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의 감정선을 아라보자(유년기)
아샤의 비인간적인 행적을 두둔할 생각은 절대절대ㄹㅇ루 없지만 감정선을 추측하려면 철저히 아샤 입장에서, 아샤가 주인공인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됨.
행위의 선악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되었나, 하는 걸 파헤치기 위한 글임.
지금 크게 혼란스러운 주제는 아니지만 이왕 쓸거면 통시적으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유년기의 아샤부터 써 봄.
1.
원래 아샤... 그냥 머리만 엄청 좋은, 쿠베라 세계에서는 금수저도 아니고 친화도가 타고나지도 않은 '아주 타고나지는 않은' 애였음.
이미 또래에 비해서 세상의 비정함을 잘 아는 아샤가 보는 세계는 순수하게 숨바꼭질이나 하는 아이들이 보는 세계가 아니었음. 타고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세상. 타고난 사람들과 타고난 집안들만이 부와 명예를 쥔 세상. 타고나지 못 한 사람들은 엄청 노력해도 타고난 사람들보다 하위 계층. 타고난 강자를 우대하는 세상.
그리고 자신은 타고나지 않았다.
아샤는 그 사실을 깨달은 때부터, 어린 마음에 바꿀 수 없는 것(ex 신성친화도)에 대한 열등감을 심하게 받기 시작함.
'나한테만 형편없는 수치가 주어질 거라면, 차라리 이 능력은 모두에게 없는 게 나았다.'
'신은 왜, 마법을 남겨두어서 나를 좌절시키는가? 도대체 왜?'
자신의 타고남에 대해 생각 안 해 보거나 좌절 안 해본 사람은 없음. 하지만 보통 아이는 커가면서 마지못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아예 거기에 대해서 체념하든지 아니면 해결책을 찾아나감.
아샤 역시 마법학교에 입학한 미르하를 질투하지만, 자신이 타고나지 않음을 인정하고 상급수라가 없는 세상에선 학자로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짐. 그래서 뛰어난 학자가 되기 위해, 상류층이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서관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하기 시작함.
이 정도까지 읽었으면 성공한 삶을 살고 싶은 아샤의 욕구(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거임.
그러나 아샤의 이러한 노력은 천재성과 그지같은 성격에 묶여서 매도당함. 노력이 뭔지도 모를 거라느니, 우리같은 애들을 이해도 못 할 거라느니, 완전 무안 준다느니 하는 아이들의 가지각색 뒷담에서 아샤가 결정적으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은 이유가 어디인지는 이 독백에서 찾을 수 있음.
'그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내가 그들의 수준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 유치한 질문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배움에 대한 내 노력은 교과서 안에 있는 얕은 지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노는 동안, 나는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서 도서관 구석까지 찾아보고 있는데...
나의 이 노력을, 설명해봐야 그들이 알기나 할까?
입만 살아있는 무지렁이들을 상대로 나를 변호할 필요 없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도서관에 있는 아샤에게 너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대단하다. 힘들지 않니? 이런 말이라도 했더라면 좋았을 건데..
어쨌든 간에 아샤는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미래를 위해서 달리고 있는지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자신을 까내리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제가 보기엔 상처받은 게 확실함) 완전히 마음을 닫게 됨. 원래도 그지같은 성격에 한 몫 더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게 아니었나 싶음.
(추가로 브릴리스가 마법시험장에서 저런 마법실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해 보라며 아샤를 두둔했을 때, 아샤가 회상한 것은.)
그리고
'무뚝뚝해도 제 어머니는 곧잘 챙기는 편이었지.'
'그런데 학교 들어가고 나선 도통 집에 안 왔잖아.'
'그러게 네가 집에 좀 들렀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언니는 이번에도 너 만나러 가다가...'
'몇 년째 마을에 오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딸이라고 생색내기는...'
집에 안 왔다는 걸 엄청 강조하는 부분에서도 학교에서 집에 갈 시간까지 아끼며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를 보여주지만..
이러한 아샤의 엄청난 노력은 난데없이 나타난 상급수라로 인해 빛을 발하지도 못한 채 쓸모없는 지식쪼가리로 전락해 버림. 그와 동시에, 성공한 삶이라는 꿈도 다시 꺾여 버림.
