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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시 6편 모음
黑수저 | L:0/A:0
257/550
LV27 | Exp.4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325 | 작성일 2018-09-03 0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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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시 6편 모음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 갈래?

/서덕준, 장미 도둑



눈을 감고 누웠는데 글쎄, 아니 정말 눈꺼풀을 내렸는데


눈 앞으로 불쑥 네가 나타나. 나를 쳐다봐.

너는 어떻게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 어떻게 이렇게도 아름다워?

눈물이 나는데도 너는 흐려지지 않지.

진짜 내 앞에 있다고 말해주면 안돼?

사무치게 아름다운 그대야.

내 손 잡아줘, 같이 가자 응?

내 꿈으로 같이 사라지자.

터지는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물거품처럼.

/네온색 다이너마이트, 서덕준



당신이 깊은 밤 홀로 삶의 덤불을 허우적일 때

뺨 위로 밝은 유성우가 네게 손짓하듯 마중하듯

난 그토록 빛나는 별이었으면 해

어느 누구도 찾지 않는 사막에 당신이 홀로 있을지라도

나는 초승달이 저무는 소리가 되고

바람들이 허공에서 춤추는 음악이 되어

너의 빈손을 가만히 잡아줄 수 있었으면 해

눈을 멀게 할 빛나는 별들이

네 손과 깍지를 끼는 음악들이

지금 모두 너에게로 달려간다.

/별과 노래의 질주,
서덕준



너의 얼굴을 가만히 읊어보겠어


과꽃이 지고 바람에 네 살결의 향수가 실리던 때를
기억해


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건반을 두드리며


너의 음계를 훔치던 내가 있어


짙은 밤 네 눈의 우물에서 낮달처럼 비치던 내가 있어


우리 인연은 호흡처럼 짧아서 너는 내게 한숨이야

 


너의 눈썹에는 미처 부치지 못한 내 엽서가 날아들고


눈꺼풀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출렁이고 있어


내 질투로는 차마 파문을 일으킬 수 없는


네 살구색 뺨에 언젠가 내가 기대었다는 것을 너는 기억해?

 


내 마음엔 녹슨 대문이 울며 열려있고 너의 신발은 없어진 지 오래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손님이었지


이미 네 발자국 소리는 내 것이 아니야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해


누구와 있더라도


너는 행복한 영화야


내 찬란한 장미야

/찬란한 장미 예찬론, 서덕준




누가 그렇게


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

/능소화, 서덕준



당신 사진 옆에


슬픔 한 줌 내려놓고


좋아한다는 고백 하나


꺼내 보았습니다

 


서랍에 담겨 있던 이 고백은


시간에 덮여 먼지가 앉았는데

 


허나 조금도 바래지 않은 사진 속 당신 모습에


나의 가슴은 하염없이 삐걱거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 밤


당신 얼굴에 조용히 입을 맞추고

 


나의 추억이 세월 속에 빼앗기기를


다만 당신의 서랍에도 내가 담겨 있기를

 


소매에 눈물 하나 놓고


기도했습니다

/낡은 고백, 서덕준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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