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 박얼서
행운목은 앉혀둔 자리 그대로
주방 냉장고 옆에 홀로 서있다
아내는 이 터줏대감을 목욕시킨다
널따란 푸른 잎 장년들의 몸을
물걸레로 구석구석 닦아주고 있다
나는 안다, 청소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닦는 수양이라는 것을
어림잡아 매달린 그 잎의 수가
아내에게 공감을 키워온 터라
한 잎 두 잎 손길이 닿을 때마다
마음은 깃털처럼 가뿐해지리라
아내는 한층 더 차분해질 것이다
그동안 긁히고 부딪쳐서
상처투성이가 돼 있으면서도
단 한마디 내색도 없이
하수처리장이 되어버린 아내
행운목 푸른 욕탕에 들어
오늘도 구겨진 마음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