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62)
-WATCHING YOU!
키리토는
골든 에그를 통해 확실하게 쐐기까지 박았다.
단 두 단어로 이뤄진 문장이다.
평소 같으면
장난으로 치부할 말이다.
그러나
광장 한복판에서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난 높으신 분들에겐
너무도 섬뜩하게 다가왔다.
-50% 달성!
환급을 시작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환급률이 50%를 넘었다.
그리고
5분짜리 요약본을 본 이들의 숫자는 5천만 명에 달했다.
중복으로 신청한다거나,
차명으로 신청하는 것은 철저하게 차단한 골든 에그였기에,
허수가 아니라 진짜 숫자였다.
키리토는 IT기기에 어두운 어르신들이 많은 시골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요즘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무척이나 잘 다뤘고,
모르는 분은 도움을 받아가며
기필코 환급금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당선만 되면 노인수당으로 2만 엔씩 준다던
총리의 기약 없는 공약과 달리,
신청만 하면
거의 20만 엔 돈이 생기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후폭풍은 너무도 컸다.
총리의 긴급명령으로 난리가 난 국내 은행과 달리,
외국계 은행들은
오늘 하루
밀려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느라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인터넷 쇼핑몰도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다.
일반 은행계좌로 환급받으면
여지없이 먹통이 되어버리니
차라리 현물로 받겠다고 하는 사람들로 주문이 쏟아졌다.
특정 품목은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바로 귀금속이었다.
그중에서도
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골든 에그가
해외의 차명계좌나
페이퍼컴패니의 계좌까지 털어버린 통에
차라리 현물로 가지고 있는 게 최고라고 일치된 것이다.
-약속했던 2차와 3차 사업의 환급을 시작한다.
화끈한 골든 에그와 언더월드는
바로 약속을 지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청했던 사람들은
또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꼭 해줘야 하는 것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질질 끌던 것과 다르게
이미 신청한 사람들은
기존의 방법 그대로 바로 돈을 쏘아주었다.
그렇게 해서
2조 6천억엔에 달하는 돈이
일시에 풀려버렸다.
1차로 환급했던 돈이 1조 엔이었으니
총 3조 6천억엔을 돌려준 것이다.
덕분에 신청한 사람은
많게는 70만 엔,
적게는 30만 엔을 손에 쥐었다.
이렇게 차이가 생긴 것은
환급금에 보너스를 주는 동영상 요약본을 얼마나 봤는지에서 차이가 났다.
마음이 급해서 안내화면을 그냥 넘겨버렸던
이들은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총 사업비가 5조 엔이었으니
나머지 1조 6천억 엔이 남는다.
이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좀 있었다.
3조 4천억엔을 돌려준 것은 일종의 시선 흐리기고
나머지
1조 6천억엔을 혼자 꿀꺽하려는 것이라고 말이다.
정부에서도
그런 꼬투리를 잡고 정규직 요원들을 풀었던 모양인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계신에 대한 의혹들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골든 에그나 키리토가 빼돌린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미국 글로젠 DS 그룹을 포함한
이번 일에 관련된 기업들에게서 합법적으로(?) 받은 돈에
삥까지 뜯은 돈은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였으니까.
1조 6천억엔은
그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추적할 수 없는 돈이라던가,
현금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귀금속,
예술품, 골동품으로 바뀐 상태,
혹은
그나마 좀 쓸만한 자원 인수를 위해 쓰인 사업비였다.
이것들은 골든 에그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도리가 없다.
그나마 은행 금고에 들어있는 것은
접근할 수 있는 암호 자체를 바꿔서 열 수 없게 만들어버렸지만,
개인 창고에 있는 것은 그 소재를 공개하는 정도에서 끝냈다.
이렇게 커다란 놀이 한판을 벌인 기계신은
1엔도 남김없이 환급이 끝나자 사라졌다.
그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모든 시스템에
다시 한 번 ‘WATCHING YOU!’라는 큼지막한 경고문을 남겨두고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골든 에그가 접속을 끊는 순간
무슨 짓을 해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던 인터넷 서버들이
거짓말처럼 본래의 화면을 띄워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계신이 보내줬다는 환급금 인증 화면이라던가,
수두룩하니 쏟아져 나온 환급과 해킹에 관한 기사들이
엄청난 일이 있었다는 흔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현실에서는 환급금 자체를 언급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총리의 긴급명령이 아직도 유지가 되고 있었다.
그래서
까딱 잘못하면 받은 것을 토해 내야 하고,
괜히 조사를 받을 수가 있었기에 언급을 꺼렸을 뿐이다.
그러나 불안감을 품는다거나,
자기 검열을 스스로 하면서까지 조심하진 않았다.
데우스 오브 마키나 (기계신),
아니
이제는 감시자(Watch Man)가
불의한 권력으로부터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시자와 같이 일을 한 존재가 언더월드라는 것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언더월드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갑자기 늘어나는 효과도 발생했다.
말 그대로
부패한 권력을 혼내주고
그들을 지켜주는 감시자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국민들 대부분이
그들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키리토가 진정 원했던 단 하나의 성과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과는
미국의 언더월드 반대파들조차도
완전히 겁에 질리게 만도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왔으니
만약
언더월드를 계속 견제하거나 반대하는 날에는
미국도 일본 꼴이 된다는
확실한 경고라고 할 수 있었고
그 경고를 확실하게 알아들은 쪽도
바로 언더월드 반대파였다.
만약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가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 내에서 일어나게 된다면
그 때는
일본 못지않은
아니 일본의 난리법썩을 능가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기폭제로 삼아 일어나는
제 2의 남북전쟁이 터지고도 남을 상황이였으니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언더월드를 적대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간이 부은 정치가나 기업가는 없었다.
말 그대로
분노한 국민들의 손에 자신들의 목숨이 없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들이 키쿠오카와 라스의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일본 전역을 후끈하게 달구는 동안
유니탈 링에서도
그런 일본의 대혼란을 능가하는
천지창조급의 혼돈이
키리토의 손을 통해서 시작되고 있었고
그 혼돈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카야바 아키히코의 디지털 영혼도
그런 키리토의 손을 벗어날 수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