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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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관한 후기냐면, 이 하이퍼링크 게시물에 관한 후기.

지금까지는 후기를 작성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라서 몇 글자 적어보려 함.

후기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넋두리에 가깝겠지만.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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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만화 제작 중이라는 사실을 3월 1일에 미리 밝히긴 했지만, 아마도 이렇게 의심한 사람들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함.

'이 새끼 분명히 첫 번째 경기에서 만화가 나오고 나니까 위기감을 느끼고 부랴부랴 그림 대충 그려놓고 사실 자기도 만화 준비하고 있었다고 구라친 거다. 이 새끼 사실 만화로 시나리오를 표현한다는 발상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 만화를 보고 나서 자기도 지금까지 만화 준비한 척 거짓말해서 따라하지 않은 척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의심. 내 앞에서 직접 말한 사람은 없긴 했는데 분명히 속으로 이렇게 의심한 사람 있었겠지. 조회수 기준으로 따지자면 수백 명이나 본 글인데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게 더 이상함.

아래 내용은 내가 2월부터 만화 제작을 계획했다는 증거.

이건 내 구글 드라이브인데, 잘 보면 '사망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된 폴더가 보일 거임.

https://www.chuing.net/zboard/zboard.php?id=mvs&no=212581

아, 저 사진에 보이는 '만화'라는 이름의 폴더는 이번 이벤트에서 만든 시나리오 만화가 아니라, 저 하이퍼링크에 있는 비평 만화.

날짜 보면 그 사망의 블랙홀이라는 폴더 생성 일자는 2월 19일임. 그리고 그 폴더에 들어 있는 사망의 블랙홀 타이틀 로고도 2월 19일에 저장되었다고 나오고. 저 타이틀 로고는 1번 시나리오 만화에 분명히 사용되었음.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되는 날짜는 개인이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글 시스템이 직접 기록하는 것이라서 내가 조정할 수 없음. 의심된다면 구글 드라이브 들어가서 직접 조정하려고 해보면 시스템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임. 개인이 구글의 보안을 뚫고 구글 시스템을 해킹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어야 혹시나 날짜를 조작 가능하려나? 그리고 당연히 그 정도 해킹 능력 없고.

나한테 그 정도 해킹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사이트는 진작에 해킹해서 내가 운영자 권한을 탈취했지.

그리고 내가 사용한 소프트웨어인 ibisPaint X도 파일을 처음으로 생성한 날짜가 기기에 기록되게 되어 있음. 그리고 그 ibisPaint X 역시 기록된 날짜는 수정 못함. 날짜 보면 2025년 2월 21일.

2월 18일인가 그 이전에 만화를 준비하기로 결정하고, 2월 19일에 타이틀 로고를 만들고, 2월 19일 저녁부터 2월 21일까지 사흘에 걸쳐 가면라이더 빌드 본편과 연극 내용을 파악하고 어떻게 주장할지를 결정하고, 2월 21일 밤에 이 만화의 첫 캔버스를 생성함. 사실 2월 21일은 튜토리얼 익히느라 시간 다 썼고 제대로 시작한 것은 2025년 2월 22일 토요일부터로 봐야 타당할지도.

어쨌든 간에 그 만화가 3월 1일에 공개됐는데, 나는 그 만화가 게시판에 공개되기 한참 전인 2월부터 만화 계획하고 있었음.

그 유하바하 vs. 투명드래곤 만화는 2025년 3월 1일에 공개된 만화인데, 그게 설마 2025년 2월부터 만화를 기획한 사람의 발상에 영향을 끼쳤을 리가?

그 만화는 첫 번째 매치가 시작된 2025년 3월 1일에 나왔고, 내 것은 2주일이나 지난 후에 공개됐으니 내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함.

하지만 각자의 만화는 상대의 만화에게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고, 본인 말고도 만화를 준비하는 사람이 설마 있을 줄은 둘 중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음.

나도 솔직히 만화로 대결 양상을 표현해 보겠다는 발상을 한 사람이 설마 나 말고도 더 있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음. 이런 발상을 하고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네.

어쨌든 둘 다 최초의 시도인데 이벤트 규칙 때문에 발표 날짜가 달라졌음.

근데 매치 시작된 날짜가 2주일이나 차이 나서, 내 건 '최초의 만화'라는 기록의 빛이 너무 바래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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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이 게시판에서' 자작 만화를 그려서 '어떤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은 일단 내가 최초였긴 함.

원래는 저 11월에 처음으로 만화 그려본 후에 작년 12월 갓오하 포함된 이벤트에서 만화를 그리려고 했는데 당시 기준으로 534화나 연재된 외모지상주의를 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캐릭터가 6명(진모리, 한대위, 강만석, 박형석, 박종건, 이지훈)이나 되니까 도저히 그릴 엄두도 안 나서 포기했던 거임. 전제가 일대일이었다면 시도라도 했을 텐데.

이번에 일대일 되니까 그릴 마음이 들었음.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비평하는 만화'가 (비록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를 비롯한 '위저딩 월드'에 대한 개인적인 헌사였다면, '사망의 블랙홀'은 다름 아닌 '갓 오브 하이스쿨'에 대한 개인적인 헌사라는 느낌으로 작업함.

