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상층부의 목적은 잘 모르겠지만 와슈의 목적이라면
사실 대강 짐작이 갑니다.
그러니까 왜 구울 + 인간의 혈질 사업을 반복했느냐.. 하는 것인데,
원래대로라면 나중에 비장하게 똥폼 잡으면서 쓰려고 했던 글이지만 3부가 행여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하여
지금 간단하게만 정리해둡니다.
A.
우선 V기관의 모티브 중 하나가,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초국가적 권력기관인 '제레'에 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제레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 속에서 네르프라는 실행기관을 만들어 '인류 정의 실현'이라는 명분 아래
좁게는 일본, 넓게는 UN의 모든 권력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세계 전체의 비선실세 정도로 묘사됩니다.
여기서 네르프는 제레의 존재를 감추고 + 제레에게 정당성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며,
수많은 정의감 넘치는 남녀를 끌어모아 선동하였죠. 작중의 V기관 ↔ CCG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부분입니다.

(제레 조직의 심볼. 생명의 시조 릴리스의 '얼굴'에 붙어있는 문양이다.
작중에서는 용의 '이름'인 바스케(Vasuke)를 조직의 명칭(V)로 활용하는 것으로 적절히 오마쥬했다.)
이들 조직은 전 세계에 지부를 두고 있지만, 가장 중요시되는 거점은
- 제레의 수장의 출신 국가인 독일, 그리고 여기에 위치한 구 '게히른' 연구소와
- 생명의 시조, 인류의 기원인 '릴리스'가 지하에 매장되어 있다고 하는 일본의 네르프 본부가 있다고 해요.
도쿄구울에서는,
- '게헤너'가 운영하던 GFG 연구소와,
- 생명을 낳는 '용'이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일본의 CCG 본부가
구울 대책의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인식되곤 하였습니다.
찾아보면 공통점은 더 있지만, 일단 잡설은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이쯤만 다룹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제레라는 집단의 목적은 무엇이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레의 노인들'이라고 불리우는 최고 간부 다섯 명은,
인류의 혈통에 담긴 원죄의 씨앗이 문제라며, 그것을 씻어내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합니다.
그걸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였고, 온갖 반인륜적인 죄를 범하게 되었죠.
즉, 제레에게 있어서 이 무차별적인 학살 행위는 곧 '속죄'를 위한 의식이며, 그러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1.종족의 선조가 떠넘긴 원초의 죄
2.그걸 씻어 속죄하고 싶어하는 후손의 가계
3.속죄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반인륜적 행태
정도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B.
그렇다면 이 광신자 집단이 와슈 가문과 어떤 관계인가?
에반게리온에서 말하는, 또 제레가 생각했던, '죄의 씨앗을 품은 인류'의 모습은
도쿄구울에서 설명하는 구울들의 모습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합니다.

실제로 작중에서 구울은 '죄의 상징'으로 표현되며, 이는 1부 초반부터 마도 쿠레오, 아몬 코타로, 요모 렌지, 요시무라 쿠젠 등의
많은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은유된 바가 있었습니다. 안테이크전에서 요시무라가 등장하여 전투를 시작하는 화의 제목도 '원죄'였죠.
카네키가 구울들의 예수로 표현되었던 것 역시, '인류의(=구울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희생한 순교자'라는 소재에 충실한 것이며,
또한 인류의 기원이자, 제레가 생각했던 죄의 시작점인 도쿄 지하의 릴리스,
그리고 구울의 기원에 한없이 가까운 형태(용)로서 도쿄 지하에 매장된 나가라자 등의 유사성을 찾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이 경우 [구울 = 죄를 품은 인류], 즉 [구울의 피 = 죄의 씨앗]이 되는 셈이며,
그렇다고 한다면, 와슈 가문의 [구울 피 씻어내기 작업(인간이 되고자 함) = 속죄 행위]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종의 이유로 와슈는 자신들의 조상과 피에 대해 상당한 죄책감과 죄의식을 가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즉, 작품 전반 내내 발견되는 와슈의 삽질, 이를테면 반인간 양산, 인간과 구울의 혈질, 그외에 온갖 인체실험 등의
갖가지 잔혹한 만행들은, 모두 와슈 가문이 가진 집단적 죄의식의 발로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C.
비단 에반게리온과의 연계를 주목해서만이 아니라,
이에 대한 묘사는 작품 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에 관해 정리합니다.
ⓐ.

와슈 가문의 일원이며, 가문의 광신적인 분위기에 누구보다도 많은 피해를 입었던 리제를 화자로 한 수기 :
https://blog.naver.com/account2000/220847651410
- 에서는,
贖罪のために殺人を辞さない神
속죄를 위해서 살인을 서슴치 않았던 신
に、そっくりなあなたがた
을, 꼭 닮아있는 당신들.
이라는 구절을 통해,
- '죄의 기원이 되는 종족의 시조' (에반게리온 : 릴리스 / 도쿄구울 : 구울의, 혹은 와슈의 시조) , 즉 '신'과
- 그 신을 닮은 후손들이 '속죄'에 광신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이 수기의 화자와 일러스트가 리제라는 것을 통해, 용과 와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대강 유추할 수 있었죠.
ⓑ.
에반게리온에서는, 인류가 품은 원죄가, 종족의 선조인(인간 입장에서는 신인) '릴리스'로부터 계승되어 왔다고 말합니다.
츠네요시 역시 반인간 사업, 일족 단명의 저주 모든 것이 '선조'로부터 계승되었다고 말하죠.
선조라는 자가 대체 과거에 무슨 짓을 했길래 가문 대대로 저런 병적인 죄책감에 휩싸일 정도인가, 잘 모릅니다만
적어도 도쿄구울에서도 구울이라는 종 자체를 근절되어야 할 죄악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그 씨앗은 그 기원(=용)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의미에서는 '선조로부터 계승된 죄'이며, 이 논리대로라면 물론 모든 구울이 죄인인 셈이지만,
아예 죄의 시작이 되는 용의 피 자체를 물려받고 태어나는 유일한 민족인 와슈 가문은 다른 어떤 구울보다도 훨씬 무거운 죄를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강박적으로 인간과 구울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집착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죠.
D.
다만 에반게리온과는 달리 도쿄구울의 세계관에서 V의 역사는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습니다.
그게 도쿄구울과 에반게리온의 차별화되는 점일텐데, 이걸 언급하지 않고 완결설이 솔솔 나오고 있으니 많이 안타깝습니다.
당장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뻗치고 있음을 묘사한 제레, 언급상으로는 그렇다고 하는 작중 V기관의 묘사와는 달리
V기관에 속했다고 하는 와슈 가문은 어디까지나 일본 내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세력이라는 점부터가 문제가 되죠.
이 때문에 V기관 내에 와슈 이외의 세력, 와슈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소위 '높으신 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그게 바로 우리 작가님께서 작품 내에서 풀어주셔야 할 이야깁니다만.. -_- 믿..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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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3부가 있다는 가정 하에서겠지만요.
어쨌든 반인간 출신 / 직계 출신이 각각 하나씩은 살아있어야 이야기 진행이 유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V기관의 독일 측 요원들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V와는 별개의, 와슈만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결국 같은 와슈 출신이 아니고서야 말할 수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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