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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만추 외전 11권 스포) 1장 ——— 그래서 나도 달린다
douknow00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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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216 | 작성일 2019-05-02 0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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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만추 외전 11권 스포) 1장 ——— 그래서 나도 달린다

“우리들은 [무장한 몬스터]와 결탁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지———
그렇게 운을 떼고 들어오는 핀의 말에, 장소는 물 같은 걸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진 뒤,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로키 파밀리아] 홈 [황혼의 관], 대식당.
파벌의 거의 모든 단원들이 소집되어, 의자에 앉을 수 없는 사람이 벽에 기대어서는 중, 단장으로부터의 설마 하던 선언에 동요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굳어있는 사람이 없을 리 없었다.
식당의 가장 안쪽에 준비된 상석에 선 핀의 등 뒤에 게양된 것은, 우스꽝스러운 웃음을 띈 광대의 엠블럼.
그의 양 옆에 있는 것은 리베리아와 가레스, 그리고 주신 로키였다.
그 광경이, 핀의 발언이 독단이 아니라는 것을 고하고 있었다. [파밀리아] 수뇌부의 총의라고.
간부 후보인 라울이나 아나키티는 물론, 티오나와 티오네도 눈을 부릅뜨고 굳어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레피야를 시작으로 [요정부대(페어리 포스)]의 인원들과, 이틀 전의 [강습]으로 크노소스에 돌입한 인원들, 그리고 의외인 베이트 정도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단장!?”
“몬스터와 결탁이라니 대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는 단원들이 속출하고, 몇 개의 고함이 들린다.
그곳에는 곤혹과 망설임, 그리고 규탄에 가까운 감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브레이버]라는 우두머리의 곁에서 능력있게 통솔되고 있던 [로키 파밀리아]에게는, 어지간해선 있을 수 없는 광경.
반의마저 품는 그들의 모습은 이상한 모습이었고, 그만큼 핀이 투하한 [폭탄]의 문제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겹치는 여러 개의 목소리와 격하게 흥분한 태도에, 아직 어린 소녀 단원들이 움찔거리며 어깨를 떨고, 겁을 내었다.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 핀은 표정을 조금도 흐뜨리지 않고, 문답에 응했다.
 
“며칠 전 다이달로스 공방전 속에서, [무장한 몬스터]에게는 높은 지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도.”
“[의사소통]이라니…… 설마 거기에 얽매였다는 말입니까?!”
“말도 안 되지. 단지 난 그 괴물들이 눈에 머금은 지성의 빛에서 [가치]를 찾아냈다. 거기서 결탁할만 하다고 판단했다.”
“괴물들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설명 할 수 있겠어요!?”
“몬스터의 [감정]을 설명할 수단은 없다. 그게 신들이라 해도. ……하지만, 이번 몬스터 지상 진출에 관련된 정보 중에서, 민간인 및 모험가 희생자 0라는 수치는 엄연히 사실이다.”
“……!”
“아무리 도시 안의 모험자가 힘썼다한들, 그렇게 큰 사건 속에서 생명에 관한 피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우리들이 아는 통상의 몬스터를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아. 그런 객관적인 견해만은 말해두지.”

 

핀은 번거로운 변명 따위 일절 내뱉지 않았다.
그것이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닥쳐오는 질문에는 전부 답했다.
단원들의 혼란, 불만, 분노, 원망,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받아들여, 그가 직접 자신의 말로 설명한다. 말꼬리를 잡아 논파하는 일 따윈 없다.
[정론]을 이용해 위로부터 찍어누르는 일 또한 절대 범하지 않는다. 정보로서의 사실만을 언급하고, 언성을 높이지 않고, 담담하게 잘 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핀이 지금 임하고 있는 것은 [대화]가 아닌 [의식]이었다.
설득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의 공유.

 

“이미 나는, 이틀 전의 싸움 도중 [무장한 몬스터] 내외와 [교섭]을 끝냈어. 다름 아닌, 크노소스에 돌입했던 레피야 일행이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무슨……!?”
“원래라면 감춰야만 하는 일이었을지도 몰라. ……아니, 솔직하게 말하지. 나는 그 몬스터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있었으면서 너희들에게는 덮어놓을 작정이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이 광경이, [파밀리아]가 혼란에 빠질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진지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속이지 않고 핀이 계산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탄막처럼 날뛰고 있던 단원들의 목소리가, 한순간 끊어졌다.
 
“……그렇다면 어째서…… 여기에서, 이야기한 겁니까?”
“승리하기 위해서다.”
 
마치 매달리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남성 단원의 말에, 핀은 단언한다.
 
“그 마굴에 도사리는 어둠의 주민들을 이겨내고, 오라리오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죄인]이라도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뱉는 것은 [각오].
그렇게 고집하던 명성을 버리고, [인류의 적]으로도 떨어질 결의를 보였다.
그 벨 크라넬과 같이.
아니, 오히려 좀 더 비참한 말로를 찾아가는 것을 이해했다.
실제로 핀은 [영웅]의 길을 눈곱만큼도 포기하지 않았다.
리베리아나 가레스에게 말했듯, [죄인]으로 전락한다 해도 보다 강한 [영웅]으로 회귀해보이겠다고 마음 속으로부터 맹세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성장]을 알 턱이 없는 단원들을 보자면 충격은 헤아릴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해도, 더 강한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
단원들은 핀이 어느 정도로 일족의 부흥에 애써왔는지 알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말을 잃었다.
그가 내건 [각오]가,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은 없나? 나는 전부 대답하겠다. 너희들의 의문에, 감정에, 거짓 없이 응해주지.”

