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문밖 소리
지금은 재개발 되어서 사라진 우리 집도 복도가 쭈루룩 있고 집이 6채가 ㄱ자 모양으로 쭈욱 있는
오래된 아파트였어. 근데 우리집은 1층이었고, 복도 바로 뒷편은 아파트 정문 화단이 있었고
한 10발자국이면 바로 경비실이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었거든.
고등학생때였나, 겨울 방학이라(벌써 20년 도 더 된 때다ㅠㅠ) 새벽까지 만화책 보느라
정신 못차리고 뒹굴거리다 새벽 3시 넘어서 불끄고 누웠는데 아무리 누워있어도 말똥말똥한거야.
그래서 온갖 상상을 하다가 잠들려던 찰나, 복도에서 저벅저벅 소리가 들려오더라.
옛날 아파트라 복도 바닥은 타일같은 걸로 되어있었고,
구두굽 소리같은 건 아니었고 되게 작게 거의 타박거리다시피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내 방이 바로 복도랑 붙어있어서
밖의 소리가 새벽엔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다 들렸거든.
근데 그 소리가 딱.
우리집 앞에서 멈추는 거야.
그리고 잘그락 소리.
누군가 문고리를 만지는 소리였어.
잘그락잘그락.
티딕티딕.
잘그락.
깜짝 놀라서 내 방 바로 옆이었던 현관으로 달려갔어.
순간, 현관불이 자동으로 켜지는데 문을 쳐다보니 문고리는 가만히 있는 거야.
문고리를 누군가 건드리는 소리를 분명 들었는데.
그래서 조심히 문밖을 그 렌즈 달린 작은 구멍으로 내다봤어.
아무도 없더라.
이게 사람이라면 더 무서워지는거야.
어케 그렇게 빠를 수 있는 건지.
왜냐면 복도 끝에서 끝으로 가려면 아무리 뛰어도 3-4초 이상은 뛰어야
계단쪽으로 내려갈 수 있거든.
거기다 현관문 불이 켜진다고 밖에서 확 하고 보이진 않을거거든.
창문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다음날 식구들하고 저녁 먹으면서 어제 밤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씀 드렸고
엄마는 내가 늦게까지 안자고 있으니까 이상한 거 들은 거라며 오히려 타박을...ㅠㅠ
그 주말에, 아무 생각없이 엄마 심부름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봐버렸다.
우리집 열쇠구멍 바로 옆에 나 있던 얇은 생채기들.
열쇠로 생긴 게 아니라 훨씬 더 얇은 뭔가로 긁은 자국들.
그 땐 그게 도둑이 우리집 들어오려다
내가 깨있는 거 보고 도망갔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아직도 너무 이상한게 그 짧은 순간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땐 CCTV이런 것도 없어서 그냥 미스터리로 남아버렸어.
그리고 경비원 아저씨도 그 시간이면 보통 아파트 순찰 도시고 계셨고...
사람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