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書) : 유치환 시.
생명의 서(書) : 유치환 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百日)이 불사신 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애증 : 사랑과 증오
· 사구 : 모래 언덕
* 갈래 : 자유시, 상징시
* 성격 : 의지적(⇐촉각적 심상을 많이 사용), 상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