 

긴 시간, 모든 사람의 목소리에 논리정연하게 막힘없이 답한 파룸 두령에게, 반감의 목소리는 대강 나올 건 다 나온 상태였다.
이쯤 되자, 빈축 일변도였던 단원들 속에서도 무겁게 입을 닫는 자가 나오게 되었다.
그 이외의 사람들도 다른 단원과 눈빛을 교환하고, 망설이듯 목소리가 갈 곳을 잃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단장을 논파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해도 몬스터에 대한 의견을 바꿀 수 없는 단원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확실하게 결론지을 수 없는 자들의 [틈]은 깊다.
그건 아무리 핀이 거짓없는 말만을 고해도 변하지 않는다.
만약에 지금 한 번이라도 방을 나선다면, 반감을 가진 단원들이 폭발한듯이 뒤를 쫓아올 것이다.
그때였다.
술렁임을 잘라내면서 아나키티가 가느다란 팔을 올곧게 뻗은 것은.
 
“단장님.”
“무슨 일이야, 아키?”
“명분이 아닌, 표면상의 방침이 아닌, 단장님 본인은 [무장한 몬스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선 캣 피플의 목소리는, 재보는 듯한 울림을 띠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핀은 방금 전과 변하지 않은 목소리로 답한다.

 

“이용, 이라고 하고 싶지만…… 감히 [신용]이라고 말하지. 나는 그 몬스터들이 믿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어.”

 

그 [신용]이라는 단어에 단원들의 술렁임이 다시 부풀었다.
아나키티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물음을 이어갔다.
 
“저희들 중에는, 몬스터에게 동료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연인 같은. 그걸 알고 계시면서도, 믿는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네요?”
“그래.”
 
엘프에게 동료를 잃은 드워프가 있다고 해도.
드워프에게 동포를 잃은 엘프가 있다고 해도.
그럴 때, 그들은 원수의 종족 모두를 원망하는가?
——따위의 진부한 가정을, 그런 서툰 계책을 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몬스터는 인류의 적. 배제해야만 하는 하계 최대의 악성 종양.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독]을 마시겠다고 언명한다.
잔꾀 따윈 없다. 만 번의 말이 아니라, 한 번의 의지를 보이는 것을 택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괴물]과 함께 싸울 수 있겠는가?
숨김과 거짓 없는 의지를 품은 핀의 벽안을, 아나키티는 지긋하게 응시했다.

 

“……”
 
머리색과 같은 그 검은 눈동자는, 정말로 핀을 [판별하고 있었다].
지위가 높은 자에 대해, 낮은 자가 향하는 평가의 눈빛.

그건 무례함 같은 것이 아닌, 조직 아래에 있는 자에게 있어 정당한 권리다.

아니, 그것이 없다면 조직은 폐색감을 동반하여 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아나키티 오텀의 [눈]은 더없이 단원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그녀야말로, 다른 단원들의 대변인이라 할 수 있었다.
항상 주눅들어있는 청년 라울이, 경애하는 단장과 동기인 그녀와의 사이에서 시선을 몇번이나 굴리며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덤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어요.”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고 잠깐.
아나키티는 조용히 착석했다.
그건 그녀가 핀의 의지에 따를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것을 발단으로 단원들의 생각이 완만한 쪽으로 기울었다.
아나키티가 인정했다면, 이라는 이해이다.
그 감정의 움직임은 핀 내외라 해도, 제1급 모험자인 아이즈네라고 해도 할 수 없었다.
하위단원들과 위대한 간부진을 잇는, 제2군 멤버 필두인 아나키티가 아니라면.

‘아키를 이쪽으로 끌어들인 건 크다…… 아니, 너무 약삭빠르게 굴어버렸나’

이때 결코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핀은 [살았다]라며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핀이 어중간한 각오를 내비추었다면 아나키티는 다른 단원들을 위해서라도 그와 손절하였을 것이다. 우수하고 공평한 그녀는 그 정도는 한다.
파벌 수뇌부를 존경하고 충성을 맹세하고 있지만, 아나키티 오텀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핀네에게도 반항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총명하다.
크노소스 공략을 내세워 [파밀리아]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다.
즉, 일치단결이다.
핀을 시험하면서, 핀의 의지를 띄우려 발언한 것이다.
그건 아나티키의 핀에 대한 신뢰의 문답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녀의 빈틈없는 움직임으로 파벌의 총의가 [통일]된 방향으로 기울었다.

 

“발언을, 해도 괜찮을까요”

 

마지막으로 손을 든 것은, 엘프 아리시아였다.
 
