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有兒) - 정약용
有兒雙行 (유아쌍행) 함께 다니는 저 두 아이
一角一羈 (일각일기) 동생은 쌍상투 누이는 묶은 머리
角者學語 (각자학어) 동생은 이제 겨우 말을 배우고
羈者髫垂 (기자초수) 누이는 다박머리 드리웠는데
失母而號 (실모이호) 어미 잃고 울면서
于彼叉岐 (우피차기) 갈림길에 서 있네
執而問故 (집이문고) 붙들고 까닭을 물었더니
嗚咽言遲 (오인언지) 흐느껴 목메어 더듬는 말이
曰父旣流 (왈부기유) 아버지가 오래 전에 집을 떠나서
母如羈雌 (모여기자) 엄마는 외톨이가 되었어요
甁之旣罄 (병지기경) 쌀독이 빈지 이미 오래라
三日不炊 (삼일불취) 사흘을 밥 못 짓고 굶었어요
母與我泣 (모여아읍) 엄마가 우릴 안고 흐느껴 울며
涕泗交頤 (체사교이) 눈물 콧물 두 뺨에 얼룩졌지요
兒啼索乳 (아제색유) 동생은 울면서 젖 찾았지만
乳則枯萎 (유칙고위) 젖은 이내 말라버려
母携我手 (모휴아수)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及此乳兒 (급차유아) 젖먹이 저 애를 업고는요
適彼山村 (적피산촌) 저기 산촌에 들어가서는
丐而飼之 (개이사지) 구걸해서 우리를 먹였어요
携至水市 (휴지수시) 물가 시장에 데려가서는
啖我以飴 (담아이이) 우리에게 엿도 먹여줬어요
攜至道越 (휴지도월) 이 길까지 데리고 와서
抱兒如麛 (포아여미) 사슴 새끼 품듯 안고 잤어요
兒旣睡熟 (아기수숙) 동생은 깊이 잠이 들었고
我亦如尸 (아역여시) 나도 죽은 듯 잠들었어요
旣覺而視 (기각이시) 그런데 깨어나서 찾아보니
母不在斯 (모불재사) 엄마는 여기에 없었어요
且言且哭 (차언차곡) 이렇게 말하다 또 울다가
涕泗漣洏 (체사연이) 눈물이 콧물이 줄줄 흐르네
日暮天黑 (일모천흑)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栖鳥群蜚 (서조군비) 뭇 새들도 집을 찾아드는데
二兒伶俜 (이아령빙) 외로이 떠도는 두 오누이
無門可闚 (무문가규) 찾아 들어갈 집이 없구나
哀此下民 (애차하민) 슬프도다 가엾은 우리 백성들
喪其天彝 (상기천이) 하늘의 도리마저 다 잃었는지
伉儷不愛 (항려불애) 지아비와 지어미가 사랑하지 못하고
慈母不慈 (자모불자) 어미도 제 자식 돌보지 않는구나
昔我持斧 (석아지부) 옛날 내가 암행하던
歲在甲寅 (세재갑인) 갑인년에
王眷遺孤 (왕권유고) 왕께서는 고아들 당부하시며
毋俾殿屎 (무비전시) 고통받지 않게 하라고 하셨었지
凡在司牧 (범재사목) 벼슬하는 모든 목민관들아
毋敢有違 (무감유위) 감히 그 분부 어기지 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