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능력을 뺏을꼬얌 1화
가벼운 터치. 거리를 쏘아다니다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수많은 사람과 부딪치게 될까? 아니 충돌 수준이 아니라 가벼운 스침도 가능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수많은 인연들을 매일 생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도 한사람이 하루에 옷깃을 스친 사람이 하도 많기에 그 중 한명쯤은 인연이 있지 않으리라는 가벼운 말이지 않을까. 차라리 옷깃을 스치지 않은 사람이 인연이라는 말이 더 로맨틱하다. 옷깃을 스치지 않았다는 건 만나지도 않았다는 말이고, 만나지도 않은 사람이 인연이 된다는 건 운명이나 다름 없으니.
한남자가 커피숍에 앉아 있다. 탁자위에 앉은 커피가 식든 말든 뿔테안경 뒤에 숨은 눈동자는 맹렬히 돌아갔다. 물론 젊은 남성이라 커피숍이라는 같은 공간에 예쁜 여자가 있진 않을까 구미가 당기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의 입맛은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반대편 문쪽 자리에 가볍게 웨이브 한 여자와 마스크가 훤칠한 남자가 마주앉았다. 잘생겼다. 확실히 얼굴이 인상적이고 이목구비가 뚜렷해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남자다. 그를 계속 주시하던 뿔테 남자는 그제서야 식은 커피를 한입에 들이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커피는 조금씩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다. 고농축된 카페인을 한번에 마신 탓에 혼란스워서 그런가. 가게를 나가다 잘생긴 남자의 어깨를 살짝 건들였다. 물론 미세하게 스친 정도라 잘생긴 남자는 크게 생각은 안했다.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앞에 앉은 여자의 풍만한 가슴에 신경이 쏠렸다.
'C? D?'
여자는 벗겨보기 전까지는 모른다지만 벌써부터 김치국에 군침이 넘어간다. 웨이브녀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더니 시선을 느끼곤 불쾌한 표정으로 가슴을 서둘러 가렸다. 아차,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봤나. 서둘러 화제를 돌리기 위해 어색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소영아 오빠 화장실좀."
마신게 있으면 당연히 배출도 있어야 한다. 아까부터 커피를 홀짝되다 보니 밑에서 나가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다. 화장실에서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곤 세면대에 손을 닦으려 물을 틀었다. 그리곤 물비누를 짜러 고개를 드는데 무의식적으로 거울속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뭐야!'
거울속에는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 못생긴 또다른 남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훤칠했던 이목구비 찰랑였던 머리칼 인상 좋은 마스크, 장점이었던 그것들이 모두 역전돼 단점으로 바뀌어있었다. 커피숍 화장실에는 아이스커피의 얼음보다 더 얼어버린 잘생겼던 남자와 족쇄가 풀린것처럼 날뛰어 세면대의 한계점을 위협하며 차오르는 물, 그리고 거울속의 못생긴 남자가 시간가는 지 모르고 흐르고 있었다.
가게를 나온 뿔테 쓴 남자는 답답했던 뿔테안경과 눈까지 푹눌러쓴 모자를 벗고 잘생긴 외모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뭇 여성의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거리를 걸었다. 어디서 본 거 같은 훤칠한 이목구비와 찰랑이는 머리칼, 인상좋은 마스크가 얼굴에 묻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