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雪日) : 김남조 시
설일(雪日) : 김남조 시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 감상 : 이 작품은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의 풍경을 보면서 인생을 사는 삶의 자세를 짚어 보고 있는 작품이다.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평소 종교적 신앙심을 생활에 연결짓고 있다. 쉽고 평이한 시어 속에 인생에 관한 관조적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