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의 <촬영 5> <바람의 손>
촬영撮影 5
김용태
저녁 새가 떨구고 간
피울음 한 방울에도
세상은 온통 불난리
초토焦土가 된 마을
타다 만 사내 심장心腸이
잿더미 속에 식고 있다.
바람의 손
발효醱酵가 잘되었을까
바람이 먼저 깬다
혹은 연두, 혹은 초록
한두 가지 물감만으로
온 세상 들었다 놓을
그런 그림 그리고 있다.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그대 손은 춤사위다
휘두르는 붓놀림 따라
새 지도가 펼쳐지는데
누구요, 새 필법筆法으로
붉은 물을 찍는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