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 일본 본토 전 (283)
나구모는 부동자세로 서서,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국가 공안위원회 부의장이
법무대신과
국가 공안위원회 의장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그 오션 터틀 사건 이후서부터
키리토가 진행했던 두 차례의 인피니티 워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키리가야 카즈토에 대해서 조사를 했던
모든 내용들 중에서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상황을
순서에 따라
핵심만 추려서 구두로 보고하고 있었다.
보고는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었지만,
담겨야 할 내용은 모두 담겨 있었다.
그녀의 보고가 끝날 때까지,
법무대신, 국가 공안위원회 의장
그리고
그 둘과 동행한 남자는 입을 다물고 듣고만 있었다.
거의 30분 가까이 이어진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서야
기가 차다는 얼굴로
말없이 그들을 노려보는
법무대신을 대신해서
국가 공안위원회 의장의 입이 열렸다.
"들어 본 적도 없네. 무슨 말인지 아나?"
의장이 물었다.
무슨 말이지?
나구모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내가 정치가가 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나기는커녕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자네가 아까 했던 법무대신과의 전화연락이 끝난 것과
거의 동시에
외무성에서
경찰청의 나에게 연락을 했어
외무성에서 긴급 연락을 받았다는군.
미국 국무부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 비공식 전문을 보내왔다고.
키리토 아니
키리가야 카즈토 군과
그 소년의 지인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는군.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말이지.
얼마나 대단한 약속을 했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외무성에서 난리가 났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미국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미 상원 외교위원회도 같이 움직였다는 이야기야.
대..대통령이라면 몰라도
미 상원 외교위원회까지 동시에 움직이다니......
어떻게 보자면
대통령이 직접 연락을 했다는 것보다
더 기가 찰 일이란 말이야.
자네들 같은
이 분야의 아마추어들은 모르겠지만
상원의원이 행사할 수 있는 파워는
대통령보다 막강하다고 할 수 있지......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쥐락펴락하는
단 100명의 진정한 권력자들.
임기 2년의 하원의원들이 제출하는 법안을 최종 심사하고
행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칼질을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들......
한 번 당선되면
변고가 없는 한 다선이 보장되는 상원의원들이
그중에서도
미국의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같이 움직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나......?
그 말에
나구모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사실
프로젝트 앨리시제이션 아니
그 오션 터틀 사건 당시에
그 키리가야 카즈토라는 소년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는 것은
방위성과 정부 일부 인사들은 아는 내용이니
그 부분 때문에
미국 정부가 움직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외교 채널이 가동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그 말은
백악관과 미 의회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이해는 가.
백번 양보해서,
그 오션 터틀 사건 아니
그 프로젝트 앨리시제이션을 진행중이었던 그 당시에
그 소년이 프로젝트에 중요한 일을 했다는 것은
일단은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내용이고
그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라서
직접 외교 채널을 가동했다고
억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해할 수는 있어.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에서는 왜 움직인 거지?
말이 외무부지.
실제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부를 통해서
그 소년을 보호해 달라고 비공식 요청을 보내왔어.
내년에 정상회담을 해 보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미끼를 걸고 말이지.
정상회담.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지?"
나구모의 눈이 커졌다.
미국?
미국이 움직였다고?
아니
미국도 모자라서 러시아까지 움직였다고?
그것도
정상회담이라는 미끼를 걸었다고?
그녀를 제외하면
이번 사건에서 가장 현장에 가까운 사람이 나구모였다.
나구모가 알기에
그 오션 터틀 사건에
러시아가 개입할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개입할 요소가 있었다고 해도,
정상회담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백악관과 크레믈린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키리토 아니
키리가야 카즈토라는 소년과 직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외무부, 미국 국무부,
그리고
크레믈린. 백악관. 끝일까?
아니지.......
뭐라고 하셨지?"
국가 공안위원회 의장이 다시 물었다.
나구모는
주어가 생략된
의장의 질문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화의 맥락이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
나구모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의 대답을 통해서
맥락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이 이어졌고,
나구모는
그녀가 대답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구모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일본의 국가 공안위원회의 수장이자
그녀의 직속상관의 질문이었다.
그녀는 답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명령을 거부하고 있었다.
나구모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법무대신 옆에 서 있는 남자,
법무대신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정체불명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저 남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구모는
그 눈빛에서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 본인의 상관인
일본 국가공안위원회 수장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 이유도,
저 정체불명의 남자가 있는 곳에서
말을 아끼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일본 황실이었다.
그 커피 전문점에서
그녀가 받은 전화는 황실에서 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고위 황족에게서.
그녀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살짝 웃음을 지었다.
"총리 임시대행께서 보내신 분이다."
그녀의 시선에서 같은 의미를 읽어 낸
법무대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현 일본 내각 총리대신
아니 총리 임시대행 직책을 수행하는
그 고이즈미 신지로 내각 관방장관의 사람이라는 이야기였고,
말해도 된다는,
아니, 말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구모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현 총리 아니
총리 임시대행의 측근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전화 내용을
현 총리 아니
고이즈미 신지로 총리 임시대행께서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누구에게서
그녀에게 직접 부탁 아니
지시를 내렸는데,
그 지시를
고이즈미 총리 임시대행께서 알지 못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상황에서
단 한 명뿐이었다.
일본의 천황인
나루히토 덴노
그녀는
일본 천황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