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 전덕기
(1)
마디마디 박힌 사리
세고(世苦)의 깊은 그늘
한 잎 두 잎 꽃송이로 피어나니
아름답다 숭고하다
봄날의 싱그러운
푸른 냄새야
(2)
신선한 아침 출근길에
어젯밤에 토해낸
주정뱅이 몰골 보듯
끌끌끌 혀찬 소리
메아리로 나르고
(3)
앞으로 터진 입이라
뒷군담 모르니
말 팔아 세운 인기
해명할 길 없어
저 쌓아 뭉갠 냄새
어디다 치울꼬
(4)
침묵은 금이라고
응축하고 응축한 엑기스
성인군자 글월로 새겨
후세에 전하는 금언
생명이 죽어야 생명으로 다시 사는
삶이 빚어낸 냄새
껴안아 부비는 살갗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