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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나비효과
츄잉닦이 | L:0/A:0
504/650
LV32 | Exp.7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862 | 작성일 2016-12-06 08: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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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나비효과

하루 종일 걸어 다닌 김남우는 피곤했다. 적어도 돌아가는 지하철만큼은 앉아서 가고 싶었다. 주변으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은 대여섯명, 김남우는 스크린도어로 바싹 붙었다. 지하철 도착 후,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선 김남우는 비어있는 한자리를 발견했다. 조금은 빠른걸음으로 그곳에 안착한 김남우는 작은 만족을 느꼈다. 한데 그때, 핸드폰으로 문자가- ' 띵동! ' [ 당신이 벤치 위에 두고 간 음료 캔으로 인해, 사람 1명이 죽었습니다. ] " 이런 씨! " 벌떡 일어난 김남우, 닫히고 있는 지하철 문을 아슬아슬히 통과하여 밖으로 뛰쳐나갔다! 힘들게 뛰면서도 얼굴엔 억울함이 가득했다. " 아~썅! 음료 캔 하나로 사람이 왜 뒤져?! " 전속력으로 계단을 오르는 김남우, 곧장 역 밖으로 벗어나-, 10분전에 잠시 쉬었었던 벤치에 도착했다. 한데, 그곳에 '음료 캔'은 없었다. " 흐엑 흐엑 흐엑! 아오 시발!! " 짜증으로 머리를 긁은 김남우는 갈등했다. 그냥 갈까? 말까? 그때, 바로 앞 금은방의 CCTV 한대가 김남우의 눈에 들어왔다. 갈등하다 금은방 안으로 들어간 김남우, " 사장님! 여기 앞 CCTV 좀 확인해볼 수 있습니까? 요 앞 벤치 좀 보려고 하는데요, " " 왜 그러십니까? " 김남우는 굳이 설명보다는, 아까 받았던 '문자'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주인은 사정을 알겠다는 듯 경계를 풀었다. " 아이고 저런. 알겠습니다. 한번 확인해보시죠. " 영상은, 김남우가 '콜라 캔'을 마시다 무심코 벤치 옆에 두고 떠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얼마 안가 입에 담배를 문 사내가 벤치 앞에 서더니, 자연스럽게 '콜라 캔' 안에 담배꽁초를 버렸다. " 저런 씨! 담배꽁초?! 담배꽁초가 사람 뒤지는데 뭔 상관이야?! " 담배 사내가 자리를 떠났지만, 음료 캔은 여전히 벤치 위에 있었다. 거의 김남우가 다시 도착하기 얼마 전 상황까지 영상이 갔을 때, 한 할아버지가 화면에 등장해 음료 캔을 집어 들었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였다. " 아! " 김남우는 달려오면서 보았던, 리어카를 끌던 할아버지가 기억났다! 정중히 감사인사 할 겨를도 없이, 김남우는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 감사합니다 사장님! " " 고생하십쇼~ " 김남우는 전속력으로 왔던 길을 내달렸다. 곧, 저만치 앞에 가고 있는 리어카를 발견했다! " 아! 할아버지-! 할아버지 잠시만요-! "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계속 움직이는 리어카. 상관없이, 김남우의 달리는 속도가 리어카를 따라잡았다. " 흐엑 흐엑 흐엑! 하, 할아버지! 잠시만요! " " 으응? " " 흐엑 흐엑... 제가 '나비효과' 때문에요! 저, 아까 벤치에서 캔 하나 주으셨죠? " " 아아! 나비효과! 으응, 캔 하나 주웠지. 저~ 뒤에 어디 있을거야. " " 감사,죄송합니다, 잠시! " 김남우는 캔이 모인 봉다리를 뒤져 캔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 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아! 여깄다! 휴우~! " " 찾았어? " " 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 " 그려~ 잘됐네~ " 김남우는 허리 숙여 인사드렸고, 할아버지는 다시 리어카를 끌고 가던 길을 갔다. 힘들게 구한 코카콜라 캔을 손에 들고, 질린 얼굴로 쳐다보는 김남우. 곧-, ' 띵동! ' [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1명의 죽음이 취소되었습니다. ] " 휴~! ...에라이 옘병! " 김남우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힘들게 구했던 캔을 거침없이 근처 쓰레기통으로 집어던졌다. " 도대체 어떤 재수없는 놈이 코카콜라 캔 하나 때문에 뒤진다는 거야? 아오~! " 인류에게 '나비효과'가 적용 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김남우는 이해가 안됐다-. . . . 나비효과. 나비가 날개를 한번 퍼덕인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점점 증폭되어 결국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20년 전, 한 외계인이 지구로 '관광'을 하러 찾아왔다. 통일 인류는 외계인을 극진히 대접해주었고, 만족스럽게 '지구 관광'을 끝낸 외계인은 한가지 선물을 두고 갔다. '운명의 구' , 이음새 없이 정교하게 원형을 이루고 있는 메탈 재질의 물체였다. 인류는 그것의 사용법을 몰랐지만,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인류의 네트워크와 '운명의 구'를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기계를 '나비효과'라 불렀다. 