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시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시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감상 : 가난한 이들에 대한 휴머니즘적인 작가의 태도가 잘 드러난 시이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자들이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을 가진 한 인간임을 시인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이러한 인간적 감정들이 묻혀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 주제 : 따뜻한 인간애(人間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