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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성탄 - 김남조
사쿠야 | L:97/A:61
1,238/5,870
LV293 | Exp.21%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88 | 작성일 2020-05-22 0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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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성탄 - 김남조

정직해야지

지치고 어둑한 내 영혼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내밀한 광기

또 오욕

모든 나쁜 순환을 토혈인 양 뱉고

차라리 청신한 바람으로

한 가슴을 채워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지등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는,

유서에 서명을 하는,

다시 그 나머지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끄적이는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약에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며는

배덕의 정사쯤 쉽사리 저지를

그리도 외롭고 맹목인 열에

까맣게 내 두뇌를 태워 가고 있다

 

슬픔조차 신선하지가 못해

한결 슬픔을 돋우고

어째도 크리스마스는 마음놓고 크게 우는 날이다

석양의 하늘에 커다랗게 성호를 긋고

구원에서 가장 먼 사람이

주여, 부르며 뿌리째 말라 버린 겨울 갈대밭을

달려가는 날이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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