나비효과를 이용하여 인류는 '큰 사건'의 시초가 되는 '작은 일'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최초의 '날개짓'을 찾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나비효과의 긴 과정을 4단계로 줄여서 설명해보자면. 어떤 한 사내가 지나가는 행인과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했다. -> 살인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내는 술을 잔뜩 마셔서 만취상태였었다. 만취상태가 아니었다면 우발적 살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술을 마시기 전, 사내는 직장상사에게 크게 욕을 먹었다. 욕을 먹지 않았다면, 그날 사내는 술을 마실 계획이 없었다. -> 욕을 먹기전, 직장상사는 계단 난간을 잡았다가 손에 '껌'이 묻어버려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면 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난간에 껌을 묻힌 작은 행위가 나비효과가 되어, 한 행인의 죽음까지 커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기계 '나비효과'는, 그 최초의 '껌'을 묻히는 행위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문자로 전송해주었다. [ 당신이 난간에 '껌'을 묻힌 행위로 인해, 사람 1명이 죽게 되었습니다. ] 문자를 받은 사람은, 그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이 먼저 난간에 껌을 치워버린다면, 결과적으로 그날 밤 행인은 사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비효과'가 가진 엄청난 능력이었다. 단, 문자를 받았다고 모든 운명을 되돌릴 수 있지는 않았다. 문자가 도착하는 것만 해도 10분이라는 딜레이가 있었고, '큰 소리를 지른 것으로 인해-' 와 같이 되돌리기가 애매한 행위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운명을 바꾼다는 건 충분히 훌륭한 능력이었기에, 정부의 관리하에 '나비효과'는 '인명피해'이상의 큰 사건들에 한해 자동으로 문자를 보내주도록 활용되었다. 처음 몇 년은, 문자를 받은 모두가 운명을 되돌리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사람이 죽는다지 않는가?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무뎌졌다. 귀찮아졌다. 사실 사람들이 한 행동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지 않았던가? 그게 원인이 되든 말든, 따지고 보면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 또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니, 더더욱 와 닿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문자가 와도 무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마음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굳이 큰 수고와 노력을 들여서까지 운명을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정부는, '나비효과 벌금'을 먹이기로 했다. 문자를 받고도 운명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운명이 바뀌지 않았을 때 벌금을 먹였던 것이다. 하지만 글쎄, 딱히- . . . 어두운 조명의 고깃집, 김남우와 꽁치가 마주앉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소주를 한잔 털어넣은 김남우가 불평했다. " 크~! 야야! 내가 일부러 늦은 게 아니라니까?! 빌어먹을 '나비효과' 때문에, 아오! 아까 내가 코카콜라 캔 하나 버렸다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아냐? 더워죽겠는데 발바닥에 땀나게 뛰었네 진짜! " " 흐흐흐~, 형 그냥 벌금 내고 말지 그랬어~ 그깟 벌금 얼마나 한다고~, 3만원 밖에 안하잖아? " " 야이 씨! 땅 파봐 3만원이 나오나! 그리고 벌금이 문제냐? 사람이 죽는다는데 찜찜하잖아! " " 뭐 그게 형 탓인가? 형이 뭘 했다고~ " " 난 찜찜해 임마! 말이나와서 말이지, 벌금이 3만원이 뭐야? 무슨 사람 한명 죽는게 노상방뇨 벌금이랑 똑같아? 사람 목숨이 무슨 오줌 값이야? " " 에이~! 그건 아니지 형~! 사람들이 뭐 일부러 누구 죽으라고 하는 행동들도 아니고, 아무 잘못도 없이 뜬금없이 문자를 받는 건데! 만약 벌금이 쌨어봐. 사람들 항의하고 난리났을 걸? " " 야이, 그래도 3만원이 뭐냐! 그러니까 사람들이 죄다 문자를 무시하는 거지!" " 됐어 됐어! 누가 요즘 나비효과 신경 쓴다고~! 억지로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잖아? 거기에 대해 우린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말야! " 김남우는 찜찜했지만, 꽁치의 말이 맞았다. '나비효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딱 그랬던 것이다. 그래도 김남우는 찜찜했다. 늘 문자에 대해 죄책감에 시달렸었다. 한번은, 지하철 옆자리에서 어떤 남자가 하는 말에 '욱'했던 적도 있었다. [ 아~나! 