마루나가 나타남으로써, 또 다시 자신은 타고나지 못 한 신성친화도가 절대적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상급수라가 없을 때도 학자보다 마법사가 상류층이었는데, 나타나 버렸으니 뭐.)
그야말로 아샤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다 무너져 내린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여태껏 해 온 게 노력뿐인 아샤는 여태껏 살아온 치열한 삶의 덧없음에 허탈함을 느끼고, 흐콰하게 됨.
그래서
'강해져서 내 앞길을 망친 수라에게 복수하고'
강해져서 내 꿈을 깨부순 수라에게 복수하고
'무력감 따위 느끼지 않는 강자의 삶을 살기로'
이런 쓸모없는 노력 따위 하지 않아도 되는 강자(마법사)의 삶을 살기로,
무조건 강해지자고 다짐하게 됨.
그리고 비슈누의 꼬드김. 성공적.
제가 탐구하고 싶은 건 브릴리스와 리즈에 대한 감정선인데, 지금 이 어릴적 꺼 써 보니까 브릴리스는 어떨지 대충 예상이 감. 리즈는 라오 만난거 정주행해야돼서 모르게ㅛ음.
써 보니, 어릴 적엔 생각보다는 정상이었음. 이건 좀 심하네 싶은 부분도 있고 이건 이해는 되네 싶은 부분도 있음. 리즈보다 정상에 가까운 것 같음. 브릴이랑 리즈 대하는 거 말고 행적만 놓고 보자면 캐붕없이 캐릭터 잘 잡았다 싶음.
결국 아샤가 삐뚤어지게 된 원인은 아샤 자신의 성격에 기인한 거임.
애초에 타인을 한심하게 느끼더라도 겉으로나마 존중은 할 줄 아는 아이였다면 안 좋은 소문이 퍼질 리도 없었을 거고, 타인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일도 없었을 것임.(물론 어린 나이에 존중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수지만. 그렇게 많은 지식을 다룰 줄 알면서 사람 하나 제 편으로 못 만들면 타인에 대한 근본적인 관념에 문제가 있는 거지)
현재의 행복을 찾지 못하고 지나치게 미래의 영광에 집착하는 강박은 말할 것도 없음. 이건 거의 아샤의 상징임. 그놈의 노력도 여기서 나온 거고. 어머니보다도 앞길이 막힌 것에 대한 분노가 더 큰 것도. 살인을 시작한 아샤가 중도에 멈추지 못한 것도 이 강박 때문이 아닌가. 이런 강박을 가진 아샤가 미래가 무너져서 흐콰한 건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임.
노력을 강조했는데, 중요한 부분이라서임. 유년기 아샤는 말 그대로도 노력밖에 한 게 없고, 아샤에게 '꿈을 향한 치열함'이 상당히 큰 부분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음. 비록 나중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변질되지만.
쓰면서 애매했던 점은
아샤의 아킬레스건이 '선택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 은 확실한데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 인지 '자신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인지 모르겠음. 둘다 이지 않을까..
아샤 챕터 보면서 쓴 건데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객관적이라서 아샤한테 공감하기 힘들었음. 그 객관적 묘사가 쿠베라의 매력이긴 하지만.
그리고 아샤3편에, 윗윗 문단에 쓴 미래의 영광에 대한 강박이랑 비슷한 얘기ㅡ아샤가 지향했던 가치에 대한 내용이 너무 짤막하게 나왔다는 게 아쉬웠음. 개 핵심인데
댓글에서는 가족보다 힘을 원한다니 어릴때부터 싸패다, 갑자기 뜬금없이 힘을 원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보였음.
하여간 참 안 된 사람임. 그렇게 막장으로 살 거면 행복하기라도 하든가.
아무튼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한달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큐바닥 ㅋㅋㅋㅋ 마즘
어린애한테 싸패는 조끔 너무한 언어선택인 것 같아서 그랬음ㅋㅋ 믈론 크면서 완벽한 싸패로 거듭났지만.. 위에 앞길 을 꿈 으로 바꾼 것도 비슷한 맥락임. 어린애가 앞길 막혔다는 조악한 표현을 쓰다니 완전 아재같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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