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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 김광규
조커 | L:45/A: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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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24 | 작성일 2021-07-29 1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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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 김광규

대추나무
                                                                              - 김광규 -

                                                       

 

 

 

바위가 그럴 수 있을까.

쇠나 플라스틱이 그럴 수 있을까.

수많은 손과 수많은 팔

모두 높다랗게 치켜든 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빈 마음 벌거벗은 몸으로

겨우내 하늘을 향하여

꼼짝 않고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무가 아니라면 정말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

겨울이 지쳐서 피해간 뒤

온 세상 새싹과 꽃망울들

다투어 울긋불긋 돋아날 때도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다가

초여름 되어서야 갑자기 생각난 듯

윤나는 연록색 이파리들 돋아내고

벌보다 작은 꽃들 무수히 피워내고

앙징스런 열매들 가을내 빨갛게 익혀서

돌아가신 조상들 제사상에 올리고

늙어 병든 몸 낫게 할 수 있을까.

 

 

 

 

대추나무가 아니라면 정말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

 

     -<좀팽이처럼>(1988)-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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