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아이.
나는 저녁 수업을 끝마치고 외로이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나는 원래 친구가 없었다.
어렸을때부터 친구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디 멀었던 나였기에..
이제 집앞이다.
현관 문앞의 계단에 한 칸 올라가는 순간.
무엇인가가 내 발목을 움켜쥐었다.
"?!"
나는 어느 때보다 놀랐다.
어찌나 힘이 쎄던지, 앞으로 한걸음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도로 위에는 피투성이의 꼬마 아이가 겨우겨우 얼굴을 들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아줌마.."
"꼬..마야.. 너 여기서 뭐하니?"
"아..아줌마.. 도망가요..도망가.."
"뭐라고..?"
"어서 도망가라고요..."
그 말을 전해준 아이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풀썩 쓰러졌다.
나는 소름이 돋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현관 앞으로 뛰어가게 됬다.
그리고 문을 세게 열어 젖히고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섰다.
엘리베이터는 18층에 가있는 상태였다.
"제길.. 이럴 때에.."
나는 할수 없이 계단을 타고 5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집에 안전하게 들어왔다.
"하..하마터면 어찌될지는 몰랐겠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엄마는 소파에서 퍼질러 자고있고..
아빠는 늦게 귀가를 하셔서 아직 안들어왔다.
나는 냄비에 신라면 하나를 끓여놓고 밖에 나왔다.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자꾸 나를 보고있는 듯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5층으로 띵 하고 멈춰섰다.
그리고 5층에 머물러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시원하게 한번 불었다.
머리가 휘날렸다.
라면을 먹으려고 우리집 현관 열쇠를 주머니에서 뒤적이는 순간,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요,,,멈춰,,,크윽....멈춰,,,,"
"..!!!"
나는 재빨리 문을 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애꿎은 열쇠는 맞을리가 없었다.
문은 미동이 없고 손잡이를 돌리는 삐걱삐걱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으이씨.."
손은 점점 얼어가고 라면이 탄 내가 나는 것도 같았다.
밖에까지 탄내가 났고, 괴상한 목소리는 계속 들렸다.
"멈추란말이야!!!!!!!!!!!!!!!!!!!!!!!"
"누...누구야..."
나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물었다.
"아줌마.. 나 알잖아.. 나만났잖아.. 현관앞에 있던.."
"뭐라고..? 네가..?"
꼬마아이는 나에게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아줌마한테.....내가... 도망가라고....했잖아.."
"......"
나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현관으로 뛰쳐나왔다.
'나 만났잖아' 하는 꼬마아이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그러자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흐흐흑....흐흐흐흑...."
"너...너는..."
"아...아줌마.. 도망가요..흐흑...도망가...."
"....정신차려. 나랑 같이 가자.."
"아니야!!!! 아줌마는 도망가라고!!! 내 말 들어! 빨리!"
꼬마아이는 피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날 재촉했다.
나는 그자리에 딱딱히 굳은 채로 서있었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이가 말했다.
"도..도망가.. 우리엄마가 온단말이야.. 우리 엄마가 아줌마.. 때릴거란말이야.. 괴롭힐거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