핀이 끄덕이자 일어선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무장한 몬스터]에게 도움받아 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참회와 같게도 들리는 그녀의 고백에, 웅성거리며 다시 한 번 큰 소란이 퍼져나갔다.
그녀 스스로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한 것처럼, 그 모습에는 깊은 고뇌와 갈등이 새겨져있다.
레피야 이하, 자초지종을 목격했던 [요정부대(페어리 포스)] 엘프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향한다.
 
“그건 단지 우연이 아니었어요. 물론, 변덕도 아니었어요. 그 세이렌은 의지를 가지고 저를 감쌌습니다. 자신의 몸을 앞장세워…… 어쩌면, [우애]라 부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그 눈빛이, 그 웃음이, 지금도 저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연장자로서 온후한 일면이 있으면서, 엘프의 긍지를 가지고 있는 아리시아의 결벽성은 파벌의 전 단원이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그녀가, 몬스터에게 경멸 이외의 감정을 비치고 있다.
그게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로키 파밀리아]는 우둔하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건 품격있는 헌신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저희들은 괴물보다 추잡한 [마물]로 전락해버린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렸어요.”
 
아리시아는 몇번이나 단어를 골라, 몇번이나 메이는 목소리를 내면서 발언을 끝냈다.
그녀가 힘없이 의자에 앉은 순간,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침묵이 찾아왔다.
회의가 시작하고나서부터 가장 격한 어조로 말하던 다른 엘프들조차도,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순서가 좀 바뀌었지만, 결론에 이를 [전제]를 설명할게.”
 
조용하게 돌아온 단원들에게, 핀은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명확하게 다른 몬스터와 구분하기 위해, [무장한 몬스터]는 이제 [제노스(이단아)]로 호칭하겠어. [제노스]는 그 높은 지성으로 ‘이케로스 파밀리아’에게 몇번이나 동료를 사냥당하고 있었다.”
“!”
“[제노스]에게 있어서도, 몬스터 밀수에 관여하고 있던 크노소스 세력은 적대관계가 맞아. 적의 적은 아군, 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이해]는 일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싸움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판단했어.”
“단장, 그렇다면……”
“맞아. 이 결탁은 [이번에 한한 공투]다. 어디까지나 크노소스를 공략하기 위해…… 도시의 존망을 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여기까지는 [표면상]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핀의 논법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영리하고, 능숙했다.
[폭탄]을 떨어뜨린 후의 대의명분. 양보해야만 할 우선순위의 제시는 마음 속 허들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내린다.
그 증거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던 단원들에게도 조금은 부드러워진듯한 표정이 보였다.
[제노스]가 지상에 진출한 이유를 시작으로, 필요한 정보도 전부 설명했다.
역시나 [제노스]와 우라노스의 관계까진 혼란을 막기 위해서 함구해야했지만, 그 이외에는 대부분 밝혔다.
핀의 설명을 보충하는 듯이 가레스와 리베리아가 여기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몬스터와 트고 지내라, 라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네. 오히려, 진지한 의미로 마음은 허락하지마라, 라고까지 알아들어 주었으면 좋겠네만.”
“이후, 미궁탐색을 할 때 망설임은 너희들을 죽인다.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는 건 잘 알고 있다만, 이번 건과 모험자로서의 자세는 분리하도록.”
 
가레스의 말은 남성진을 중심으로, 리베리아의 발언은 엘프를 중심으로 이해의 색을 넓혀갔다.
마지막으로, 적당히 가늠하고 있던 로키가 신의를 고했다.
 
“뭐, 요지는 뭘 이용해서든, 리네네의 애도를 포함해 합전을 다해뿌자는 거 아이가.”
 
짧은 말. 그러나 효과는 즉효였다.
적어도, 노골적인 반발을 입에 담는 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는 여기서 일단락 짓겠다. 원한다면, 잘 생각해서, 잘 이야기해보고 싶어. 알겠지? 이건 [명령]이 아니라 [제안]이야. 그 의미를 잘 생각하길 바래.”
 
핀은 다시 한 번 단원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그 속에 섞인 어느 소녀의 금색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말했다.

 

“탈퇴 지원자가 있다면, 집무실까지 오도록. 굳이 말리지는 않겠어. 여기서 말한 걸 입밖에 내지 않겠다는 것만 지켜준다면, 그 이외엔 딱히. 난 너희들의 의사를 존중해줄게. 그럼 ——해산.”
 
그 말을 남기고, 핀은 로키네와 함께 나갔다.
 
*
 
핀네가 떠난 뒤에도, 대부분의 단원들은 대식당에 남아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화제가 다할 걱정도 없다.
장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자기 생각을 낼 수 없었던 단원들도, 이때다 싶어서 감정을 토로한다.
망설임, 당혹감, 분노, 질책, 공포.
모든 것이 틀리지도 맞지도 않다.
아침의 소집으로부터 핀네가 나갈 때의 낮, 거기서 해가 떨어져 어두워진 하늘에 별이 빛나기 시작해도 사람과 괴물에 관한 의논은 아직도 가열되는 중이었다.
 