나비효과로 2명이 죽는다고?! 아니, 2명 죽는다고 벌금 6만원인 게 말이 돼? 짜증나네~! 완전 똥 밟았네! ] 김남우는 그남자 멱살을 잡고 당장 운명을 되돌리러 가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어떻게든 노력해서 2명을 살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시대에 그랬다간 욕먹고 손가락질 당하는 건 오히려 김남우였다. 그 남자는 말 그대로 '아무런' 잘못이 없었던 것이다. 씁쓸하게 김남우가 소주 한잔을 털어넣을 때, 꽁치가 가게 TV를 보며 반응했다. " 어? 저거 '최선배' 아니야? 이야~! 기자 됐다더니 성공했네? TV도 나오고! " " 응? 어디? " 김남우가 돌아보니, TV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 국민 여러분 특종입니다! '나비효과'에 대한 놀라운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나비효과 기관'에서 일하시던 '공박사'님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나비효과' 기계에는 '레버'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 레버? " [ 놀랍게도, 그 '레버'로 나비효과의 단계를 높이면! 나비효과의 '시작점'을 더 미래로 선정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작 쓰레기 하나 버렸다고 누구하나 죽는단 문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 " 뭐야?! " 벌떡 일어난 김남우는 물론, TV를 보던 가게안의 모두가 놀랐다! [ 정부는 그동안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비밀로 한 채로, '나비효과'를 운영해 온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이 '레버' 문제에 대해 큰 반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 " 저런 씨! " " 와~ 정부 어이없네? 만약 그랬으면 형 아까 개고생 할 필요도 없었던 거 아니야? " " 와~나 씨! " 김남우는 진실로 화가 났다! 문자를 받고 되돌리지 못했을 때에 느꼈던 그 죄책감이 생각나서 더더욱! 최기자의 예상대로 '레버'문제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정부는 곧 입장발표를 했다. [ ...최소한의 행위 지점인 그 지점이 운명을 되돌리기에 가장 쉬운 '지점'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선정 한 것으로-. . . ] 정부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나비효과의 단계를 높이라는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 ...만약 원인 지점을 멀리 선정한다면, 사실상 '나비효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며-. . . ] 정부의 말대로, 사람이 죽기 직전의 행위에 문자가 도착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적어도, 지금처럼 껌 한번 뱉었다고- 이불빨래 한번 널었다고-, 누가 죽게 생겼단 문자를 받게 되는 건 싫었다. 아주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문자를 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사람이 죽게 되는 도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던가, 죽게 될 상황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거나. '나비의 날개짓' ~에서 '허리케인'까지의 과정이 있다면, 최소한 '강풍' 정도의 지점에서 문자를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비효과 기관'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 시위의 가장 앞에 대표로 선 사람이, 김남우였다. " 정부는 당장 레버를 올려라-! 평범한 국민에게 '살인자'의 죄책감을 지우는 '나비효과' 레버를 당장 올려라-! " " 와~~~! " 김남우의 등 뒤로, 몇천명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기관 앞을 지키는 경찰들은 그 수에 압도되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 음료수 캔 하나 버린게 뭐라고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가-?! 최소한 3단계는 레버를 더 올려라-! " " 올려라-! " 김남우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심히 소리쳐댔다-! 한쪽에선 '최기자'가 그 모습을 취재하며 대박특종을 이어가고 있었다. " 정부는 당장 레버를 올려라-! " " 올려라-! " 아침부터 시작 된 시위가 밤이 되도록, 아무런 상황의 변화가 없을 때. 최기자가 김남우에게 다가왔다. " 어떡할 거야?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런 입장발표가 없어. " " 아오! 시발 진짜! " " 지금 여론은 모두 너희들 편이야. 국민들도 시위를 지지하고 있고 말야. " " 으음... " 최기자는 혹여 들릴 새라, 주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 강제로 진입하는 건 어때? " " 뭐? " "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절대로 강경진압을 할 수가 없어. 