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 일본 본토 전 (291)
쿠미코와 만난
다음날
키리토는
긴자의 어느 카바쿠라를 찾았다.
일본의 현지화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오래전
카바레Cabaret는
예술과 공연을 논하는 건전한 사교장이지만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변질되고
클럽과 합쳐 탄생한 카바쿠라는 더욱 타락적인 이미지를 띠었다.
한, 중, 일 3국이
모든 면에서 얼마큼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화류계다.
3국의 성산업은
매우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는데
그 시스템의 발전도는
일본→한국→중국 순이 일반적이었다.
성性과 관련된 산업은
보수적인 사회에선 기피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게
매춘이었다.
“옛날 같지 않아.
뭐 보여주는 외형이나 수치상으론 많이 커졌지만...
반대로 낭만은 사라졌다고 할까?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란 편리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해.”
일본폭력조직을 통칭해
야쿠자로 부르지만
이들은 상당히 복잡한 권력구도를 이뤘다.
중요한 건
야쿠자를 향한 국민적 공감대나 인식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필요악?
일본인이
자국의 범죄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대했다.
야쿠자를 미화하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각종 콘텐츠는 넘쳐났고
지금도 양산되는 중이다.
“친근한 범죄자라.....
돈 많이 들었겠어요?”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거지.
대중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범죄와 정치는 다를 게 없거든.”
“심각한 논리의 비약 같은데요?”
“알잖아?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세상이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야쿠자의 이미지는
뭔가 열혈과 근성으로 똘똘 뭉친 의리의 상남자였다.
비정하지만
한편으론 인간미 넘치며
선과 악이 뒤섞인 퇴폐적인 분위기는
사나이로망을 꿈꾸는
어린애와 젊은이들에게 의외로 잘 먹혔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인과 애들은 잘 있나요?”
“요즘 레슨이다 뭐다 뭐가 그리 바쁜지
나보다 더 시간 내기 힘들어.
우리 때는
그냥 뛰어놀기 바빴는데 말이야.
너는 아직 솔론가?
콜로서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누군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걸 잊었나보군요.”
“미안,
그때는 내가 많이 힘들었었어.”
도쿄는
수많은 범죄조직의 각축장이지만
최고는 한 자리뿐이다.
가와부치 켄타로는
긴자부터
롯폰기, 에비스, 시부야까지
진짜 도쿄의 알짜배기만 관리하는
광성회의 3번 조장이었다.
“그래서 놀러온 것 같지는 않고?
그.....일 때문인가?”
“그것도 있고 다른 볼일도 있어요.”
“다른 볼일이라면?”
“자금사정이 시원찮다고 들었는데요?”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걸요?”
엠파이어 콘체른은
겉으론 멀쩡한 투자회사이자
기업연합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온갖 검은돈을 세탁해주던 야쿠자의 하부조직이다.
야쿠자의 사업방식은
합법 뒤에
교묘히 불법을 감추는 위장을 선호했고
정치인과 관료를 주무르는 일본에선
그 방식이 잘 통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한 번 권력을 잡으면 대대손손 해먹는 일본정관계와 달리
미국은 철저하리만치 프로토콜을 중시했다.
“그 글로젠 DS 시큐리티 건 때문에
동결된 엠파이어의 자산을 되찾는 건 불가능해요.
알지요?
켄타 씨.”
“알아.
알지만...
그렇다고
육백억 달러를 쉽게 포기할 순 없잖아?”
엠파이어 콘체른의 비즈니스는
실제 99%가
합법적인 절차를 따랐고
남은 1%만
불법에 가담했지만
미국은
1%를 빌미로 99%를 희생양으로 몰아갔다.
눈 뜨고 코 베인 야쿠자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했다.
“양키놈들은......
정말... 개새끼들이야.
변호사들 말론
이미 오래전부터
내부고발자나 증거를 수집해뒀을 테니 빠져나가긴 어렵다고 하더군.”
“미국에 본사를 뒀지만
대주주는 일본자본이니까 그러지요.
그들 관점에선
보호해야 할 자국기업이 아닌
감시해야 할 외국기업으로 보였겠지요.”
“그동안
세금을 얼마나 많이 가져다 바쳤는데?
하여튼
코 큰 새끼들이랑은 상종하면 안 돼.”
가와부치 켄타로의 투정을 받아준 키리토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제가 보상해드리지요.”
“허!
육백억 달러를?”
“대신.”
놀라움에 엉덩이를 들썩이던 상대는
키리토가 단서를 달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과
엠파이어의 공동 명의로 된 주식과 채권을 몽땅 양도하세요.”
“그러고 싶지만
동결된 자산은 거래가.”
가와부치는
불쑥 내밀어진 쪽지를 받아들곤 말을 끊었다.
“션 롤랜드?
그 블랙 뱅커?”
“물론 수수료가 붙는 건 알고 있겠지요?”
현물을 현금으로 처리해주는 대신
막대한 수수료가 부과되겠지만
무일푼으로 접는 것보단 낫다.
가와부치는
양해를 구하고 일어나 휴대폰을 붙들었다.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몇 분 후
그는 큰일을 해결한 변비환자처럼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모두 동의했네.”
“굿.”
“고맙네.
콜로서스.
사실 상황이 별로였거든.
이걸로 급한 불은 껐어.”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건가요?”
“억울해도 어쩔 수 없어.
그게 규칙이니까.”
범죄세계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하고 비정한 곳이다.
“자네가 보증한다면
그 쪽 문제도 좋게 풀릴 거야.
하지만......
만약......
그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의 대주주인
그 가브리엘 밀러가
우리 쪽 조치에 대해서
대주주 권한으로 따지기라도 하면......."
“그 가브리엘 밀러는
앞으로 죽은 듯 얌전히 지낼 거라고
내 약속하지요.”
키리토의 그 말은 사실이기는 했다.
키리토가
지금 동전 한 닢 남기지 않고 다 털어가는
그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의 실질적인 대주주이자
유일하게
키리토의
그 칼만 안든 날강도짓(?)에 대해서 항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그 가브리엘 밀러는
말 그대로
키리토의 손에 의해
죽은 시체조차도 부러워할정도로
사람이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 급으로
정신적으로 처참하게 망가진 상태로
키리토의 호텔리어(?)로 임명된 크리터와 함께
미군 요코스카 주일 미군 사령부의 비밀 벙커에 감금되어 있었으니까.
서로 만족할 결과를 얻은 둘은
웃으며 축배를 들었다.
단 키리토는
스파클링 워터였지만.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바텐더를 찾던
가와부치는
갑자기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참!
요상한 소문이 들리던데?”
“요상한 소문요?”
키리토는
알 듯 모를 듯 묘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래.
드레스덴파일이 실재한다는 소문이 돌아.
그것도 너한테 있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