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딱딱딱딱
일년 전의 이야기다.
일 때문에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가 온 나는
옷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 버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보니
시계는 새벽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대로 자고 나서 아침에 샤워하는 게
정말 귀찮았기 때문에, 꾸벅꾸벅 졸면서도 샤워하기로 했다.
무섭지 않았다.
귀신의 존재는 믿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영감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심령체험을 경험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알몸인 상태로 욕실에 들어갔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잠시 욕실 내부를 설명하겠다.
우리 집 욕실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문은 일반 나무문이 아닌 투명한 유리문으로 되어있다.
밖에서는 욕실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에 누가 서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형체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그날도 나는 샤워를 하다가 습관적으로 문을 한 번 쳐다보았다.
문 앞에는 사람의 검은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나는 누나라고 생각했다. 우리 누나는 밤중에 일어나서
TV를 보거나 아예 거실에서 자는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끔가다 누나가 문 앞으로 지나가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감고, 몸에 비누칠을 하려고 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문을 쳐다보았다.
아직도 문 앞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문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딱딱..]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마음의 여유는 남아있었다.
그래도 불안했기 때문에 말을 해보기로 했다.
[거기 누나야? 뭐 하는 거야?]
대답이 없었다.
한번 더 말을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그리고 조금씩 커져만 가는 정체불명의 소리.
[딱딱..딱딱.. 딱딱.. 딱딱.. 딱딱..]
콧노래를 부를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정말 좋았지만
문 앞의 검은 그림자와 알 수 없는
소리를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기분은 그야말로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우리 누나치고는 유난히도 검은 부분이 많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누나의 머리는 흑발이지만
머리카락이 어깨까지밖에 안 내려오는 단발이다.
그런데 문 너머로 보이는 그림자는 전부 검은색이었다.
물론 누나가 검은색 잠옷을 입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껏 누나랑 같이 살면서 그런 잠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서서히 온몸으로 소름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호기심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귀신의 존재를 믿고 있었지만
심령체험을 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직접 눈으로 귀신의 존재를 확인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결심하고 문을 열어 보기로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들리고 있었다.
[딱딱.. 딱딱.. 딱딱.. 딱딱..]
나는 될 수 있는 한 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 앞의 검은 물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확실히 누나는 아닌 것 같았다.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천천히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검은 물체를 본 순간
나는 자신의 호기심을 증오했고 자신이 한 행동을 격렬히 후회했다.
안 봤으면 좋았을걸..
문 앞에 서 있던 것은 키가 120~130 정도에 시커먼 기모노를 입고
허리 근처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하고 있던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그것과는 정반대로 얼굴은 분을 칠한 것처럼 새하얬기 때문에
그런 점이 나의 공포심을 더욱더 불러일으켰다.
나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몸이 굳어버렸다.
시선을 피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집 천장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천장에 무엇이 있길래 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그 소리.
[딱딱.. 딱딱.. 딱딱.. 딱딱..]
아이는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이를 딱딱거리며 부딪히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소리는 바로 그 아이가 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뭐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나는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5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때 시커먼 그 아이의 머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장을 향해 있던 머리는 서서히 나의 눈을 향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에 멈췄다.
나는 너무 놀라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던 그 소리가 갑자기 빨라졌다.
[딱딱.. 딱딱.. 딱딱.. 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 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그 아이가 서 있었던 자리에 길고 검은 머리털이
어지럽게 쌓여있을 뿐이었다. 그 후로 그 아이를 본 적은 없다.
물론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출처] [번역괴담][2ch괴담] 딱딱딱딱|작성자 괴담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