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구월구일(乙酉歲九月九日) - 도연명
靡靡秋已夕 (미미추이석) 어느덧 가을도 이미 저물어
凄凄風露交 (처처풍로교) 바람과 이슬이 모두 싸늘하네
蔓草不復榮 (만초불복영) 덩굴진 풀도 생기를 잃고
園木空自凋 (원목공자조) 뜰의 나무도 쓸쓸히 시드네
淸氣澄餘滓 (청기증여재) 맑은 기운으로 더러움을 씻어내고
杳然天界高 (묘연천계고) 아득히 하늘은 높기만 하네
哀蟬無留響 (애선무유향) 애처로운 매미는 울음을 그치고
叢雁鳴雲霄 (총안명운소) 기러기 떼 멀리 구름 속에 울며 가네
萬化相尋繹 (만화상심역) 만물이 서로 찾아 변하여 가는데
人生豈不勞 (인생기불로) 우리 사람 또한 힘들지 않으랴
從古皆有沒 (종고개유몰) 옛부터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 것
念之中心焦 (염지중심초) 생각하니 가슴속이 타들어 가네
何以稱我情 (하이칭아정) 무어라 내 감정을 이름지으랴
濁酒且自陶 (탁주차자도) 탁주에나 도연히 취해야지
千載非所知 (천재비소지) 천년 후의 일은 알 바 아니니
聊以永今朝 (요이영금조) 이 아침이나 마냥 즐겨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