“이런 [파밀리아]의 분위기, 처음임다…… 모두 원정 때보다 눈을 번쩍거리고 있는 것 같고…… 으으……”
 
망자처럼 휘청거리는 라울이, 무너지듯 의자에 앉았다. Lv.4인 아나키티네 2군멤버와, 티오나, 티오네가 있는 테이블이다.
불평불만을 받아들이는 임무와 같이, 하위단원들의 격한 어투에 시달리던 라울은 ——베이트네와는 달리 [고민도 불만도 말하기 편하다]고 신뢰(?)받고 있는 그는—— 각 단원의 이야기를 기진맥진하면서도 나름대로 친절하고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탁자에 엎어진 그의 뒤통수를 아나키티가 둥둥 상냥하게 두드렸다.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것 또한 필요한 역할이라고 위로하듯, 어쩌면 [수고했어]라고 말하듯.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심까?”
“……나는, 솔직히 어느쪽이든 좋아. 리네와 로이드 일행을 죽인 녀석들을 토벌할 수 있다면. 몬스터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아니꼽지만……”

 

대식당에 앉아 점심도 먹지않고 의논을 이어가는 단원들을 보며, 레피야와 라크타 등 여성단원들이 샌드위치를 가볍게 대접하는 중, 라울이 탁자에서 고개를 들었다.
쭈뼛쭈뼛 물어오는 그에게 답한 것은 크루스였다.
같은 제2군 멤버, Lv.4의 시앙스로프는 팔짱을 끼며 대답한다.
 
“그치만그치만 크루스 씨! 몬스터라구요? 무섭잖아요~?”
“뭐 무섭긴 하겠네. 우리들, [무장한 몬스터]와 싸우고 있고…… 그 [검은 미노타우르스]가 나온다면…… 응, 주눅들어! 난 제정신으로 못 있어!”
“하, 하지만 단장님이니까 뭔가 생각이 있는 걸지도 몰라…… 아니 역시 연계는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린 믿을 수 밖에 없다고 해아하나, 보조를 흐뜨릴 때가 아니라고 해야하나……”
 
레피야의 룸메이트인 엘피가 입을 열자, Lv.4 소녀 나르비가 다이달로스 거리에서의 [포효]의 맛을 기억해낸듯 어깨를 감싸안았다.
라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역시 애매한 의견이었다.
거기서.
 
“아직도 하고 있냐, 너네들”
“베, 베이트 씨……”
 
회색 머리카락을 흔들며, 식사를 하러 온 웨어울프가 쭉쭉 대식당을 가로지른다.
남아서 논쟁을 이어가는 단원들을 뒤로하고, 곧바로 나간 적은 인원 중 한 명이다.
이런 때에도 한 마리 늑대의 자세를 관철하는 베이트는, 사실 [무장한 몬스터]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단원들을 오늘만은 비웃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라울네 테이블에서 테이블 하나의 거리를 두고, 난폭하게 의자를 끈다.
같은 수인인 라크타에게 시선을 향하자, 흄 바니 소녀는 그 자리에서 당황하며 저녁밥을 준비하려고 주방에 틀어박혔다.
 
“……저기 베이트. 베이트는 [무장한 몬스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뭐?”
 
그때까지 조용히 단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티오나가, 말을 걸어왔다.
견원지간인 그녀가 의견을 물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지, 베이트는 수상쩍음과 함께 드물게 순수한 놀라움을 보였다.

 

“……그러는 너는 따로 생각이 있는 거냐?”
“으~응…… 뭔가 다들, 생각한 거 이상으로 엄청 고민하거나, 화내고 있거나 그러니까, 나 꽤 놀랬어. 나름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타공인 생각이 서툰 아마조네스 자매 중 한 명은, 의자에 가부좌를 틀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지금도 눈을 감고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답은 변하지 않았던 것일까 눈을 뜨며 산뜻하게 말했다.
 
“나는 그 몬스터들, 무섭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어.”
“!”
“핀도 말했지만, [무장한 몬스터]라는 거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나, 그 중에 한 마리가 아이를 감싸는 거, 봤어.”
 
티오나는 그 한 마리가 부이브르였던 것은 말하지 않은 채로, 자신이 봤던 것을 이야기했다.
놀라는 것은 라울 일동이다. 아리시아의 이야기와 같은, [몬스터가 사람을 지킨다]라는 것은 그만큼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세계의 모순]이라 해야될지도 모른다.
주위에 있는 단원들의 귀는 자연스레, 간부들의 대화로 향하게 되었다.
 
“나는 그 [무장한 몬스터]…… [제노스]였지? 함께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베시시, 티오나는 웃었다.
허물없이 웃는 그녀에게 나르비 일동이 당황하고,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베이트는, 다음으로 티오네를 봤다.
여동생이 졸라대서 지긋지긋해하며 대식당에 남아있던 그녀는, 그 시선을 알아채고는 ——흥, 하고 성대하게 코를 울렸다.
 
“단장의 결정이잖아! 꾀죄죄한 몬스터와의 공투라고 한들, 복종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참 확고하네, 너는……”
 
전혀 의문을 품지 않는 티오네에게, 베이트는 난감함을 넘어서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라울 일동도 뻣뻣한 웃음을 공유한다.
 
