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불
여름에 무더운 날이 계속 되다가
장마철이 되니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그날 밤에도 한기에 여름용 이불을 끌어 당겨 몸에 둘둘 말고 자고 있었습니다.
한참 잠에 취해서 허리까지 내려간 이불을 목까지 쭉- 당겨 올렸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발에 뭔가가 걸려있는지 이불 한쪽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좀 더 힘을 주어 확 당겨 봤습니다.
어딘가에 단단히 걸린 듯, 여전히 덮여지지 않는 이불이 이상하게 느껴져 벌떡 일어나 침대 끝을 봤습니다.
순간 저는 그만 숨이 막히는 공포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습니다.
침대 모서리에 검은 그림자가 쭈그리고 앉아
이불을 꽉 움켜쥐고 절 바라보며 흰 이를 활짝 들어 내놓고 웃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이불은 버려졌습니다.
아무리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는 검은 얼룩 때문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