지금은 완결 이후 황폐화됐지만, 이 사이트 구석에 박혀 있는 갓오하 게시판은 전성기 시절에 갓오하를 바탕으로 한 2차 창작이 정말 활발했음.

감탄이 나올 정도로 원작의 설정을 깊게 이해하고 응용해서 신선하고 재밌는 전개를 선보이는 '아바타라 리메이크', 유희왕과 갓오하를 조화롭게 섞어서 예상을 불허하는 스토리로 흥미를 자극하는 크로스오버 팬픽인 'God of dimensions' 등의 훌륭한 팬픽이 많았고, 창작 만화들 중에서도 중모리가 기묘한 계책과 능력으로 THE SIX를 패고 다니는 '중모리가 더식스 뚝배기 깨는 만화'나 집행위원 F를 주인공으로 한 개그 만화인 '에그만화' 등 창작을 통해 원작에 대한 헌사를 표현하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음. 난 근데 '아바타라'나 '갓오디' 같은 창의적인 발상이 떠오르지 않고, '중모리 만화'나 '에그만화'처럼 만화로 남을 웃길 자신도 없어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기회가 온 듯해서 만화를 그려 보려고 결심함. 

팬으로서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새로운 서사를 창작해 보는 것도 한 번은 해봐야지.

이번에 그린 그 만화는 이벤트를 위한 것도 있지만, 갓오하의 팬으로서 존경의 의미로 그리는 거임.

그래서 2번 시나리오 만화도 이미 대회는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작업할 마음이 드는 것.

시간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간에 여러 행사에 참가한 경험이야 있지만 준비 과정이 정말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 행사는 처음이었음.

물론 현실의 시험까지도 포함한다면 당연히 이게 심적으로 가장 힘든 경험은 아니긴 한데, 자격증 시험 같은 것은 '대회'가 아니니까 별개로 쳐야 맞다고 생각.

최소한 내가 '온라인에서 참여한 이벤트들' 중에서는 가장 피곤한 경험이었음.

저 글을 게시하기 위해서 도합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었는가 계산해 보니까 대략적으로 95시간 20분 정도 걸렸음.

가면라이더 빌드 36화 정도부터 49화 정도까지 총 14화 분량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드라마 분량이 한 화당 대략 20여 분이니 대략 280분(대략 4시간 40분)

40여 분짜리 무대 연극인 '가면라이더 빌드 파이널 스테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으니 40분

1번 시나리오 만화는 캔버스 2개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캔버스를 만드는 데 42시간이 걸렸고, 두 번째 캔버스를 만드는 데 16시간 13분이 걸렸으니까 1번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도합 58시간

30,000자를 가볍게 넘기는 본문을 작성하기 위해 금요일 밤부터 시작해 한숨도 자지 않았는데도 토요일 24시간을 가볍게 넘기고 일요일 오전 7시 정도에 끝났으니 대략 31시간 소모

겨우 글 따위 작성하는데 어떻게 31시간이나 걸리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와닿을 것.

이번 3월 이벤트 두 개의 매치들에서 나온 글들이 총 몇 개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작성한 저 글 하나에서 나온 글자 수 vs. 이번 3월 이벤트에서 1매치 또는 2매치에 참가한,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참여자들'이 적은 모든 글들의 모든 글자 수를 다 합쳐도 내 글 하나의 분량이 훨씬 많음. 아예 올해 1월 이벤트의 모든 글들과 2월 이벤트의 모든 글들을 포함해서 비교해도 그래도 내 글 하나가 더 길거나, 그래야 엇비슷할지도.

30,000자를 가볍게 넘는 글은 인터넷에서는 그렇게까지 흔하지 않음. 30,000자가 넘는 것이 어느 정도의 분량이냐면 단편소설의 평균적인 분량이 200자 원고지 150매(30,000자) 전후니까, 저 글은 분량으로만 따지면 단편소설 하나와 비슷한 정도. 물론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었지만 단편소설 하나 분량을 자지 않고 31시간에 끝냈다면 오히려 빠른 축에 들어가나?

무슨 한컴타자연습처럼 적혀 있는 글을 그대로 베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하는 것이라서 표현이 막히거나 다음 내용과의 조합 및 구성을 생각해야 하고 전혀 안 본 사람을 고려해야 해서 설명을 장황하게 적어야 함.

오전 7시 정도에 글을 다 쓰고, 사진 자료를 편집하고 용량을 줄이는 데 대략 1시간 정도 소모해서 3월 16일 8시 정도에 글이 끝남.

그러니까 저 글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 40분 + 40분 + 58시간 + 31시간 + 1시간 이렇게 더해서 대략적으로 95시간 20분

거기다 가면라이더 빌드라는 드라마를 직접 보기 전에 나무위키로 시놉시스와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읽은 것까지 포함하면 95시간보다 조금 더 될지도.

총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거의 나흘(96시간)에 육박하고, 실제로는 나흘만 쓴 것이 아니라 퇴근한 후에 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했으니까 20여 일이라고 봐야 맞음.