“그럼 넌 결국, 어느쪽인 거야? 나, 네가 제일 먼저 폭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티오네의 되물음에, 베이트는 시시하다는듯 대답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시째 당하면, 마냥 우스운 이야기로 취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그것뿐이다.”
“……”
“불만도 살의도, 전부 끝난 뒤에 좋을대로 던전에 뱉어내면 그만이야. 할배도 할매도 말했을텐데. 우리들은 [모험자]다. 지금까지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내 말이 틀리냐?”

 

베이트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답이었다.
한편 그 호박색 눈동자는, 이틀 전의 다이달로스 공방전 중 봤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단어를 고르고 있었다.
그렇게도 보였다.
너무 심플해서 반론의 여지도 없는 그의 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단원들은 잠자코 있었다.
 
“어수선하게 불평불만 내뱉을 놈들은 파밀리아에서 나가라고. 그러면 되잖아.”
“폼 잡긴~. 센 척이나 하면서 말이야~.”
“그쪽에서 물어봐놓고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냐 망할 아마조네스!?”
 
맞다이 일보직전 분위기의 제1급 모험자와 당황하며 말리기 시작하는 라울네를 보고 ——평소의 [로키 파밀리아]의 광경을 보고—— 오늘 하루 계속 미간에 힘이 들어간 채였던 단원들의 얼굴에서 하나둘씩 웃음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그로부터 잠시 뒤.
베이트와 거하게 맞붙어 부스스한 머리가 된 티오나는 뱅글 돌아서 마지막으로 한 명의 소녀에게 물었다.
 
“레피야는 어떻게 생각해?”
“저는……”

 

간단히 배식을 끝내고,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레피야는, 오늘까지 가슴 속에 있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몬스터는, 역시 무서워요…… 하지만, 그 [무장한 몬스터]는, 다른 느낌이 들어요.”
“달라?”
“저희들이 던전에서 조우하는, 어떤 몬스터보다…… 혐오감이 생기지 않았어요.”

 

떠오르는 것은, 역시 아리시아를 지킨 세이렌이었다.
지금부터 입에 담으려고 하는 말로, 주위에 있는 동료이 멀리해버리는 건 아닐까, 비난당하지 않을까, 그런 공포와 싸우면서, 확실히 얘기했다.
 
“그 몬스터들은…… 저희 엘프나, 다른 여러분과 같이…… 동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느낌이 들어요.”
 
레피야의 목소리는 대식당에 울려퍼졌다.
정적은 한순간이었다.
티오나가 환히 웃으면서 부둥켜안아온 것이다.
 
“응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몬스터들, 동료를 생각한 거네!”
“티, 티오나 씨……!”
 
몬스터가 동료를 생각한다.
이 이상 없을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할만한 근거는 확실히 존재했다.
다른 단원들도 다이달로스 거리의 공방전을 떠올리는듯 사고에 빠졌다.
어떤 분위기도 파악하지 않는 천진난만 티오나에게, 내뱉듯이 말하는 베이트도, 한숨을 내쉬는 티오네도, 쓴웃음 짓는 라울 일동도 분위기를 이완시킨다.
티오나의 순진한 언동에, 레피야도 이끌리듯 웃으며 안심해버렸다.
 
“……”
 
하지만, 곧, 우울해졌다.
레피야의 시선 끝.
핀네가 이야기를 끝낸 후, 누구보다도 빨리 대식당을 빠져나간 금발금안 소녀의 자리가, 공백이 되어 있었다.
 
*
 
달빛이 쏟아지고 있다.
창 밖에 펼쳐진 푸른 밤하늘은, 불빛 하나 켜지 않은 방을 어두운 쪽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대식당으로부터 지금도 퍼져나오는 떠들썩함이 멀다. 같은 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녀의 방은 세계로부터 떨어져있는 것처럼 아주 조용했다.
 
“……”
 
순백의 원피스를 몸에 걸친 아이즈는, 뭘 할 생각도 없이, 침대 위에서 다리를 감싸안았다.
양 무릎에 가볍게 얼굴을 묻으면서, 긴 속눈썹을 흔들며, 시트에 시선을 깔았다.
소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달빛이 무상하게 적시고 있었다.
 
“아이즈. 들어간다.”
 
목제 문을 두드리는 조심스러운 노크가 울린다.
대답을 하지 않는 아이즈는 개의치 않고, 리베리아가 입실했다.
그녀는 닫힌 문 앞에서 멈춰서더니, 침대 위에 있는 아이즈의 표정을, 깊은 생각에 빠진 소녀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침묵을 지켰다.
이틀간, [로키 파밀리아]는 [제노스] 지상진출의 뒤처리로 혹사당하고 있었다.
전장이 된 [다이달로스 거리]의 뒤처리가 가장 큰 이유로, 거리의 수리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로키 파밀리아]도 휴식 없이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참가해야만 했다.
거기에 우라노스가 손을 써 길드가 [무장한 몬스터]는 [로키 파밀리아]가 전멸시켰다고 공식발표하여, 핀을 시작으로 수뇌부인 리베리아나 가레스도 대응에 쫓기고 있었다.
또한 리베리아에 한해서는 따로 [제노스]와 접촉한 아리시아 및 엘프들의 케어도 있었기 때문에, 한계일 정도로 바빴다.
분명히 상태가 이상한 눈 앞의 소녀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아이즈. 그 사건이 있던 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아이즈는 그래도 입을 다문채였다.
누구와도 접촉하려 하지 않고, 레피야나 티오나의 부름에도 짧게 대답을 할 뿐.
그저 계속해서, 고민의 감옥에 사로잡혀 있다.
리베리아는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
 
비취색 장발을 흔드는 하이엘프의 물음에, 아이즈는 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그녀는 되묻고 있었다.
 
