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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신의 커플대회] [쿤X이화] 천혜향
이화쟝 | L:0/A:0
77/250
LV12 | Exp.30%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391 | 작성일 2018-05-19 07: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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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신의 커플대회] [쿤X이화] 천혜향

 

#

 

 

 

"저기 미안한데-"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다. 그래서 묻혔나 보다. K는 다시 한번 말한다. 이번엔 선풍기를 '미풍'에 맞춰놓고.

 

"저기 있잖아."

"아, 네. 말씀하세요."

 

이번엔 제대로 들렸다. 역시 여름은 시끄러운 계절이다.

 

"이거 말이야. 이거. 이름이 뭐야?"

 

K는 몸을 뒤로 빼고 턱까지 홱 젖혔다. Y가 그를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K의 머릿결이 자연스럽게 뒤로 넘어가고 앞머리가 옆으로 흘러내렸다. 온통 하늘색이다.
좋은 샴푸를 쓰는 건지 아니면 비싼 에센스라도 바르는 건지 엉킨 곳은 하나도 없다. 여름과 딱 맞는, 그러니까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K의 머리칼들이 선풍기 바람에 춤을 춘다. 

문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명은 서서, 한 명은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Y가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기울였다. 이쪽을 쳐다보기 위함이니 아무래도 그녀는 K가 가리킨 '이것'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거."

 

배려심도 많으셔라. K는 접시를 들어 방금 자신이 말했던 그 과일을 친히 Y에게 보여주었다. 포크가 꽃혀있고 몇개는 이미 먹어치워 없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다.
Y는 웃으며 대답한다.

 

"천혜향(天惠香)이요, 그거."
 


어라? 방금 Y가 '그거'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맛을 들인 모양이다. K가 눈치를 채자 Y는 얼른 뒷말을 잇는다.  

 

"맛있죠? 오렌지랑 비슷한데 실제로 귤 품종 중 하나예요."

"응. 정말이야. 오렌지보다 더 단 것 같은데-"

"원래 당도가 높은 과일이니까요. 요새 유행이에요 '그' 과일. 앗- 천혜향이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목소리만 간신히 들리는 데에도 Y는 신이 나있다. 웃는 걸 보니 놀리는 건가?
아무튼 그게 너무 귀여워서 몰래 다가가 확 껴앉으려는데 종아리를 다 떼기도 전에 금세 바람이 잦아든다. 덥다. K는 선풍기 바람에 붙잡혔다. 이런, 난감하군.

K도 처음엔 그것이 오렌지라고 생각했다. 먹다 보니 그 은은한 향이 좋아서, 입에 넣고 씹었을 때 흘러넘치는 과즙이 한참 달아서 어느새 오렌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천혜향이라, K는 처음 들어보는 과일 이름에 흥미가 생겼다. 숫자 천(1000)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하늘 천(天)?

 

"쿤 씨."

 

일을 마친 Y가 앞치마에 물 묻은 손을 슥슥 닦았다. 그리고는 묶었던 리본을 풀기 위해 팔을 뒤로 젖히고 K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K의 시야에 들어오자 아직 벗지 못한 연두색 체크무늬 앞치마가 보인다.
며칠 전, 함께 길을 걷다 잠시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렀던 작은 가게에서 샀던 것이다. 아니, K가 사준 것이다.
겉으론 이래 보여도 10가문의 여자다. K가 더 좋은 것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기어이 고집을 부리며 저 앞치마를 쟁취해냈다. 역시 옷은 옷걸이가 중요하다는 말이 맞다. Y는 누가 봐도 갓 설거지를 마치고 온 새색시임에 틀림없다.

K가 대답도 않고 한참을 쳐다보자 Y도 말을 멈췄다. 손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시선은 고정. 자기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는 둥 토끼 눈이 돼서 K를 바라본다.

 

"이화, 그 앞치마 있잖아."

"아 이거요? 쿤씨가 사주셨잖아요. 그 답례로 오늘 설거진 제가 한 거구요."

