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젯밤에 꾼 꿈 이야기야.
어제 나는 굉장히 피곤했어. 목에 담이 왔는지 뒤척뒤척하다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롱한 상태에 빠져 있었어.
근데 내가 옆으로 돌아누워 자고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문득 눈을 떴더니 눈앞에 웬 여자애 머리가 있더라.
정확히는, 머리랑 목이랑 손만 방바닥 위에 있었어.
검은색 긴 생머리에 일자 앞머리를 했는데
목만 있으니까 긴 머리가 바닥에 늘어져 있었지.
머리카락 옆으로 하얀 두 손이 보이고.
그 여자애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고.
근데 나냔은 그 애를 보고 말야, 장애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도 내 두뇌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받아들였어.
그래서 그런 모습에 당황해하면 이 애한테 실례라고 생각해서
누운 채로 웃으면서 안녕, 하고 인사했어.
그랬더니 그애가 좀 당황하면서,
자기 모습이 무섭거나 징그럽지 않냐고 묻더라.
난 당연히- 전혀 안 그렇다고, 너 되게 예쁘다고 막 칭찬했어.
아, 참고로 나는 여자야.
근데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내 방 바닥이 되게 차갑다는 거.
몸도 불편한 애가 찬 바닥에 있으면 안되잖아;
그래서 추우니까 내가 누워 있는 전기장판 쪽으로 들어오라 그랬어.
그리고 그 중간 과정을 전혀 모르겠는데,
그냥 정신차려 보니 그 여자애가 내 옆에 누워 있더라.
맨발에 새까만 원피스를 입고 말야.
그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어.
방금까지는 머리만 있던 애한테 어떻게 몸이 생겼지? 싶어서.
하지만 몸이 불편한 애한테 그런 걸 묻는 건 실례다 싶어서;;;;
묻지 않았어. 아 진짜 난 바보인가;;;;
여튼 그 애 손발이 굉장히 하얗고 차가웠다는 건 기억해.
난 소심하게 어디가 안 좋은지 물어봤어.
그 애는 폐가 안 좋아서 무척 괴롭다고 그러더라.
그리고 부모가 없고, 무슨 시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혹시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묻더라.
물론 그냔 사정은 안타깝고 나도 그애 좀 맘에 들었지만
우리집에 들어와 살게 되면 입이 느니까 엄마가 힘들잖아. ;;
그래서 너는 보호자는 없냐고,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랬어.
그랬더니 밖에 있다고 대신 좀 물어봐 달라더라.
내 눈에 걔는 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든 애니까 당연히 그러마 했지.
그래서 방 밖에 나갔는데, 부엌에 모르는 아줌마가 있었어.
딱 보고 그냔 보호자구나! 싶어서 쟤가 나랑 같이 살고 싶어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봤어.
근데 그 아줌마가.. 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무서운 얼굴이었어.
구체적으론 기억 안나는데 뭔가 진짜... 산 사람 같지 않은.
그 아줌마가 그 얼굴로 날 진짜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네가 그럴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
내가 뭘요, 했더니
그 애 데려가려면 시체? 죽은 사람? 그런 걸 내놔야 한대.
그리고 난 그 죽은 사람의 ---(기억이 안나;)를 지니고 다녀야 한대.
그런 조건인데 네가 그게 가능하겠냐고 비웃듯이 그러더라고.
근데 말야.. 나 그 말 듣고 되게 화가 났다?;;;;;
아니 애가 어디로 가고 싶다면 그 의지를 존중해줄 생각은 않고
뭘 내놔라 뭘 해라 조건을 붙이는 게 말이 되냐,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그렇게 그 아줌마한테였는지 그 애한테였는지 막 투덜투덜했어.
좀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내가 그 애한테 했던 말.
그 애 딱 쳐다보면서, 저런 아줌마 말에 주눅들지 말라고,
살아있는 네 의지가 제일 중요한 거라고,
산 사람 의지를 시체니 물건이니 하는 걸로 꺾으면 안 되는 거라고
(꿈속에선 시체란 말이 그냥 물건 같은 의미로 들렸나봐;;;)
지금은 네가 아파서 저런 아줌마 말 들으며 있어야 할지 몰라도
이따 다 나으면 꼭 네 의지대로 하고싶은거 하고 살라고 몇 번씩이나 얘기했어.
그 애는 되게 슬픈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보기만 하더라.
그리고 한참 후에 꿈에서 깼어.
...근데 깨어나서 생각해 보니까 이거; 갑자기 소름이 확 돋더라. ;;
귀신이 내 방 바닥에서 손이랑 머리만 내밀고
나 보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은 orz
나중에 아는 사람한테 얘기했더니
그거 그 귀신 너한테 붙으려고 그랬던 거 같다면서
그냥 그래라 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날 짤짤 흔들더라.
근데 그 꿈 진짜 귀신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