“리베리아…… 영웅은, 있는 걸까?”
 
아이즈가 내뱉고 있던 것은, 그런 물음.
아이즈 자신도, 왜 물어버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영웅은…… 그 사람에게만의 영웅은, 있는 걸까?”
“……”
 
그것은 요령 없는 질문이다. 답 따위 없는 물음이다.
아이즈의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괴물 소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 선 소년.
그리고 어린 자신과 같은, 용족 소녀의 눈물.
이틀 전의 광경이, 지금도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영웅을 기다리는 사람은 썩는다. 적어도, 꽤 많은 사람은. 구원받는 것은 한 줌 정도일테지.”

 

미아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리는 듯한 아이즈의 물음에 대해, 리베리아는 이치를 말했다.
그것이 자명하다.
그것이 진리다.
인형 같은 표정으로 눈을 내리깐 아이즈는, 조금씩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벨 수 없었어…… 몬스터를.”
“……”
“말을 해서, 아니야. 인간 같아서, 아니야. ……울고 있어서.”
“……”
“그 때의, 나처럼……”
“……”
“벨과, 그 부이브르가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렸어.”
“……”
“나는…… 나와의 약속을, 부쉈어……”
 
그 독백은, 마치 죄를 범한 성녀가 자신의 죄목을 고하는 것과 같았다.
억양도 없고, 패기도 없는 투명한 목소리가 달빛 아래 울려퍼진다.
참회와도 닮은 목소리 속에는, 자신을 나무라는 울림은 없고, 그저 실의가 있었다.
리베리아조차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지금의 아이즈 발렌슈타인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고개를 숙여 눈을 감추고, 고독에 잠기는 아이즈의 모습에, 리베리아는 침통한 표정을 띠었다.
하지만, 직후 파벌 부단장으로서의 표정을 덮어썼다.

 

“아이즈——— 망설임이 있다면, 나는 이후의 크노소스 공략 작전에서 너를 빼겠다.”
“!”
 
그 말에, 아이즈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엄격한 눈빛을 보내오는 리베리아는, 아예 떨쳐버리는 듯이 통보한다.
 
“[열쇠]를 입수한 지금, 다음 작전은 본격적인 공략전, 이빌스 측과의 [전면전쟁]에 돌입한다. 그 괴인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검을 휘두를 기개가 없는 자를 데리고 갈 여유는 없다.”
“하, 하지만……”
“확실히, 네가 없다면 공략작전은 어렵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제1급 모험자가 그런 모습이라면 부대원들에게 영향이 간다.”
 
지금의 너라면 발목을 잡을 것이 틀림없다.
리베리아는, 확실히 고해왔다.
아이즈는 아무것도 답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상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 불안정한 마음채로 전투에 참가해도, 리베리아가 우려한 사태가 될 게 뻔하다.
아이즈는 무력함을 견뎌내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이즈, 솔직하게 말해다오.”

 

부단장으로서의 의향을 전한 리베리아는, 거기서 목소릴 바꿨다.
마치 어머니의 그것처럼.
 
“나 개인으로서는…… 지금의 너의 망설임을 환영하고 있다.”
“……?”
“답은 하나가 아니야…… 너는 너를 집어삼키려는 검은 불꽃에 의문을 가졌다. 정해진 길만이 있는 건 아니란다.”
 
동시에, 다가섰다.
침대 위에서 무릎을 껴안고 있는 아이즈 곁으로.
자신을 향해오는 금빛 눈동자를, 비취색 눈동자로 받아들이면서.
곁에 걸터앉아, 금색 머릿결을 손으로 조심스레 빗으면서, 천천히 말했다.
 
“망설여라. 생각해라.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
“그리고 잊지 마라.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나는, 몇번이든 그걸 말할 것이다.”
 
이 순간 아이즈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띄였다.
항상 자신을 지켜봐온 리베리아의 말이, 확실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그녀의 자애라 부를 수 있는 것에 감싸여, 그렇게나 단단하게 자리잡았던 절망과 불안이, 왠지모를 것에 잔잔해져버렸다.
 
“……나는, 그…… 너를 사랑하고 있다.”
 
리베리아는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해왔다.
아이즈는 방금 전 이상으로 놀라버렸다.
이렇게 말하는 리베리아 자신도 유별나게 생뚱맞은 소릴 했다는 자각이 있는 것인지, 뺨을 붉히며 시선을 엉뚱한 방향으로 보내고 있었다.
평소의 그녀에게선 잘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마치 지금부터 할 말에 심한 저항이 있는 듯이, 몹시 말하기 꺼려한 후, 입을 열었다.
 
“너의 영웅은, 역시 좀 안 맞겠지만…… 그, 맞지.”
 