만화보다 글쓰기가 훨씬 힘들었음. 만화는 그나마 만들면서 어느 정도 재미라도 있는데, 글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밖에 없었음.

장문을 자주 써서 아닐 것 같지만 사실 난 글을 쓰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그래서 나는 어지간하면 글을 안 씀.

비하인드

원래 처음으로 구상한 만화 제목은 '있는 힘을 다하여 맹렬히 싸움.'이라는 의미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는 사자성어인 '분전역투(奮戰力鬪)'였는데, 사자성어 제목은 영웅본색 같은 1980년대 홍콩 영화 같은 느낌이 들고, 맹렬히 싸운다고 표현하기에는 1번 시나리오는 내용이 너무 허무해서 그냥 가벼운 제목으로 하자는 생각을 바꿨음.

그래서 어떤 제목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두 캐릭터가 자신의 힘만으로 '블랙홀'을 만들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성사된 이벤트였으니까 뭐가 됐든 블랙홀과 관련된 명칭으로 짓기로 결정.

https://namu.wiki/w/%EC%82%AC%EB%9E%91%EC%9D%98%20%EB%B8%94%EB%9E%99%ED%99%80

이미 거의 대부분 짐작하고 있었을 것 같지만 제목의 모티브는 1993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명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사랑의 블랙홀' 맞음. 원래 제목은 'Groundhog Day'인데 국내에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멋드러진 의역을 해서 국내에는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짐. 그 명작 영화의 제목에서 한 글자만 바꾼 것이 바로 '사망의 블랙홀'이라는 파멸적인 제목.

블랙홀 만드는 캐릭터들 중에서 하나는 사망하게 되니까 그럭저럭 내용과도 일치하기도 하고.

원래 이 만화에 사용하려다가 결국 쓰지 않기로 결정한 설정 중에서는 '진모리는 에볼토가 말하는 일본어를 모두 알아듣는데, 에볼토는 진모리의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에볼토는 상대의 발언을 듣고도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해서 불리하다.'라는 것도 있었음. 예를 들어 에볼토의 에볼 드라이버가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말한다거나, 에볼토가 혼잣말처럼 본인의 능력을 설명하면 진모리가 그걸 바로 알아듣고 미리 대비한다는 그런 내용.

진모리의 화안금정은 본인이 모르는 언어로 상대가 말을 해도 상대의 말을 해석할 수 있게 되는 능력이 있다고 갓 오브 하이스쿨 210화에 묘사됨. 인간이 아닌 외계 행성의 언어도 알아듣는데 하물며 한국어와 어순이 같은 일본어 정도는 알아들어도 사실 문제될 것 없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긴 함. 반면에 에볼토나 에볼토에게 육체를 빼앗긴 이스루기 소이치는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근거 없고.

이 설정도 만화에 사용하려고 고민했다가 상당히 시비가 걸릴 듯해서 결국 안 쓰기로 함. 그래서 2번 시나리오에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 묘사는 없음. 그보다 서로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 자체가 아마 없을 듯? 이제는 폐기했으니 비하인드라 생각.

일본어 대사 작문은 안 어려움. 일어를 오래 배운 사람 입장에서는 작문하기 너무 쉬운 표현들이라서. 아무래도 일본 작품 캐릭터의 대사는 일본어로 적는 편이 현실감이 있을 듯해서 그렇게 했음.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챌 만한 이스터에그가 약간 있음. 저것 말고도 조금 더 있음.

https://www.youtube.com/@GOHKJNMC

진모리도 구독해야겠다고 느낄 정도라는 묘사였지만, 정말로 구독해 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2번 시나리오 만화

2번 시나리오는 에볼토가 변신에 성공하고 진모리와 싸우는 내용인데, 1번 시나리오보다는 아마 길 것 같고, 최소한 허무하지는 않은 내용임.

나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퇴근하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하는 것이라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함.

언제까지 완성할 수 있다는 그딴 소리 아예 안 할 생각. 그냥 완성되면 올림.

https://img.chuing.net/i/NeHQyJu/%EC%82%AC%EC%A7%84%2010.png

에볼토라는 게 보통 복잡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림 난이도가 엄청남. 실루엣을 그린 후에 페인트통 도구를 써서 검은색으로 칠하기만 하면 되는 유하바하처럼 간단한 디자인이 아니라고. 심지어 진모리조차도 유하바하보다 디자인이 훨씬 복잡함. 게다가 그리는 사람도 아마추어라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

심지어 어떤 날은 한 장면도 다 못 그리고 끝나는 날도 있음.

거의 모든 장면이 싸우는 장면이고, 미리 한 장면만 보여주자면 대충 이런 느낌.

저 장면이 만화의 첫 장면은 아니고, 중간 정도에 있는 장면.

이제 보니까 저 장면은 프레임 레이어를 너무 아래에 깔았구나. 그림이 프레임을 침범하네. 수정하겠음.

아무리 늦어져도 그만두지는 않을 테니 그건 믿어도 좋음.

모두가 4월을 살아가는데, 나 혼자만 3월 이벤트에 묶여서 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