차라리 네 손으로 직접 레버를 돌리는건 어때? 지금 국민들 대부분이 바라고 있는 일이야! 정부도 네게 법적책임을 물을 순 없을 거야. " " 내가 직접 레버를? " " 그래! 그럼 어쩌면 넌 국민적 영웅이 될걸? 물론 네 인터뷰는 무조건 내 전담인거고! " " 흠... " 김남우는 갈등했다. 최기자의 말대로, 국민들 모두가 나비효과의 단계를 높이길 바라고 있는 건 분명했다. 김남우 본인부터가 강력히 바라고 있었으니. 김남우는 뒤를 돌아보았다. 시간이 늦어, 시위대의 뒤쪽부터 해산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남우는 곧 눈빛을 굳혔다. " 알았어. 한번 돌입해볼 테니까, 앞에 경찰들이 딴 짓 못하게 카메라로 잘 찍어! " " 걱정마! 여기 카메라가 한두대냐? 우리 방송국은 지금 아예 생방송으로 틀고 있어! " 최기자가 돌아가고, 김남우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 여러분-! 정부는 절대 저희 요구를 들어 줄 생각이 없습니다! 정부가 안하겠다면, 우리 손으로 레버를 올립시다-! " " ?! " " 국민들 모두가 레버를 올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우리 손으로 국민의 요구를 관철시킵시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정부가 죄를 묻는다면 제가 모든 처벌을 받겠습니다! 우리 손으로, 나비효과 레버를 올립시다-! " " 와아~~~! "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김남우는, 돌아서 경찰들을 향해 소리쳤다! " 우리는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닙니다! 정당한 국민의 권리를 요구 할 뿐입니다! " 김남우가 앞장서, 기관으로 행진했다! 경찰들은 당황했다!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김남우를 위시한 시위대가 근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경찰들은 어영부영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당당히 철문을 지난 김남우는, 기관 안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때! ' 띵동! ' " ?! " 갑자기 도착한 문자를 본 김남우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가장 앞장서 걷던 김남우가 멈춰서자, 뒤쪽 시위대도 멈춰버렸다. 근거리에서 김남우를 촬영 중이던 최기자가 입모양으로 물었다. " 왜그래? 무슨 일이야? " " ...... " " 야! 들어가! 뭐하는거야?! " 그자리에 서서 부들부들 떨던 김남우, 곧 눈을 치켜뜨며 이를 악물었다! " 지긋지긋한 나비효과! 그래, 니가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지?! " 김남우는 문자를 무시하고 안으로 걸었다! 김남우에게 도착한 문자는-, [ 당신이 시위를 한 행위로 인해, 사람 3,141,592명이 죽었습니다. ] 김남우는 운명을 되돌리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되돌릴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삼백만명? 와닿지도 않았다. 정부의 조작, 나비효과의 발악이라 생각했다. 김남우를 위시한 시위대는 기관 안에서 저지하는 직원들을 몽땅 무시하고 중앙으로 진입했다. 걷고 걸어서, 경고 스티커가 붙은 문 앞에 도착한 시위대, 김남우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경고문이 붙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복잡해 보이는 기계들이 가득한 홀의 중앙, 은빛의 커다란 '운명의 구'가 느리게 회전하고 있었다. 곧장 중앙으로 향하는 김남우, '운명의 구' 앞 컨트롤 박스에서 '레버'의 존재를 확인했다. 한데 곧, 김남우의 두 눈이 흔들렸다! " 지, 지금 단계가... 3단계라고? 1단계가 아니라? " " 뭐?! " 그 말에 최기자가 급히 달려와 확인했다! 1부터 10까지의 단계 중에 레버의 눈금은, 3을 가리키고 있었다! "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지금이 이미 3단계였다고?! " " 와~ 말도안돼! 특종이야! " 최기자는 얼른 카메라를 보고 리포팅을 시작했다. 김남우는 생각에 잠겼다. 그사이 리포팅을 끝낸 최기자는, 조용히 속삭이며 김남우를 재촉했다. " 자! 3단계고 뭐고 됐고, 이제 목적대로 하자고! 어서 레버를 3단계만 올려! " " ... " 그러나 김남우는 묵묵부답, 생각에 잠겨있었다. " 뭐해? 빨리 올려! " " ... " 한참 말이 없던 김남우가, 중얼거렸다. " 만약...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어떨까? " " 뭐? 무슨 소리야 지금? " " 정부가 그랬잖아. 단계가 낮아야 운명을 바꾸기가 쉽다고. 단계가 더 낮아진다면, 다른 누군가들이 더 쉽게 운명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더 쉽게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겠냐고. " " 야! 지금 레버 올리러 와가지고 무슨 소리야 그게?! 그게 더 좋았으면 벌써 정부가 1단계에 뒀겠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올려! " " ... " 김남우는 말없이 손을 뻗어 레버를 잡았다. 