거기까지 듣고, 아이즈는 리베리아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즈의 힘이 되어주려고 싶어하는 진심이, 전해졌다.
그것과 동시에 부끄러워하는 리베리아의 모습이 이상해서, 아이즈는 작게 웃어버렸다.
오랜만의 미소였다.

 

“고마워, 리베리아……”
 
감사의 말이 입술에서 저절로 튀어나왔다.
지금도 껴안고 있는 망설임엔 아무런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조금, 전과는 기분이 천양지차였다.
미로 속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던 몸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고개를 들려 하고 있었다.
어릴 때처럼 웃음을 띤 아이즈에게, 수상한 거동을 보인 리베리아도 움직임을 멈추고, 상냥한 미소를 띄웠다.
 
(망설이고, 고민하는 건…… 끝내야 해)

 

자신이 안고 있는 어둠을 해소할 답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어쩌면 평생 손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즈는, 이 불모의 시간을 끊어버리기로 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싶은지 가슴에 물어, 좀 더 단순해지기로 했다.
자신의 생각에, 솔직해진다.
 
“리베리아…… [헤스티아 파밀리아]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어?”
“……? [제노스]와의 관계는 공론화 되지는 않았다. 현재는, 세간의 관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칩거할 생각인 것 같다. 신 우라노스 측과 관계를 맺은 지금, 우리 파밀리아에서도 접촉할 예정은 없다만……”
 
사건의 날 이후, 자신의 내면에 매몰되어 있던 아이즈는 지금의 오라리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리베리아는 의아한 표정을 띄우면서도 설명해주었다.
 
“벨 크라넬을 향했던 적의나 악평도, 거의 불식된 것 같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검은 미노타우르스와의 일전이 대중의 여론을 뒤집은 것 같다.”
“그래……”
 
끄덕이며 눈을 옆으로 향했다.
창문 밖에 펼쳐진 푸른 밤하늘, 그리고 달을 올려다보면서, 아이즈는 결정했다.
이 망설임의 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가기로.
 
 *
 
이른 아침
아직 해도 나오지 않은 새벽 시간대.
시벽 깊숙이 어렴풋이 보이는 산의 능선이 음영을 두르고, 그 안쪽이 주홍빛을 띠고 있다.
그런 시각에, 레피야는 눈을 뜨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창밖으로 발견하고, 본거의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아이즈 씨”

 

도착하는 것은 홈의 탑과 탑 사이에 걸리는 공중 복도.
그곳에, 금발금안 소녀는 서 있었다.
손잡이의 옆에서, 레피야에 옆모습을 보이면서, 앞만 바라보고.

 

“저기, 레피야……”
“……무슨 일이세요?”

 

아이즈는 어제까지의 암담한 공기를 등에 업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청렬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계절은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아침 공기가,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손을 뻗으면 사라져 버리는 [정령]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을 레피야를 기억해 버렸다.

 

“[무장 몬스터]……[이단아], 였지?”
“네……”
“나는, 그 몬스터들이……기분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니,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고 싶었어. 망설이지 말고, 검을 휘두르도록.”
“……”
“저 몬스터들을…… 레피야는, 어떻게 생각해?”

 

아이즈는 속마음을 알리고, 물었다.
그것은 아이즈가 레피야에 행하는, 첫 상담이었는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곤란한 것은 질문도 하고, 의지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로, 아이즈가 레피야에 고민을 털어놓은 적은 없었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강한 [검희]의 도움을 요구하는 목소리.
레피야는 그것이 기쁘고, 슬펐다.
이럴 때라는 게.

 

“……저는”

 

의견을 구한 레피야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닫았다.
인조 미궁 공략을 앞둔 [파밀리아]의 발걸음을 흐릴 수 없다.
그런 지극히 당연한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도시의 명운도 상관없다.
레피야 비리디스라는 한 엘프의 의견을 요구받고 있다는 걸을 깨달은 소녀는, 있는 그대로 말을, 아이즈에 전한다.

 

“저는…… 저도, 실은 저 몬스터들이 무서워요. 하계를 뒤집을 수 있는, 그 괴물들의 존재가”
“……”
“하지만, 그런 [그들] 본연의 자세를, 몸소 호소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을 진심으로 신뢰할 수도, 신용 할 수도 없다.
그게 거짓없는 속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괴물]을 증명하려고 하는 사람들을———그 소년을 믿어 볼 수는 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아무리 상처를 주든, 비브르를 감싸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있는 레피야는, 인간에 있어 불편한 것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행위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뒤흔든 당사자로서의 의견이었다.
분명 아이즈도 지금, 같은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것이었지만, 그런 예감이 있었다.


“……그렇구나”


오랜 침묵을 거치며 아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금발이 흔들리다.
그 옆 얼굴에서 미혹이 완벽하게 소실된다.
자신의 말이, 그녀를 결단시켰다.
그녀의 결심을 재촉하는 마지막 일지가 되어 버렸다.
그게 괜히 미안하게 생각했다.

 

“……잠깐, 다녀올게”


등을 돌리고, 아이즈는 걷기 시작한다.
어디에, 라고 레피야는 물어보지 않았다.


“네……다녀오세요”


그 뒷모습을, 그냥 배웅했다.

