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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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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46 | 작성일 2019-08-28 0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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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제가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그 때 저희 집은 세들어 사는 방 2칸의 집이었는데, 살림살이가 별로 없어서 장롱, 화장대, TV, 책상 등이 전부였죠. 또 식탁은 접는 밥상으로, 밥 먹을 때가 아니면 다리를 접어서 벽에 세워뒀습니다.

그 날 전 완구 장난감으로(레고 비슷한 건데 여러 가지 모양의 블럭을 나사로 조이고 해서 모형을 만드는 것) 탱크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완구 장난감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해체했다가 다시 만드는 걸 좋아했지만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그냥 놔두기로 했죠. 그래서 모형 탱크를 벽에 세워둔 접는 밥상 옆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밥상 아래쪽에 자리를 깔고 동생과 함께 누워 잠이 들었죠.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한참 잘 자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딱 딱 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잠결에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자려는데, 어디선가 계속 '딱 딱 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3번씩 약간의 간격을 두고 계속 소리가 들리자 신경이 쓰여서 '뭐야? 얘(동생)가 발로 어딜 차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소리는 발 방향이 아닌 머리 윗 방향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심결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 보니... 전 순간 놀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밥상을 벽에 세워두고 그 옆에 모형 탱크를 놔뒀었는데, 밥상과 벽 틈새에서 빨간 장갑(손바닥 부분만 빨간 게 아니라 전체가 완전히 빨간)을 낀 손 하나가 튀어 나와 모형 탱크를 '딱 딱 딱'하고 두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문에 노크를 하듯이 주먹을 쥐고 손등으로 딱 딱 딱... 당시 집에는 저와 동생, 아빠, 엄마 4사람이 전부였고 아빠 엄마는 다른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또 동생은 바로 제 옆에서 자고 있었으니... 게다가 밥상과 벽 사이의 틈은 매우 좁아서 3, 4살 어린애 한 명 조차도 들어갈 공간이 없었습니다. (참고로 분명 손은 어른의 손이었습니다.)

전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 동안 덜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간신히 건넌방에서 주무시고 계신 아빠 엄마를 불러서 불을 켜고 밥상 뒤에 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밥상을 치워보니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아빠 엄마는 꿈을 꾼 거라며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했고 시험 삼아 그 손이 했던 것처럼 모형 탱크를 두드려보니 똑같은 소리가 나서 한 동안 겁먹고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이상한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그 빨간 장갑 낀 손은 잘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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