 

 

 

"너랑 결혼한 느낌이야."

 

정적.

과했나, K가 그렇게 생각하고 사과하려는데 Y의 고개가 이미 푹 숙여져있다. 화가 났나보다. K는 그녀를 달래려 상체를 일으켰다. 일으키려고 했다. 근데 눈높이가 조금 높아지자마자 벌겋게 달아오른 Y의 귀가 보인다.
아, 부끄러운 거구나. K는 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뻗어 Y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기는.

 

"그, 그런 소리 행여나 밖에 나가면 하지 마세요! 누가 들으면 정말 오해한다구요!"

 

Y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소리쳤다. 뭐 소리쳤다고 해도 딱 K가 들릴 정도로만 작게 소리쳤다.

 

"알았어 조심할게. 그런데 이화야."

".....얘기하세요."

"고개 좀 들어봐. 하나 틀린 게 있어."

"네...?"
  


고개를 든 Y의 볼이 귀만큼 상기되어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앞으로 자주 해줘야겠네, K는 그렇게 생각하고 아까부터 거슬렸던 대화를, 아니 문장을 정정한다.

 

"설거지. 앞치마 사준 대가로 한 거 아니잖아. 기억 안 나?"

"..... 네, 뭐, 물론 '대가'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었죠. 오늘은 쿤 씨가 요리를 대접해주셔서 당연히 제가 설거지를 한 거예요. 그렇지만 전 그때의 답례로 한 의미도 있는걸요."

"안 돼. 답례는 거절해."

"왜요? 어째서요?"

"이렇게 네가 답례해버리면 다음에 내가 더 큰 거, 좋은 거, 예쁜 거 사주고 싶어도 못하잖아.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네가 부담스러워하면, 네 그런 모습에 내가 더 부담스러워. 답례는 거절할게. 미안."

 

그런 의미였나, Y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은 앞치마를 사 준 대가라기보단 사 준 사람에 대한 예의였다. 그 예의를 가장해 K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당신이 사 준 앞치마가 나한테 이렇게 잘 어울린다고.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하나. 여전하기는. 그래도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앞으로', 그리고 '많이'

 

 

 

#

 

 


 
"참, 쿤 씨."

 

Y가 효율적인 설거지를 위해 느슨하게 묶었던 머리를 풀었다. 그새 땀이 조금 났는지 손부채질을 하고 선풍기 앞에 앉는다. 습하진 않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 깊고 어두운 그녀의 흑발 머리칼이 인공바람에 휘날린다. 역시 좋은 냄새구나, K는 그렇게 생각했다.

K가 막 이 집에 입주했을 때, Y는 넓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작지만도 않은 이 현대식 방에 왜 선풍기가 한 대 뿐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K는 그때, 어차피 나 혼자사니까, 라고 대답했지만 생각보다 Y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선풍기를 한 대 더 둬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사길 잘했다. 선풍기가 한 대만 있으면 그 주위로 사람이 모인다. 가까워진다. 밀착하게 된다.

뭐, 그래봤자 2명이지만.

 

"천혜향이요. 왜 이름이 천혜향인지 아세요?"

"글쎄."

 

뭐야 이 여자, K는 눈 앞에 놓인 문제의 과일을 바라보았다. '이것'의 이름을 안지 2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 귀여운 여자는 의미에 대해 묻는다. 그를 유도한다. 아주 티나게.
본인이 알고 있으니 저런 초롱초롱한 눈빛이겠지. 분명 K가 추측한 몇가지의 의미 중 하나일테지만 K는 이번에 져주기로 한다.

   

"모르겠네... 응. 몰라."

"그럼 제가 알려드릴까요??"

 

당장 나한테 물어봐달라는 눈빛을 하고 있으면서 상대에게 굳이 한번 더 물어본다. Y는 순수하다. 이럴 때보면 참 해맑은 사람이다.

 

"천혜향(天惠香). '하늘이 내린 향기'라는 뜻이에요."

