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조 -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선다
갓 추수를 해간 허허한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인생의 백가지 가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었음을
눈 멀 듯 보고 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한 개의 그리움
별이여 이 타는 듯한 가책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정복한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 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 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