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를 듣보잡 취급하는 자체가 열등감의 발로이죠.
토오츠키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곳에 다니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상당할 겁니다.
거기다가 토오츠키의 학생 상당수는 유명 요리점, 그러니까 요리 명문가의 후계자 위치에 있죠.
라이벌이나 조연급의 실력자들을 빼면 실력보다 자신의 배경에 더 취해있는 듯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실력과 배경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몽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들의 집안과는 비교도 안되는 동네의 허름한 정식점 아들이 냅다 선언한 겁니다.
'니들한테 질 생각은 없다. 여기(토오츠키 학원)는 그냥 내 꿈을 위해서 거쳐가는 발판에 불과하다.'라고 말이죠.
자신들의 실력과 배경에 대한 자부심만큼, 아니 그보다 더 토오츠키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그들에게 있어서
소마의 선언은 그야말로 온갖 패드립을 곁들이면서 싸우자고 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여기서 대다수 학생들은 소마에 대해 동네 정식점 아들이라는 선입견에,적대감까지 추가됩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무시하던 이 동네 정식점 아들 놈이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계속 승승장구 어느 덧 1학년 톱의 자리를 넘보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있습니다. 메구미와 관련된 건데, 사실 메구미와 소마는 비슷하다면 비슷한 경우입니다.
메구미는 긴장으로 실력발휘를 못해서 남들에게 과소평가 당하고 있었고, 소마는 출신때문에 과소평가를 당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둘이 실력을 보여주자 다른 학생들이 보여주는 반응을 극과 극이었습니다.
메구미가 쿠로키바와 싸워서 아깝게 패했을때, 사람들은 그녀에게 박수를 쳐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그녀의 실력을 인정한 거죠.
반면에 소마가 결승전에 올라갔음에도, 심지어 그 나키리 엘리스를 꺾고서 올라갔음에도 여전히 소마는 과소평가당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 걸까요?
우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소마가 시작부터 어그로를 끌고 적대감을 쌓았기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실력이 있다거나, 뭔가 성과를 냈다고 인정하는 것을 몹시 어려워합니다.
당장 저를 예로 든다면,
만약 유럽의 명문 구단에서 정성룡을 영입했다는 기사가 난다면,
저는 정성룡의 실력을 인정하기보다는 해당 구단의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거나, 스카우터의 안목부터 의심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토오츠키의 학생들도 소마를 싫어하고 적대하는 감정이 너무 강해서 소마의 실력을 인정하기 '싫은' 겁니다.
소마가 우승해서 1학년 톱이 되는 것 보다는 딱히 밉보인 것도 없고 뭔가 특출난 재능을 가진 하야마나 쿠로키바가 톱이 되는 것이 더 좋은 거죠.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들의 위에 서는 것 만큼 싫은 것도 없으니까요.
또한 소마가 바라보는 것이 톱의 자리라는 것도 한몫을 할 겁니다.
메구미처럼 적당히 8강 정도에서의 승리라면 다들 박수치고 '오, 제법 하는데?'하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결승까지 올라가면 문제가 다릅니다. 자신들이 과소평가하던 녀석이 어느 덧 톱을 노리는 거죠.
만약 메구미가 결승까지 올라갔다면, 8강전의 반응과는 달리 메구미의 실력을 폄훼하는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적당한 위치에서 실력을 보이면 환영받고 격려받지만, 너무 튀면 미움받는 법이죠.
글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이겁니다.
토오츠키의 학생들은 소마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마의 실력을 애써 폄훼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그렇게 과소평가하고 또한 그렇게 싫어하는 녀석이 톱에 들만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거죠.
그것은 열등감의 발로이자, 적개심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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