 

Y가 웃는다. 활짝 웃는다. 마음에 들었구나, 천혜향(天惠香).
하늘이 내린 향기라. K가 생각한 의미 중 아마 3번째 정도일 것이다.

Y가 말하는 중에도 검고 긴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린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파도처럼 넘실넘실 댄다. 춤을 춘다는 표현은 이쪽이 더 가까울지도.

 

"실은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에요. 이래 봬도 이거, 꽤 비싼 몸이라구요-"

 

좋아하는 걸 최대한 많이 해주자는 게 K의 연애방법이다. Y는 천혜향을 좋아한다. 새로운 정보.

 

"응. 기억해둘게."

"아니, 별로! 그런 뜻은 아니였어요!"

 

그런데도 Y는, 자신이 뭔갈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을까봐 당황해 얼굴이 달아올랐다. 오해하면 어쩌지.

 

"생각해보니까 정말 비슷하다."

"네? 뭐가 비슷해요?"

 

'하늘이 내린 향기'
한번 들이마시는 순간,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취해서, 계속 찾게 되고,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향기.

 

"아- 오렌지랑?" 

"아니... 그,"

"물론 오렌지도 천혜향만큼 좋아하죠!"

 

듣지 않는다.

 

"아니야. 그거 말고."

 

뭐, Y는 오렌지도 좋아한단다. 귀엽다. 새로운 정보 추가.

 

"너랑 비슷하다고."

"아, 후자쪽이구나."

"....."

"그거야 그렇죠."

".....뭐?"

"이름있는 10가문 출신이니까. 저도 굳이 따지자면..... 음, 몸값은 비싼 편일 거예요."

 

Y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멋대로. 진지하게.
그녀가 살짝 얼굴을 들자 진한 샴푸 냄새, 금방 마른 땀 냄새, 특유의 살냄새가 섞여 기분 좋은 향이 퍼진다. 물론 선풍기 덕도 있지만.

나름대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지 Y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 옆모습을 지켜보는데  Y, 참 예쁘다.
흑발과 대비되는 하얀 피부도,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도, 눈을 감고 있을 때 유독 잘 보이는 긴 속눈썹도. 실은, 머리끝부터 발끝, 목소리까지.
다 좋다. 너무 다 좋아서 죽어도 모를 정도로 좋다.

K가 너무 깊이 빠져있었던 탓에 문득 시선을 느낀 Y가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

 

 

 

위험, 이대로 있다간 K는 정말로 그녀에게 짖궂은 장난을 칠 수도 있다.

 

"너도 그래. '하늘이 내린 향기'. 어쩌면 그 뜻은 얘보다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지-"

 

K는 선풍기 머리를 Y 쪽으로 살짝 돌려주고 몸을 일으켰다. 말 해줄 용기는 있지만 본인을 감당할 자신은 없다. 2초만 늦었어도 이성이 압도적이게 밀렸을 상황이였다.

그럼 환기를 시켜볼까, 그가 창문을 열자 후덥지근한 바깥공기가 무섭게 밀려온다. 진정하는 것이 좋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손부채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손을 이마에 올려 작은 그늘막을 만든 사람도 있다. 둘 중 누가 더 덜 더울까? K는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애썼다.

 

폭-

 

응?

Y가 안겼다. 아니 K가 안겨져 버렸다고 해야 하나. 언제 따라 일어났는지 Y가 K의 등을 감싸 안았다. 백허그.
놀란 K가 돌아보려는데 Y가 더 깊게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비벼댄다. 강아지인가, 귀엽게.

K는 팔을 어떻게 해야 될 지를 몰라 공중에 띄운 이상한 자세로, 자신의 등 뒤에 딱 달라붙은 Y를 쳐다보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라.
별로 칭찬은 아니지만, 그냥 사실을 말해준 거지만, 그래도 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 있다.

 

"사랑해요."  

 

그래. 이런 것처럼.

 

 

 

안되겠다.
오늘은 집에 못보내겠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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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쟝
무명씨가 제게 메일로 보내줬습니다
2018-05-19 07: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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