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 노천명 시
사슴 : 노천명 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 본다. //
* 감상 : 이상향의 동경을 그린 노천명의 이 작품은 사슴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관(冠)’은 사슴으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媒介物)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