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인(隣人) - 김남조
보이지 않는 고운 영혼이
네게 있고 내게도 있었느니라
보이지 않게 곱고 괴로운 영혼
곱고 괴롭고 그리워하는 영혼이
네게 있고
내게도 있었느니라
그것은
인기척없는 외딴 산마루에
풀잎을 비비적거리며 드러누운
나무의 그림자 모양
쓸쓸한 영혼
쓸쓸하고 서로 닮은
영혼이었느니라
집 가족 고향이 다르고
가는 길 오는 길 있는 곳이 어긋난도
한바다 첩첩이 포개진 물 밑에
청옥빛 파르름한 조약돌이
가지런히 둥그랗게
눈뜨고 살아옴과 같았느니라
영혼이 살고 잇는 영혼들이 마을에선
살경이 부딪는 알뜰한 인인
우리는 눈물겹게 함께 있어 왔느니라
짐짓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곱고 괴롭고 그리워하는 손짓으로
철따라 부르는 소리였느니라
철 따라 대답하는
마음이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