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에 나오는 인도 나가(뱀) 이름의 원전승. 서사시 '마하바라타'를 위주로.

모든 뱀들의 어머니는 카돌루라고 전해진다. 그녀가 아들들에게 사나운 저주를 내렸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카돌루는 자신의 자매이자 가루다의 어머니인 비나타와 종살이 내기를 걸었고 그 내기에서 속임 수를 쓰기 위해 아들 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카돌루의 아들뱀들은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성이 난 카돌루는 자신의 자식인 뱀들에게 "세상 모든 뱀들은 희생제의 제물이 되어 불타 버릴 것이다" 라는 예언이자 저주를 내린다. 이 예언은 그녀의 셋째 아들 타크사카의 행적이 단초가 되어 실현된다.
 
"(중략) (카드루의 저주를 실현시킬)말을 들은 자나메자야라왕은 벌써부터 (모든 뱀들을 비롯한) 뱀왕 타크사카를 활활 타는 아그니의 입속에 던져 넣은 듯이 기뻐하였다."

※어느 지역의 신화든 동일한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가 여러 전승으로 나뉘며 전승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카돌루와 그녀의 자손인 나가 일족의 이야기도 여러 가지 전승이 있습니다. 전술한 대로 나가 일족이 어머니 카돌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서 저주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고,나가들이 어머니 카돌루의 부탁을 들어 주고 가루다 일가와는 척을 지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쪽 전승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위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카롤루라는 이름은 웹툰 <쿠베라>에 등장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쿠베라>에 나오는 3대 아난타족 왕 사가라의 행적이 신화 속 카돌루와 흡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사가라는 왕위에 올랐으나 다수의 아난타족들은 약한 그녀를 뱀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사가라는 이에 줄곧 앙심을 품어오다가 가 결국 나중에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불의 신 아그니에게 동족들이 전부 불타 죽을 빌미를 제공하기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어찌어찌해서 일이 수습되긴 했지만) 그리고 신화 속 카돌루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식 뱀 나가들을 향해서 불에 타죽을 저주를 퍼부었죠, 사가라의 행적은 아마 이런 카돌루의 전승에서 모티브를 얻어왔을 거라 추측됩니다.

셰사 천 개의 머리를 가진 세샤. 그는 가장 위대한 나가이자 나가족 전체에 군림하고 있는 왕이다.세샤는 나가들의 최초의 어머니인 칼리야한테서 태어난, 가장 오래된 나가의 일원으로서 존경받고 있었다. 이름은 '세계에 남은 자'라는 뜻으로,  때로는 전설의 바스키 또는 구세주 아난타와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그는 '마호라가'(※위대한 뱀이라는 뜻, 쿠베라 아난타족의 모티브는 바로 이 마호라가 입니다.)라고도 불리며, 천 개의 머리로 세상의 토대를 떠받치고 있다고 믿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과 헬리오스라는 서로 다른 신이 서로 동일시되는 경우가 있듯이 인도 신화 또한 두 개 이상의 신격이 하나의 신격으로 동일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인도신화에 나오는 유력한 나가 셰샤,아난타,바스키 또한 서로 동일시되는 경우가 잦은 모양입니다.

카돌루 에게서 태어난 나가 일족 중 첫째, 아난타는 세상의 시작과 종말에만 모습을 보이는 나가의 왕이다. 이름은 '무한'을 뜻하며 천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나가에게 아난타 용왕은 구세주였다. 왜냐하면 아난타는 절대 유일의 존재인 비슈누 신과 함께 모든 시간을 지내고 세상의 재생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이 멸망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나가 일족은 다시 창조되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다. 그리고 비슈누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아난타 용왕을 조상으로 하여 나가 일족은 다시 번영을 누린다고 여겨졌다.

나가들의 어머니 카돌루와 자신의 형제 나가들이 가루다 모자(가루다와 가루다의 어머니 비나타)에게 해코지를 하고 원수가 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여 고행을 해서 스스로를 학대한다. 비슈누 신은 이런 아난타를 안쓰럽게 생각해 자기학대를 하는 아난타를 말리고 아난타와 가루다가 가문의 불화를 무릅쓰고 친분을 맺을 수 있게끔 도와준다.