 

*

 

잠든 거리를 걷는다.
시계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몬스터가 지상에 나타나, 꽤나 도시를 시끄럽게 했다.
밤새워 마시는 모험자나,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든 취객은 유석에 없었다.
마치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느낌을 주며, 아이즈는 조용해진 도시를 홀로 나아간다.
밤은 밝을려고 하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점차 밝아지기 시작하여, 지평선 너머로 푸르게 물들어 진다.
이윽고 도착하는 것은, 오라리오 북서쪽의 외연부 부근.
거대한 시벽 바로 앞.
아이즈는 숨겨진 입구를 뚫고, 긴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왔다.

 

“……”

 

바람이 불고 있었다.
푸른 동쪽 하늘에서 부는 아침 바람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침햇살의 빛을 받으며 서있는 한 모험자의 모습이 있었다.
흰 머리에, 심홍의 눈동자.
도시 중앙, 백악의 거탑을 바라보면서, 소년은 서 있었다.

 

“아이즈 씨……?”
“응……안녕.”


아이즈가 묵묵히 다가오자, 소년은———— 벨은 이쪽을 알아차린다.


“어째서, 여기에?”
“글쎄……여기 오면, 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 검은 맹우와의 일전을 보고, 리베리아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눈앞의 소년은 이 시벽 위로 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즈와 몇번이나 단련하고, 강해지려고 했던 장소에.

 

“그런가요……”
“응.”
“……”
“……”

 

태어나는 공백.
생기는 침묵.
그렇지만 결코 거북하지는 않은 투명한 시간.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를 흔들다.

 

“아이즈 씨.”
“?”
“제게, 또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
“네.”

 

고개를 끄덕이는 그 옆 얼굴에 망설임은 없다.
하늘을 찌르는 웅대한 백악의 거탑에——— 그리고 그 아래에서 잠든 지하 미궁에.
마치 [약속]이나 [결착]에, 마음을 걸듯이.
아이즈는 이때, 잠깐 동안, 혼자 남져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자신보다 훨씬 약한 그에게.
높은 산의 꽃을 바라보기만 했던 소년에게.

 

“……넌, 치사하네.”
“……죄송해요.”

 

그래서 아이즈는, 솔직하게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말한다.

 

“……좋아.”
“……정말요?”
“응……똑같은 눈이네.”
“?”
“내가, 거울 앞에서 언제나 보는 눈.”

 

하지만 아이즈는, 안심한다.

 

“아……그치만, 어. 너는……별로……나처럼 이상한 게 아니라, 예쁜 눈을……음, 그게……”
“……풋.”
“……왜 웃는 거니?”
“죄, 죄송합니닷!”

 

길을 달리하고, 한 번 싸운 자신들의 인연은, 아직 끊기지 않았으니까.

 

“나도……할 일이 있으니까, 언제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네, 괜찮아요……감사합니다.”
“응.”
“……”
“……”
“아이즈 씨.”
“왜?”

 

마지막으로, 소년은 말했다.

“저……강해지고 싶어요.”

그 말이, 지금의 아이즈의 가슴을 가장 강하게 두드렸다.

 

“……그래.”
“네.”
“이만 갈게.”
“네.”
“……또 보자.”
“……네.”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하다.
멀어져 가는 소년의 모습에, 지금만은 아이즈는 돌아보지 않았다.
눈빛은 앞에.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가야하는 길에.

 

“나도…… 강해지고 싶어”

 

소년과 만나 아이즈가 손에 넣은, 그런 말.
답은 나오지 않는다.
역시 미혹의 숲에 빠질 수 없다.
단지 촉발된 것은 확실히 있었다.
소년은 나아가야할 [길]을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소년에게 뒤쳐질 수 없도록,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를 새롭게한다.
 
“지금……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소년은 달리기 시작하려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도 달리기 시작한다.
미혹을 넘어, 지금만큼은.

 

(나도…… 본받자)

 

그것과 동시에 아이즈가 얻은 것은 그런 마음가짐.
겉모습 따위는 상관없이 강해지려는 소년의 자세.
그것은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다.
강해져야한다.
인조미궁을 이겨내기 위해───그 적발의 괴인에게 두 번 다시 지지않기위해서.
시벽 계단을 내려간 아이즈는 달리기 시작했다.
본거지가 있는 북쪽이 아니고, 어떤 [최강]이 눌러 앉아 있는 남쪽방향으로.

 

---------------

 

현재 2장 작업 중인데 여기까진 정말 쉽지만 문제는 4장에서 6장.... 고어한건 정말 싫어해서 본편 14권과는 다른 의미로 힘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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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록이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2019-05-02 12:31:53
추천0
벨토끼
감사함니다!
2019-05-02 12:54:39
추천0
[L:2/A:35]
free
감사합니다
2019-05-02 15:14:24
추천0
junyong
핀.....스포당한 시선으로는 안습 그 자체.....
2019-05-02 17:47:12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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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1 일반  
(스포 없음) 외전 10권 감상 [1]
티아리스
2018-06-01 0-0 511
9480 일반  
(스포 주의) 오라토리아 10권 일러 [18]
아르나
2018-05-13 0-0 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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