라 부끄럽지 않았다. 엉엉 울었다. 이렇게 울어본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울고나니 내 마음속의 소년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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