한데, 그 손이 움직이진 않았다. " 뭐해? 빨리 올려! 지금 다 찍고 있다고! " " ... " " 야? 야! " 손에 레버를 쥐고 한참을 고민하던 김남우...... 한순간 눈을 빛내며! 순간적으로 레버를- ' 드르륵! ' " 뭣?! 야 김남우?! " 1단계까지 아래로 내려버렸다-! 홀 안의 모두가 놀란 눈으로 김남우를 쳐다보았다. 김남우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 정부의 핑계가 생각나십니까? 단계가 낮아야 운명을 되돌리는게 쉽다고! 그래서 레버를 위로 올릴 수 없다고! " " ? " " 지금 레버를 위로 올려봤자, 또다른 누군가가 문자를 받게 될 뿐입니다! 단계를 낮출수록 운명을 되돌리는게 쉽다면, 아예 1단계까지 내려버립시다! 그럼 누군가가 더 간단하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 ... " " 솔직히 말해서 우린 벌금 3만원이 아까워 운명을 되돌려 왔습니다! 그마저도 되돌리기가 귀찮을 땐 무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좀 더 쉽게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더 간단하게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벌금 3만원 때문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운명을 바꿀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김남우의 말은 무언가 끌어오르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본래의 목적과는 달랐지만, 김남우의 행동을 무시하고 다시 레버를 올리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최기자 역시 어느새 김남우를 집중조명하며 전국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 누가, 어디서, 어떻게, 왜 죽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우리의 행위는 그저 나비효과의 시작 지점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로인해 누군가 죽는게 확실하다면! 그런데 그 운명을 내가 바꿀 수 있다면! 내 책임이 없더라도, 우린 노력은 해야 합니다!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 더더욱! 우린 그들을 구해야 합니다! " 김남우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이 폭발해버렸다! 나비효과 문자를 귀찮아하고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품고 있던 분노가 폭발해버렸다. 전세계로 나가는 김남우의 외침에 누군가는 공감을, 누군가는 회의감을, 혹 누군가는 짜증을 느꼈다. 그래도 김남우는 똑바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레버를 내린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한데 그때. 김남우가 레버를 내린지 정확히 10분이 지난 그때,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 . . . . .' 전인류에게 동시에 문자가 도착했다-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사람 33명이 죽었습니다. ]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사람 61명이 죽었습니다. ]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사람 29명이 죽었습니다. ]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사람 101명이 죽었습니다. ]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사람 62명이 죽었습니다. ]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사람 72명이 죽었습니다. ] [ 당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 . . . . . . ] " ...... "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김남우 마저도. 그제서야 깨달았다. 왜 정부가 레버를 3단계에 맞춰두었는지. 그제서야 인류는 깨달았다. 우리는 태어난 것 만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인류 중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서로에게 '나비효과'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김남우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비관자살을 했다. 그 숫자는-. . .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panic&no=88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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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gsire
3,141,592명.......
2016-12-07 02: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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