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트라우마가 있다.
그 트라우마는 유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대부분은 나의 가정사와 연관된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가난했었다.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시다가 IMF로 인해 큰 돈을 잃으셨고
그 충격으로 인해 술, 도박에 빠지셨다.
그런 아버지를 우리 어머니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셨다.
때문에 항상 집안에선 부부싸움이 있었고, 싸움의 이유는 오직 돈 때문이었다.
부부싸움을 하기 전, 엄마는 항상 우리 남매를 조그마한 방으로 데려가셨다.
"문 잠그고 나오지 마"라고 하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릇이 깨지는 소리부터 시작해 입에 담지도 못할 험한 육두문자들을 들으며 자라왔다.
당시 7살, 5살이었던 우리 남매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곤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는게 전부였다.
한때는 아버지가 부부싸움을 하시다가 의자를 던져 우리 남매가 숨어있던 방 문이 부셔졌던 적이 있었다. 그 부숴진 문을 통해서 우리는 부부싸움의 현장을 볼 수 있었고, 이는 나에게 트라우마를 선물해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주방칼을 들고 도망치는 엄마를 쫒아갔다. 나는 그 부숴진 방문을 통하여 그 장면을 보았다. 다행히(?) 할머니가 기절을 해서 사건은 아무런 피해없이 잘 마무리 되었지만 나에게는 이 장면이 잊지못하는 상처가 되었다.
그 뒤로 가위와 악몽을 심하게 겪는다.
아버지와 내가 소각장에 있고, 아버지가 웃으면서 무언가를 태우고 있고, 엄마와 누나의 비명이 들린다거나
집에 들어왔는데 깜깜한 거실 소파에 아버지가 앉아계시고 불을 켜보니 엄마랑 누나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거나 그런 악몽부터 시작해서
아버지가 주방칼을 들고 엄마한테 달려가는게 눈에 보이는데 몸이 안움직이고 "엄마!엄마!" 불러봐도 엄마는 아빠가 뒤에서 쫒아오는걸 모르고
아무튼 그런 가위현상도 겪었다.
너네들은 대부분 가위눌리면 여자귀신나온다는데
나는 가위 눌리면 대부분이 남자귀신이 나와서 엄마나 누나 괴롭히는 걸 목격하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