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아이의 노래 - 페터 한트케
사쿠라 | L:0/A:0
127/130
LV6 | Exp.9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86 | 작성일 2020-11-05 23:09:34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노래 - 페터 한트케

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였다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 악마란 사람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 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
시금치와 콩, 양배추를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잘 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깼다
그리고 지금은 항상 그렇다
옛날에는 인간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옛날에는 천국이 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상상만 한다
허무 따위는 생각 안 했지만 
지금은 허무에 눌려 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놀이에 열중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열중하는 것은 일에 쫓길 뿐이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사과와 빵만 먹고도 충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도시에 갈 때는 더 큰 도시를 동경했는 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 있다.  

개추
|
추천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9269 시 문학  
하늘과 땅 사이에 - 김남주
크리스
2021-02-02 0 86
9268 시 문학  
착빙행(鑿氷行) - 김창협
이지금
2021-02-06 0 86
9267 시 문학  
엄마 걱정 - 기형도
에리리
2021-02-07 0 86
9266 시 문학  
과향적사(過香積寺) - 왕유
이지금
2021-02-07 0 86
9265 시 문학  
가을밤 - 도종환
크리스
2021-02-09 0 86
9264 시 문학  
겨울 교실 2 - 이상백
크리스
2021-02-18 0 86
9263 시 문학  
면한유(勉閒遊) - 백거이
이지금
2021-02-20 0 86
9262 시 문학  
봉황수 - 조지훈
에리리
2021-02-27 0 86
9261 시 문학  
달 - 박목월
크리스
2021-04-16 0 86
9260 시 문학  
청노루 - 박목월
에리리
2021-05-03 0 86
9259 시 문학  
파랑새 - 한하운
에리리
2021-05-04 0 86
9258 시 문학  
나비와 광장-김규동
에리리
2021-05-15 0 86
9257 시 문학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 은
크리스
2021-05-12 0 86
9256 시 문학  
병적 계절(病的季節) - 이상화
크리스
2021-05-26 0 86
9255 시 문학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 박인환
크리스
2021-07-01 0 86
9254 시 문학  
착해지는 날
사쿠야
2020-06-12 0 87
9253 시 문학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 신석정
사쿠야
2020-06-13 0 87
9252 시 문학  
사랑하는 이유 - 정우경
에리리
2020-06-15 0 87
9251 시 문학  
시와 술 - 임영준
순백의별
2020-06-16 0 87
9250 시 문학  
불길
영원한17세
2019-01-26 0 87
9249 시 문학  
석류 - 정지용
사쿠야
2020-03-29 0 87
9248 시 문학  
귀천(歸天) - 천상병
에리리
2020-04-29 0 87
9247 시 문학  
나 무 - 류시화
흑설공주
2020-04-29 0 87
9246 시 문학  
양녀(洋女) - 한하운
미소녀
2019-08-09 0 87
9245 시 문학  
이 하루를 사는 동안/김용호
미소녀
2019-08-15 0 87
      
<<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