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열차시대 - 임영준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괜스레 거침없이 잘 달려가는 열차에
함부로 제동을 걸려고 한 것 같습니다.
간섭하지 않으면 몇백 년이라도 무탈할
철밥통을 언감생심 따져보려 하였으니
정말 죽을 죄를 지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곳간이 바닥이 나서 다시금 야박한 이웃들에
사정하고 손 벌리고 구걸하는 한이 있더라도
남의 밥그릇은 절대 넘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 동네의 대 철칙을 주제넘게 어긴 것 같으니
무슨 해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에 감히
흠집을 내려 하였으니 무슨 수모를 받더라도
감수해야 하겠지요. 게다가 이곳은 선동하고
뇌동하는 식자들과 신령들의 막강한 조력이
차고 넘친다는 걸 깜빡한 것도 큰 과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거듭 빌고 조아리고
사과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