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향일암에서 - 박얼서
불타오르는 일념 하나
먹구름 속을 허겁지겁 헤집고 나와
오늘을 둥둥 열고 있다
수 억 만년 동안 늘 첫날로서
단 한 번도 속이지 않은 신념
벌겋게 요동치는 맥박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붉은 심장의 살점이다
여기가 고립무원의 돌섬이라 한들
어찌 저 팔팔한 여명의 기운이
내리지 않으랴! 거부도 못하리라
섭리 밖에 놓인 존재는 없었다
별과 달 세상천지 만물까지도
어둠의 점령군으로
노도(怒濤)를 달래는 찬란한 너의 눈빛
감히 마주 할 수 없어라
삼라만상을 지휘하는 함성
창조주의 숨결이시라
숨죽이며, 숨죽이며
나부끼는 저 물빛 그 광속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