나가 중에서도 가장 비범한 전승을 가지고 있는 아난타입니다. <쿠베라>에 나오는 아난타 또한 (현재는 고인이지만) 세계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수라로 됩니다. 성격 또한 신화의 아난타와 마찬가지로 쿠베라의 아난타 또한 온화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을 정도로 유한 성품을 지니고 있죠. 인도신화의 나가 전승과는 별개로 불교에서의 '아난타'는 부처님의 가장 유력한 제자인 승려의 이름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카돌루 에게서 태어난 나가 일족 중 둘째, 나가의 왕중 하나이자 신들의 중요한 협력자로 숭배되어 왔다. 그에 대한 일화 중 하나를 꼽자면, 신들은 불사의 영약을 구하기 위해 바스키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는데 유해를 휘젓기 위해 막대기로 거대한 산을 쓰기로 하고 바스키에게 그 거대한 산을 휘감도록 시킨 것. 결국 신들은 바스키의 도움으로 유해를 휘저어 불사의 영약 암리타의 생산에 성공한다.

어머니 카돌루가 나가 형제들을 향해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바스키는 유명한 고행자 자라트카루(Jaratkaru)를 찾아가 그녀의 여동생 마나사(Manasa)를 자라트카루에게 시집을 보냈다. 얼마 후 자라트카루와 마나사 사이에 아스티카란 자식이 태어났고 아스티카는 나가들을 구원할 운명을 부여받았다. 마침내 아스티카는 나가들을 학살하는 뱀 희생제가 집행되고 있던 자나메자야라의 왕국을 찾아가 마침 나가 왕 타크사카가 불타 죽기 직전, 뱀 희생제를 끝내 버린다.

바스키는 신화에서나 각색된 만화에서나 뱀족의 no.2로 나오네요,신화 속 바스키는 동족 뱀들이 불(아그니)에 타죽을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쿠베라> 속 바스키는 아난타 다음으로 강한 힘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동족의 운명에 대해 시큰둥한 태도를 유지하며 오로지 사가라에게만 관심을 보입니다.

카돌루 에게서 태어난 나가 일족 중 셋째, 아난타나 바스키와는 달리 호전적인 면이 유독 부각되는 나가들의 왕이자 나가들에게 걸린 저주를 실현시킬 단초를 만든 이기도 하다. 여러 전승에서 파릭시드란 왕은 타크사카의 표적이 되는데 그 이유는 전승마다 다르다,한 전승에선 파릭시드 왕이 수행을 하고 있던 선인에게 헤코지를 하여 선인의 가족이 타크사카에게 파릭시드 왕을 살해할 것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고 다른 전승에선 타스사카 본인의 원수인 아루주나에게 앙갚음 하기 위해 아루주나의 손주 파릭시드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어찌 되었건 위의 이유 중 하나로 표적이 된 파릭시드왕은 검붉은 벌레로 둔갑하여 궁전에 잠입한 타크사카에게 불타 살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죽은 파릭시드 왕에겐 자나메자야라는 아들이 있었고 자나메자야는 아버지를 따라 왕이 된 후 아버지를 불에 태워 살해한 뱀에 대한 앙갚음으로 뱀들을 불에 태워 학살하는 뱀 희생제를 시작한다. 카돌루의 예언이자 저주가 실현된 것이다.

용은 인도신화 뱀신 나가에서 파생된 신격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쿠베라>에서 용과 뱀은 별개의 존재인 걸로 각색되어 있는데 그래도 쿠베라에 나오는 주요 용족의 이름은 인도신화의 나가에서 따오기는 했네요. 신화에서나 <쿠베라>에서나 타크사카는 호전적인 성격으로 묘사됩니다. 신화 속 타크사카는 뱀들에게 닥칠 불의 저주의 시발점이 되지만, 쿠베라의 타크사카는 오히려 바스키의 옆에 있음으로 해 불의 신 아그니를 포함한 신들이 바스키를 건드리지 못하리라 보증될 정도로 든든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어찌보면 역고증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카돌루 에게서 태어난 나가 일족 중 셋째,타크사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유력한 나가로 '마하바라타라'는 서사시에 기록되어 있지만 나가로서 딱히 부각되는 행보는 없다. 아이라바타라는 이름은 나가의 이름보단 주로 인드라 신이 타고 다니는 하얀 코끼리를 뜻하는 이름으로 쓰인다.

마하바라타에서는 나오는 나가 아이라바타는 타크사카와 동일한 시기에 태어났다는 나가로 '언급'만 됩니다. '아이라바타'라는 이름은 나가의 이름보다는 인드라 신의 코끼리의 이름으로 주로 쓰이죠. <쿠베라>의 아이라바타 또한 용이나 뱀과 전혀 상관없는 유제류 짐승의 종족 킨나라족으로 등장합니다. 그래도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짧은 연관성은 반영한 것인지 <쿠베라>의 아이라바타는 타크사카와는 각별한 친구 사이로 묘사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