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닦으면서 - 임찬일
안경을 닦으면서
추억이라는 흔적으로 아직도 우는 시간
손등에다 가만가만 눈꺼풀을 문지르듯
세상과 화해하고자 안경알을 닦는다
눈물에 가린 듯이 빽빽한 세상 풍경
마음 귀퉁이에 생각도 닦아 보고
행여나 손자국 남을까 투명하게 떠는 염려
돌아보면 배경은 죄 아름답게 정해져 있다
뒷그림이 받쳐주는 돋보이는 삶의 앞면
그 모습 다 살리고 싶어 입김으로 닦는 정성
먼 것은 멀리 봐야 눈앞인 듯 선명하다
느낌으로 나를 열어야 사랑도 보이는 법
당기고 때로는 밀어야 초점 안에 들어오지
세상도 제 눈에 안경같이 맞춰서 보고 싶다
언제나 흐린 바깥 그것마저 닦고 싶다
시간도 함께 늙으면 그때 가서 벗을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