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남자친구가 한번 모닝콜을 한 적이 있었는데, 깊게 잠든 데다 진동이여서 받지 못했습니다. 부재중 통화가 와있는 것을 보고 문자를 하고 만났는데, 아까 왜 울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난 전화 못 받았는데?" 대답했는데, 남자친구의 반응이 좀 이상했습니다.
"아닌데? 전화 바로 받더니 흐느끼며 울었잖아. 왜 그런지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그래서 꿈이라고 꾼 거 아니냐고 하면서 남자친구 핸드폰을 확인하니 전화시간이 일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 전화는 부재중으로 떠있는데 말이죠.
며칠 뒤, 저녁에 통화를 하는데 남자친구 전화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딱딱-
이런 반복적인 소리가 들렸습니다.
폰이 이상해서 잡음이 크게 들리나 보다 생각했는데, 끊임없이 소리가 나는게 계속 들으니 거슬리더군요.
"거기서 딱딱딱 소리나는거 뭐야?"
라고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아무 소리도 안 난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제 청력을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전 조금 짜증나서 말했습니다.
"손으로 바닥 치고 있으면서 모르는거 아냐?
라고 물었는데, 갑자기 그 때부터 소리가 커지고 빨라지더군요.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남자친구는 계속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어." 하는데,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 3~4일 정도 남자친구가 집에 있을 때 전화를 걸면 계속 그 소리가 나더군요. 4일이 지나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 뒤로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며칠 동안 겪은 기이한 일인가 싶은데,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그 소리가 나지 않았던 날. 그 날 남자친구의 친척이 돌아가셨습니다.
남자친구를 정말 애지중지하시던 고모님이셨다는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심하게 지병으로 아프셨다고 하네요.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 고모님이 평소에 저를 좋아하지 않았던 걸 생각하니 왠지 우연이 아니라 그 딱딱- 거리는 소리와 울음소리는 연관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