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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가 고산으로 간 이유 - 강연옥
순백의별 | L:60/A:585
1,229/1,750
LV87 | Exp.70%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79 | 작성일 2020-02-12 0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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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가 고산으로 간 이유 - 강연옥


지구 온난화의 채찍질로,

제주 조릿대 군락이 한라산 고지를 향해 밀려 올라
가 땅을 뒹굴며 자라는 양지식물 시로미를  에워싸
숨통을  조이고 있다.  시로미는 고산의 비바람에
부딪히며 햇살에 제 몸 섞여야 까맣게 단물 들거늘
제 그림자  땅에 묻으려  잎새 비비는 조릿대에 눌
리어  실성하다 시들고 마는 현실,  아프고 서럽다 
이제  시로미의 살길이란 척박한  돌밭에 기어오르
거나 더 추운 고지를 향해 허겁지겁 오르는 일 뿐.

더 이상 핏물 마를 것 없는
창백한 구상나무 고사목
굶주림의 상처인 냥
허연 뱀 껍질을 뒤집어 쓴 채
계절을 맞고 있고
백록담 분화구엔 영생의 꿈처럼
하얗게 서리가 내려도
돌매화는 의지의 입술 깨문 채
여위어만 간다

삶에 있어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가?

들판을 휘젓고 다니며 꽃을 따는
애 밴 이유 모르는 백치 소녀처럼
정작 조릿대는 알지 못한다
고산으로 가게 된 이유를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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